음식을 먹는데 있어 예전과 달라진게 있다면 어떤게 있을까. 혹시 본인도 모르게 전자레인지 사용시 플라스틱 용기를 다른 그릇을 바꾸고, 컵라면을 먹을 때 컵에서 우러나올 ‘환경호르몬’을 한번이라도 걱정한 적은 없는지. 진정한 ‘참살이꾼’이라면 음식만큼은 아니더라도 용기의 중요성을 결코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음식만큼 음식을 담은 용기나 포장재에 그다지 신경을 안 쓰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용기와 포장재의 ‘안전’을 위해 오늘도 티 안 나게(?) 뛰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 용기포장과 이영자 과장을 만나봤다.
우리를 울리고 웃겼던 ‘랩’ 식품의약품안전청 용기포장과 이영자 과장
“한동안 업소용으로 쓰이는 랩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된다는 얘기가 세간을 떠돌았었잖아요. 문제된 성분은 랩을 랩답게(그릇에 잘 달라붙고 부드럽게 하는 등) 만드는 ‘DEHA‘라는 가소제로 인체에 유해하다는 의혹만 제기될 뿐 정확한 근거가 없던게 사실이죠. 그런만큼 시민들 역시 불안에 떨어야만 했고요.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당장 피해가 안 나온다고 방치하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기에 사실 확인을 위해 직접 연구에 뛰어들었죠.”
이 과장은 당시 업체들도 이러한 내용에 동의 못 한건 아니지만 랩을 사용하지 않거나 대체랩을 사용하는데 따르는 경제적인 손실로 인해 선뜻 나서는 곳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식약청 용기포장과에서 직접 팔을 걷어부쳤고 2개월이 넘는 시간을 밤낮으로 할애한 끝에 드디어 객관적인 연구데이터가 나왔다.
사용온도가 높을수록 그리고 기름기가 많을수록 우려했던 DEHA가소제 성분이 우러나오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과일이나 채소 등에는 안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군다나 현재 전국적으로 60만개 이상의 음식점이 집계되고 있는데 이들 음식점 대부분이 음식을 포장하고 배달한다고 감안한다면 얼마나 많은 랩이 사용되었으며 얼마나 많은 가소제가 노출되었는지 알만 하다.
“그나마 이런 신빙성 있는 연구결과가 나왔기에 업체측에서도 인식을 달리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랩을 제조하는 생산업체에서도 대체가소제를 이용한 랩을 개발하고 시제품까지 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재 여러분들이 쓰시는 랩은 안심하셔도 됩니다.”
직접 확인을 하고 싶다면 당장 가정에서 사용하는 랩의 뒷면을 보시라. 첨가물명에 ‘옥수수유’라고 적혀있는 등의 식품첨가물이 적혀있는 글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배달문화... 그리고 용기포장과
이영자 과장이 전하는 그간 ‘랩’에 얽힌 스토리만 들어봐도 지금의 랩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심사숙고의 과정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바로 이렇게 음식이 아닌 음식과 접촉하는 ‘그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바로 용기포장과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배달문화가 일상생활로 자리잡혀 있을 정도잖아요. 배달을 많이 할뿐 아니라 음식을 포장해 가는 경우도 많은 만큼 뜨거운 음식이 랩과 같은 포장재와 직접 닿는 일이 많아 포장재가 중요한거죠.”
그렇다고 용기포장과에서 랩과 같은 포장재만을 연구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최근까지 모니터링하고 연구했던 과제가 바로 랩이지만 그 외에도 과자봉지에 인쇄된 성분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얼마전부터는 식품용 살균소독제에 대해서도 관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녹차나 홍차 등의 침출차를 대상으로 그 위해성 연구를 진행중인데요. 아직 진행중인만큼 결과는 보류할게요.”
이 과장이 설명하는 수행과제를 들어보면 ‘랩’연구보다 더 자잘한 일이란 생각이 언뜻 들지만 달리 생각하면 연구 대상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생활 깊숙히 자리잡힌 것들이다.
그간 ‘규제된 것과 규제되지 않은 것’ 사이에서 모든 문제를 바라봐 왔던 게 사실이지만 이번에 환경호르몬 걱정 없는 안전한 랩을 개발하면서 규제를 만들기 전에 문제를 근본적으로 예방한 모범 사례가 되어 혁신포탈 사이트에도 올라있을 정도다.
물론 눈에 보이는 차이는 없다. 종전 랩과 새롭게 개발된 식품첨가물을 사용한 랩의 외관이 별반 차이가 없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도 무엇이 달라졌는지 조차 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눈에 띄지 않아도, 누가 크게 알아주지 않아도 결코 손을 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저요? 물론 실천도 잘 하죠~"
“저요? 당연히 잘 하고 있죠. 다른 남자직원들은 어떻게 바라볼지 모르겠지만 제가 봐도 이 리플렛은 우리나라 주부들을 무시하는 처사로 보입니다(웃음). 누가 화장실 청소용으로 쓰던 고무장갑으로 식기를 세척하고 요리를 만들겠어요. 우리나라 주부들은 아주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서내에서 제작한 식품용기구·용기·포장의 올바른 사용을 위해 제작한 리플렛을 보고 ‘가정에서는 얼마나 잘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영자 과장의 대답이다.
하지만 문제는 가정보다 업소에서의 실천이기에 무엇보다 홍보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 과장 역시 “대국민홍보서비스가 우리의 중점 업무 중 하나이므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앞으로도 리플렛 등을 통해 중점 홍보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잘 해도 칭찬 못 듣고 못하면 순식간에 화살이 쏟아지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식약청이다. 다른게 아니라 사람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곳인 만큼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보다 욕심을 부리자면, 용기나 포장재를 단순히 안전차원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안전은 물론 재활용 차원도 간과하지 말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을 가져본다. <글·사진/강재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