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전자담배 위해성 알리고 국민건강 지켜야

담배의 해로움은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임상실험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연이 여성과 청소년들에게까지 깊숙이 전파되고 있어 큰 문제다.

담배는 폐암 발병을 비롯해 각종 성인병에 영향을 미치고 특히, 가임기의 여성과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심각한 손상을 미칠 수 있다.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식당, 버스, 심지어 비행기 안에서도 흡연은 허용됐고, 남녀노소가 모인 자리에서도 별 제약을 받지 않았다.

선진국들을 시작으로 강력한 흡연제재 조치가 취해지면서 흡연인구가 줄어드는 듯했지만, 최근 몇 년 새 전자담배가 급속히 인기를 끌면서 또 다른 상황을 맞고 있다.

전자담배도 분명히 담배다. 치열한 공방이 있지만, 궐련 담배에 비해 그 해악이 결코 덜하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더 교묘하게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며 악영향을 넓혀갈 수 있다.

수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 담배 제조사가 10년 내 연초형 담배의 퇴출을 선언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연초 고형물을 가열한 뒤 나오는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연초형 담배보다 인체에 유입되는 유해 물질이 적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정감사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다양한 발암물질이 포함돼 폐암, 구강암, 위암, 신장암 등 위해성이 있다고 보고됐다. 특히 궐련 담배와 달리 유해물질이 보이지 않아 주위 사람들이 간접흡연을 피하지 못해 더 위험할 수 있다고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가 암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을 배출하며, 궐련보다 덜 해롭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질병관리청이 2019년 흡연자 832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소변검사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의 체내 니코틴 대사 물질인 코티닌 농도가 765.5ng/mL으로 나타났다. 궐련 흡연자의 729.5ng/mL 보다 높게 나온 것이다.

궐련과 액상형 전자담배를 이중 사용하거나, 궐련형 전자담배까지 삼중 사용하는 경우 농도는 886.2, 916.7ng/mL까지 올라갔다.

보건복지부와 울산대 의대의 조사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의 약 86%는 중복 사용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궐련형 전자담배는 모든 종류의 담배를 끊기 어렵게 만드는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법과 규정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틈을 타 담배회사들은 판매에 유리한 정보만 일방적으로 제공해 소비자들을 호도하고 있다. 판단은 소비자가 한다지만 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국민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해 충분히 알 권리가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포함한 모든 담배제품에 대해 성분과 배출물을 자세히 공개해야 한다.

TV와 신문, 인터넷, 옥외광고물 등 모든 매체를 이용해 담배의 위해성을 상설 홍보해야 한다. 학교 교육과 교양강좌에서도 금연의 필요성을 반복해 가르쳐야 한다.

마치 위해성이 없는 것처럼 교묘히 지어진 ‘전자담배’라는 명칭도 ‘가열담배’로 바로 잡아야 한다. 어떤 방식이건 간에 모든 담배는 건강에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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