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태계를 위협하는 불가사리··· 유해해양생물로 지정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불가사리
불가사리

[녹색기자단=환경일보] 김수현 학생기자 = 성탄절이 다가오면 길거리 곳곳에서 트리 장식을 쉽게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트리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꼭대기의 장식. 반짝이는 별을 다섯 갈래 빛줄기로 표현한 별 기호의 모양이지만, 자연에서도 똑 닮은 모양을 찾을 수 있다. 이름에서부터 별을 닮아 ‘스타피쉬’라고 불리는 불가사리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이지만, 불가사리가 오래전부터 해양생태계의 위협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유해해양생물로 지정된 불가사리, 해양생태계 교란 일으켜 

불가사리는 대표적인 유해해양생물로, 한국에서는 해양수산부에 의해 지속해서 관리되고 있다. 유해해양생물이란 ‘해양생태계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라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주는 해양생물로 해양수산부가 정하는 종을 말한다. 불가사리들은 먹성이 무척 좋은데, 피조개나 바지락 등 국내 양식장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어서 유해 생물로 지정됐다.

상황이 이런 만큼, 국내에서는 어민들의 불가사리 사냥을 지원하고 불가사리 개체 수를 조절하는 등 적극적인 퇴치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먹이가 부족할 경우 조개와 같은 어패류를 넘어 해조류, 심하게는 같은 불가사리류까지 포식하기 때문에, 양식장을 넘어 해양생태계 전체에 극심한 피해를 줄 수도 있다.

특별한 천적도 존재하지 않고 말 그대로 주변을 ‘싹쓸이’해서, 바다의 해적이라는 악명높은 별명도 붙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불가사리가 해양생태계에 줄 수 있는 악영향을 고려해, 특히나 포식성이 높은 아무르불가사리를 ‘세계 100대 침입종’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불가사리는 대표적인 해양생태계 교란 생물이지만, 동시에 해양생태계의 핵심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세계 100대 침입종으로 규정된 아무르불가사리 /사진출처=국립생물자원관
세계 100대 침입종으로 규정된 아무르불가사리 /사진출처=국립생물자원관

‘생태계 핵심종’ 불가사리··· 생물다양성 증진 효과 내기도

핵심종(keystone species)이란 지구상에서 개체 수, 또는 차지하는 생체량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생태 환경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식물들을 일컫는 말이다. 핵심종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하천을 가로지르는 댐을 만드는 비버는 하천의 물의 흐름을 변화시키며 정수 생태계를 형성한다. 코끼리의 경우, 큰 몸집으로 걸어 다니며, 어린나무들을 밟아 죽이기 때문에 나무가 자라지 않고 초지가 유지되도록 돕는다. 이러한 핵심종들은 그 종이 절멸하면 다른 많은 종이 함께 사라질 수 있으며, 특정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무척 크기 때문에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주변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워 파괴하는 불가사리가 대체 어떻게 이런 핵심종으로 여겨질 수 있는 것일까? 정답은 바로 이 ‘파괴’에 있다. 불가사리가 조개를 먹어 치워 개체 수 조절을 하면서, 조개 외의 다른 수생 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워싱턴 대학 생태학 교수 로버트는 과거 워싱턴의 타투쉬 섬에서 자주 불가사리를 제거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 때문에 자주 불가사리의 주요 먹이였던 홍합의 개체 수가 심하게 증가하면서, 바다 달팽이, 바다 조류, 각종 조개류를 몰아냈다. 결과적으로 타투쉬 바다의 생물다양성은 감소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파괴’ 활동은, 단순히 먹이 외의 생물들 외에도, 먹이가 되는 생물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불가사리는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로 다양한 조개 종을 가리는 것 없이 제거할 수 있으며, 이는 조개 내에서도 종 균등도를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이는 먹이가 되는 조개 종의 생물다양성 또한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어쩌면 진정한 교란종은 바로 인간일지도

이처럼 불가사리는 외부 생태계로 유출되는 경우 그 생태계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어 침입종으로 분류되지만, 자연 상태에서 적절한 자리에 있는 경우 해당 지역의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핵심종이 된다. 위에서 언급된 아무로불가사리 또한, 선박의 발달로 함께 이동하게 되면서 외래종으로 유입되었기에 유해 생물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불가사리를 골칫거리로 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래 침입종을 제외하고, 한 가지 더 큰 이유가 있다. 앞서 서술했듯, 불가사리는 양식장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불가사리가 이렇게 조개를 포식한다면, 그 자리에 새롭고 다양한 조개 종이 들어와 생태계가 유지된다. 그러나 양식장에서는 다양한 생물 종을 용납할 수 없다. 양식장이 단 하나의 생물 종만을 유지하고 있기에,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동물인 불가사리의 일방적인 피해자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어쩌면 ‘바다의 해적’ 불가사리는, 생물다양성을 낮추는 인간이라는 교란에 대한, 자연의 방어 작용일지도 모른다.

양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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