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만 석탄, LNG 구입비 13조원 추가 지출
[환경일보] 올해 적자 규모가 30조원에 달할 전망인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한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가운데, 기후솔루션은 7일 문제의 근본 원인인 화석연료 조기 퇴출 목표 설정을 개정안의 조건으로 제시할 것을 요구하는 공개 서한을 국회의원 300인 전원에게 발송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에너지 공급망 충격으로 전례 없는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가스를 비롯해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한전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한전은 석탄, LNG와 같은 화력발전 기반 발전소 생산 전력 구매 비용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동기 대비 13조여원을 추가로 지출했다. 올해 전체 영업적자는 3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런 한전 경영 부실의 근본 원인은 전력 생산을 화석연료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에 있다는 것이 전문 연구소의 분석이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지난 10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화력발전이 한국전력 발전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연료비가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는 구조임을 감안했을 때, 변동성이 크고 비싼 화석연료에 대한 과도한 노출이 지난 10년 동안 한국전력의 수익을 악화시킨 주범”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기후솔루션은 공개 서한에서 “이런 원인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사채 발행 한도를 늘려 한전의 운영 방식을 유지시켜 주는 것은 국회의 책임 방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개 서한을 통해 “국회가 이대로 한국전력의 사채 발행한도를 증액한다면 화력발전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승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러한 조치는 우리나라 전력산업으로 하여금 경제성을 상실한 채 좌초될 고위험투자군인 화력발전 자산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도록 조장함으로써 우리나라 전력산업을 부채의 늪에 빠지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한전 사태는 전력 시장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법 개정안에 따라 사채를 더 발행할 시 금융 시장에 또다른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수십조원 규모의 한전채는 한국전력의 악화된 재정 건전성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보증한다’는 점 때문에 같은 조건의 회사채가 받을 신용등급에 비해 6~8단계 높은 장기 신용등급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그런데 이런 사채가 시장에 쏟아지면 사채 시장의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국내 다른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은 경색된다. 한계 기업들의 연쇄 부도로 인해 국가 경제에 큰 위기까지 불러올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더 큰 혼란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국회가 한전채 발행 한도 증액을 늘려준다면 기후솔루션은 이를 한전 개혁의 계기로 삼아 2개 요구 조건을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첫째, 한전에게 2030년 석탄발전 퇴출을 비롯한 화력발전 조기 퇴출의 구체적인 목표를 요구하고 약속 받을 것, 둘째, 석탄발전의 조기 퇴출과 정의로운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공적자금 투여 시 재생에너지에만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비롯한 구체적인 조건을 부과할 것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