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표지인증 제외 1년, 납품 취소·인증 비용 등 금전적 피해 확산
“새로운 인증제도 약속” 환경부··· 재활용 시스템 개선책 언급 없어

[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지난해 말 갑작스러운 정부 정책 변경으로 일회용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생산·판매하는 중소기업들의 손해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에서 부여하는 친환경 제품 인증을 받고 ‘일회용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해 온 국내 200개 이상 기업들은 성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11월4일 일회용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의 환경표지인증 제외 발표 이후, 정부와 환경부의 별다른 후속 조치 없이 1년 가까이 지났기 때문이다.
환경부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 환경표지인증은 2003년 시작됐다. 땅에 묻으면 100% 생분해되고 퇴비화가 가능해 매립지가 부족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부와 기업인들의 주목을 받았고, 2003년부터 이어진 정부의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 정책에 많은 중소기업들은 생분해성 플라스틱 생산업체로 업종을 전환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3000억원으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환경부 환경표지인증을 받은 기업에는 정부포상, 공공기관의 의무 구매, 제한경쟁입찰, 지명경쟁입찰, 인증제품 홍보 및 유통 판매처 개척 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일회용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 있어 친환경 인증 대상 여부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환경표지인증에는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1100만원까지 비용이 든다. 3년마다 필요한 인증 갱신에는 300만원에서 500만원 사이의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올해 12월 1일 발표한 환경표지 인증제품 현황을 보면 생분해성 수지 제품 인증 기업 수는 186개, 제품 수는 396개에 달한다. 기업 대다수가 환경부의 인증 취소 전 인증 갱신을 위해 추가 비용을 냈다.
또한 정부의 일회용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으로의 완전한 전환을 예상해 앞서서 공장 설비에 투자한 기업들도 있었다.

정부의 지원 정책 발표··· 중소기업 “이해 불가”
매일 손해가 쌓여가는 중소기업들의 상황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11월25일 열린 플라스틱 산업의 날 행사에서 환경부와 지속 협의해 2024년 말까지 ‘일회용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환경표지인증 대상에 포함하는 등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장 활성화 저해 규제를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 녹색산업혁신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환경을 보호하고 새로운 환경표지인증을 시작해 생분해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며, “기업이 바이오매스 다회용품 생산으로 전환 시 초저리 정책융자·국고 보조금을 지원하고 2025년부터는 생분해 인증시험을 일반 토양 기준에서 분해가 가능한 조건으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환경표지인증을 시작하겠다는 환경부와 일회용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환경표지인증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산업부의 의견에 시급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기업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생분해 플라스틱 생산업체 대표 김민석(가명)씨는 “2003년 이후 약 20년간 생분해 일회용 플라스틱을 친환경 제품으로 홍보해 온 정부가 하루아침에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들은 친환경적으로 처리되지 못한다고 하고, 지원해줄 테니 업종을 변경하라고 하는 것은 정책 실수에 대한 책임을 중소기업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정준 그린플라스틱 연합 사무총장은 “기업에 대책을 마련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환경표지인증 취소를 우선 발표해 생분해성 수지 제품 납품이 중단되는 등의 타격을 입었다”며 “기업들이 받을 피해와 업종 전환 전후로 있을 어려움에 대한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2030년부터 직매립 완전 금지,
퇴비화 시설 필요 제기··· 환경부 “NO”
전문가들 역시 대부분의 생분해 플라스틱 제조업체가 스스로 기존 시설과 기술을 버리고 업종을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현선 조은플라텍 대표는 “정부 의견대로 환경표지인증이 현실적으로 바뀐다고 해도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친환경으로 인정받고 정착되려면 우선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한 재활용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대중에게 친환경으로 인정받고 정착되기 위해선 100% 퇴비화가 필요하다. 따라서 퇴비화를 위한 매립지나 전용 시설이 충분하게 필요하지만, 수도권 3개 시도는 2026년부터, 그 외 지역은 2030년부터 직매립이 금지된다. 남은 선택지는 퇴비화 전용 시설뿐이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정부 정책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생분해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A업체 김근우씨(가명)는 “정부는 비현실적이고 단편적 지원정책이 아닌 플라스틱 생산-소비-수거 체계에 대한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며 “생분해 플라스틱만 수거할 시스템과 처리할 수 있는 시설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기업들의 주장에 환경부 관계자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생산량이 퇴비화 시설이 필요할 만큼 생산되지 않고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생분해 플라스틱만 따로 분류하기도 어려워 퇴비화 전용 시설을 설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 배려 부족한 정책··· 함께 소통·준비해야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환경 정책과 생분해 플라스틱을 포함한 바이오 플라스틱 개발에 나서고 있는 세계 흐름에 맞지 않는 정책 방향을 지적했다.
환경부는 환경표지인증 제외를 발표하기 불과 4개월 전인 지난해 8월24일 ‘환경표지 대상 제품 및 인증기준 개정고시’를 통해 생분해성 수지 제품의 환경표지인증 조건을 공지했다. 기준에 맞춰 인증을 준비하던 기업들은 인증 제외에 직격탄을 맞았다.

선진국들은 이미 친환경 플라스틱 산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프랑스는 2017년부터 비분해성 및 퇴비화가 불가능한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금지했다. 스페인은 지난해 바이오플라스틱을 제외한 모든 플라스틱 봉지 사용을 금지했다.
나아가 전 세계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2020년 48억110만 달러로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의 약 46%를 차지한다. 2025년에는 114억 달러까지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정부의 정책에 비판이 많은 상황에 정책 시행 전 충분한 사전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 첫 번째 원인이라고 지적한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정책 변경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기업과 소통하며 인프라 구축 등 의지를 먼저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장 교수는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바이오 플라스틱 사용을 촉진하는 방법을 찾되 구체적인 정책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