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의존 에너지 전환 시급‧‧‧ 주민 갈등 해소‧에너지 공동설계 필요
정부 예산 편성 및 지자체 지원으로 ‘K-ESTEEM 사업’ 실효성 높여야

[전경련회관=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기후위기 시대, 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라 촉발되는 주민 수용성을 해소하기 위해 주민, 사업자, 이해관계자 등이 함께 에너지를 공동 설계하는 ‘한국형 재생에너지 수용 증진 프로그램(K-ESTEEM)’과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예산 및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과 (사)에너지전환포럼은 26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주민 수용성 제고를 위한 에너지 공동설계 세미나’에서 ‘에너지 전환 갈등 해소 및 시사점’을 주제로 국내 에너지 갈등 예방과 대책 등을 논의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촉발로 에너지 위기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EU의 에너지 단가는 3~5배로 치솟았으며, 우리나라도 한전 적자가 계속 누적되고 있어 에너지 안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한국은 에너지의 93% 이상을 수입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비용은 지난 9월 기준 183조를 돌파했다. 한 해 정부 예산이 약 600조원 정도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는 셈이다.
에너지 확보 위한 ‘주민 갈등 실증적 문제 해소’ 우선
최성광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에너지 안보 확보는 중차대한 문제로서,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에너지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하려면 신재생에너지를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현 정부의 원전 정책을 위해서도 부지에 따른 주민 갈등의 실증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이해관계자 간 상반된 관계를 K-ESTEEM 실증사업을 통해 갈등을 원활히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ESTEEM이란 2020년에 만들어진 유럽의 갈등 예방 프로그램이다. 유럽은 여러 사회적 이슈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바이오를 포함한 26가지 사례 중심으로 사업 초기부터 이해관계자들 간 공정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 ‘방법론적 매뉴얼’을 설정했다.
유럽의 ESTEEM은 6단계로 설계했으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은 이를 우리나라에 도입하면서 유럽과 달리 총 10단계의 과정을 거치도록 기획했다. 해당 사업은 에너지전환포럼 등과 함께 국내 사정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
현재 K-ESTEEM을 진행하고 있는 사업 대상지는 ▷영광군 월평마을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양평군 개군면 ‘레포츠공원’ 햇빛두레발전소 ▷여주시 산북면 송현리 마을태양광 사업 세 곳이다. 해당 사업의 기간은 8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5개월로 잡고 있으며, 대상 지역 선정부터 7단계까지 완료하고 8단계를 추진하고 있다.
K-ESTEEM 역량 강화와 컨설턴트 독립성 확보해야
K-ESTEEM 재생에너지 공동설계 프로그램 실증의 성과와 의의를 발제한 박진희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는 ‘K-ESTEEM 실행 주체 역량 강화 프로그램 도입’과 ‘컨설턴트의 명확한 역할과 지위 체계, 독립 지위 확보’를 통해 사업 적용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장에서 태양광 등 사업 계획에 필요한 정보 습득과 사업 성공 지역과의 정보 교류 등에 대한 요청이 많았으며, 컨설턴트의 조력은 관련 교육 프로그램 혹은 금융 전문가 자문회의 기획 등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 그는 “K-ESTEEM 실행의 핵심 역할을 컨설턴트가 수행하고 있으나, 컨설턴트 지위가 확보되지 못하면 실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갈등 조정의 경우 컨설턴트의 독립성을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재단의 준비가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마을주민으로서 지역별 공동계획 참여 주체자인 강해윤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은 고금리 시대인데 정권이 바뀌면서 예전처럼 자금이 원활히 보급되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는 결국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적어진다는 의미다. 강 이사장은 금융업도 잔뜩 움츠리고 있는데, 계통문제를 해결한다는 목적으로 마을 앞에 송전탑이 세워진다는 건 더욱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신뢰’, 재생에너지 사업 시 가장 중점
영광군 월평마을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에서 개발사업자로 참여 중인 (주)승화기술 서천일 이사는 태양광 사업 시 가장 중요한 점은 ‘신뢰’라고 못 박았다.
서천일 이사는 “신뢰 구축에만 1년이 걸렸다. 지역주민-지자체-시공사의 의견‧목표가 일치해야 한다”며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해 발전사업 추진 주민동의 실시, 수익금 분배를 위한 조합 가입, 발전소부지 13필지 토지사용동의 등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외 부족한 부분은 K-ESTEEM의 개입 및 도움으로 주민 교육 및 에너지 공동 프로그램, 영농형 태양광 설치에 대한 교육 및 홍보, 영농형 태양광 실증모델 견학을 병행하고 있다.

시민단체, 사업체, 주민만 참여하는 ESTEEM 사업의 실효성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지자체, 연구기관 ‘객관적 지표’ 바탕 요구
이동진 GS풍력 차장은 사업자에 대해서 주민들은 100%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기에 국가나 정부, 연구기관에서 제3자 입장에서 측정한 객관적인 환경적 영향 자료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승문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ESTEEM 사업의 성공을 위해선 지자체의 법률 지위 확보와 정부 참여가 필요하다고 했으며, 최충기 양평군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도 동일한 시각으로 지방정부 단위에서 이 프로젝트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이사장은 각 지방정부에서 컨설턴트를 최소 2명씩 선정해 2인 1조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순환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에너지 공동설계’, ‘컨설턴트 조력’과 같은 용어도 다소 편향적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승문 연구위원은 “에너지 공동설계의 궁극적 요인은 갈등 해소인데,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시키기에 앞서 이 단어는 중립적이지 않다”며 “컨설턴트 조력자의 ‘조력’이란 말 또한 중립적 표현이 아니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기에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