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반도체 산업, 지속가능성·순환경제 모델로 가야”
반도체 분야 탈탄소화·에너지 소비 감축 등 양국 기술협력 기대

피터 웰하우즌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선임 과학기술혁신 담당관은 네덜란드 친환경 기술력과 한국 반도체 산업과의 연계 방법으로 “우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기술을 함께 찾아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박선영 기자
피터 웰하우즌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선임 과학기술혁신 담당관은 네덜란드 친환경 기술력과 한국 반도체 산업과의 연계 방법으로 “우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기술을 함께 찾아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박선영 기자

[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지난해 11월17일 한국과 네덜란드는 60년간 이어온 포괄적·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것에 합의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네덜란드 마크 루터 총리는 경제 분야 핵심 합의 내용에 ‘반도체 생산장비 분야 강국인 네덜란드와 반도체 제조 분야 강국인 대한민국이 상호 보완적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 전세계 수출 1위 국가이며, 네덜란드의 한국 수출 품목 1위는 반도체 장비다. 즉, 한국에서 생산된 대부분의 반도체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로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많은 에너지와 물,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반도체 생산은 기후위기 시대를 역행하는 산업으로 지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신환경전략 선언을 통해 물 취수량 증가 제로화, 2050년까지 반도체 생산 분야의 탄소중립 달성을 이룬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에 동참하기 위해 반도체 원료 채취부터 제품의 생산, 서비스 등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산출하는 전과정평가 체계를 구축했다.

주한 네덜란드대사관은 기후위기 시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지원하는 ‘네덜란드 테크 세미나‘를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E1 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세미나는 SEMICON KOREA 2023 전시회 기간에 진행된 행사로 네덜란드의 반도체 기업 및 연구 기관들의 솔루션을 소개하는 자리로 마련됐으며, 대한민국과 네덜란드 기업·기관과의 비즈니스 협력, R&D 파트너 발굴·투자 기회, 지속가능한 반도체 산업을 위한 기술협력 등이 논의됐다.

세미나에는 공정용 석유화학 계열의 화학소재를 바이오기반으로 대체하는 기술, 대수층축열(ATES)을 이용한 클린룸의 고효율 냉난방, 그린 컴퓨팅 달성을 위한 네덜란드의 신소재 연구 사례 등의 다양한 솔루션이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과 연구 기관 연사들을 통해 소개됐다.

네덜란드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55%다. 네덜란드가 포함된 EU 회원국들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 대비 최소 40% 이상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8년 국가 전체 탄소배출량 기준 4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덜란드 반도체 산업 소개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피터 웰하우즌(Peter Wijlhuizen) 주한 네덜란드대사관 선임 과학기술혁신 담당관을 만나 기후위기 시대 반도체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양국 간 공통 이슈와 협력 사안에 대해 들어봤다.

피터 웰하우즌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선임 과학기술혁신 담당관이 네덜란드 반도체 산업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선영 기자
피터 웰하우즌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선임 과학기술혁신 담당관이 네덜란드 반도체 산업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선영 기자

반도체 산업 육성만큼 환경에 미치는 영향 최소화 중요

Q. 네덜란드 반도체 산업의 가장 큰 이슈라면

네덜란드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장비 분야를 선도하며, 반도체 장비 공급체인 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반도체는 현재 모든 산업에 기반이 될 정도로 중요하지만 문제는 생산에 너무 많은 에너지와 물, 독성물질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 지구적으로 봤을 때 대부분의 국가들은 반도체 산업 육성도 중요하지만 반도체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 공정이 미세한 공정 쪽으로 발전을 해 왔을 뿐 전기와 물을 적게 쓰는 방향으로는 발전이 거의 없어 환경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변화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것은 삼성도 알고 모든 반도체 관련 기업이 공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집트 COP27(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반도체 산업에 있어 탄소중립을 위한 방향성을 정하고 목표를 설정해 나갈 반도체 얼라이언스 셉터가 운영되기도 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반도체 장비를 가지고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의 역할이다. 전기를 덜 쓰는 장비가 필요하다고 장비 업체에 계속적으로 알려야 한다. 네덜란드는 친환경 부분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

SEMICON KOREA 2023 전시회에 참가한 세계 최대 노광장비 네덜란드 기업 ASML. n나노대의 반도체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EUV(극자외선) 노광장비가 필수적인데 ASML은 이 장비를 제작하는 세계 유일의 기업이다. /사진=박선영 기자
SEMICON KOREA 2023 전시회에 참가한 세계 최대 노광장비 네덜란드 기업 ASML. n나노대의 반도체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EUV(극자외선) 노광장비가 필수적인데 ASML은 이 장비를 제작하는 세계 유일의 기업이다. /사진=박선영 기자

Q.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의 탈탄소화 노력과 대표 기술이라면

반도체를 생산하는 클린룸은 항상 항온·항습을 유지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다. 네덜란드 테크 세미나에서 발표에 나선 기업들을 살펴보면 난방이나 냉방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도 있다. 에너지를 적게 쓰고 탄소 배출은 줄이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다. 식품 보존료를 만들던 회사도 세미나에 참석했다. 사탕수수를 발효해 만든 젖산을 이용해 솔벤트 용매제를 만든 기업이다. 이처럼 기존 산업 분야에서 사용 중인 기술이 반도체 분야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네덜란드 친환경 기업 기술의 특징이다.

기계를 개발하는 NTS 그룹은 버스 개발과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업체다. 장비를 만드는 와중에 버려지는 부산물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폐기물을 최소화하며 반도체 장비를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장비는 최소한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장비 개발에 순환경제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이 장비는 현재 한국에 납품 중이다.

세미나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한스 힐헨캄프 네덜란드 트벤테대학교 나노&응용물리학과 교수의 강연 주제는 ‘그린 컴퓨팅 달성을 위한 네덜란드의 신소재 연구 사례’였다. 실리콘이 아닌 에너지 효율이 높은 다른 소재로 반도체를 만들어 5년 내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SEMICON KOREA 2023 전시회에 참가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사 ASM. 반도체 원자층증착(ALD) 장비 세계 1위 업체로 반도체 제조공정 중 증착공정(웨이퍼가 전기적 특성을 가지도록 다양한 물질의 박막을 입히는 과정)에 활용되는 장비를 주로 생산한다. /사진=박선영 기자
SEMICON KOREA 2023 전시회에 참가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사 ASM. 반도체 원자층증착(ALD) 장비 세계 1위 업체로 반도체 제조공정 중 증착공정(웨이퍼가 전기적 특성을 가지도록 다양한 물질의 박막을 입히는 과정)에 활용되는 장비를 주로 생산한다. /사진=박선영 기자

Q. 기후위기 시대 반도체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네덜란드 정부의 정책은

네덜란드는 반도체 뿐만 아니라 농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정책에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을 포함시켰다. 농민들의 반발도 있지만, 기후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요소를 줄여야 한다는 점에서 제조산업이나 농업 모두 같다. 차후 석유화학제품이 아닌 바이오 제품을 최대한 이용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희토류 사용도 줄이고 이미 사용된 것들을 재사용하는 순환경제 모델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네덜란드는 태양광보다 해상풍을 이용해 만든 에너지를 더 많이 쓰고 있다. 현재 에너지믹스에서 20% 정도를 해상풍력을 통해 사용하고 있고 더욱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여기에 한국과 비슷한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를 2기 정도 건설할 것이다. 자국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로 에너지를 많이 만들고 있지만 2035년쯤에는 사용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터 웰하우즌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선임 과학기술혁신 담당관 /사진=박선영 기자
피터 웰하우즌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선임 과학기술혁신 담당관 /사진=박선영 기자

에너지 소비 줄이는 기술, 한국과 함께 찾아나서야

Q. 네덜란드 친환경 기술력과 한국 반도체 산업과의 연계 방법을 제안한다면

네덜란드는 다양한 친환경 해법들을 가지고 있지만 이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 한국도 해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을 교류하고 상용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양국 간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이제 각 나라에 어떤 아이디어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전기를 저렴하게 사용하는 편이지만,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도체 산업에 전기가 많이 사용되는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전기를 적게 쓰는 대체 소재를 찾고 물 사용 관련해서는 외부에서 물을 끌어오지 않아도 물 사용량을 줄이거나 사용된 물을 재활용해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 나가야 한다. 단, 제품과 장비 성능을 저하시키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이 같은 변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석유화학물질 대신 바이오나 친환경적인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기술도 함께 개발돼야 한다.

네덜란드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해상풍력 분야는 한국에서 성과를 만들어 내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존 방식을 바꾸는 것은 큰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에너지 사용을 3~4%만 줄이는 일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다. 기계에서 손실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윤활유를 선택하는 일 등이 포함된다.

NTS 그룹처럼 제품 생산과정에서 폐기물을 줄이는 것과 반도체 공정에서 독성물질 처리에 사용되는 에너지, 물 사용을 줄이는 바이오 소재를 찾아 사용하는 것 등이 있다. 이제부터 한국과 시작해 나갈 것이 많다. 우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기술을 함께 찾아나서야 한다.

[피터 웰하우즌 주한 네덜란드대사관 선임 과학기술혁신 담당관이 전하는 ‘기후위기 시대’ 지구를 살리는 한마디]

지속가능성을 위한 노력은 전 지구적인 흐름이며, 에너지 전환을 위한 변화는 시작됐다. 지속가능성과 에너지 전환은 건물, 자동차 등 모든 곳과 동시에 연결된 개념이다. 우리는 지속가능성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 많은 것을 혁신해야 한다. 이 부분은 네덜란드와 한국의 공통 관심사이다.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오늘 세미나에서 우리가 모여서 이야기한 이슈이기도 하다. 우리 미래는 우리가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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