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많은 사람들이 ‘소음’이란 것을 ‘공해’로 인식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까지도 소음이란게 눈으로 판단할 수 있는 오염이 아닌 만큼 모두가 피해를 입으면서도 정작 피해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외면받고 있는 소음문제, 그렇다고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문제 역시 ‘소음문제’인 상황에서 한창 '생활소음저감종합대책'을 수립중인 김정태 교수를 만나봤다.

[#사진1]수질, 대기... 그리고 생활공해

“지금까지도 ‘환경문제’하면 수질, 대기 등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는 환경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슈였지만 현재 상당부분 해결도 많이 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문제는 꾸준히 있어 왔지만 해결되지 않았던 부분이 바로 소음이나 악취, 그와 더불어 실내공기질 등의 생활공해로 볼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생활공해가 이제까지 환경분야에서는 대분류에 들어가지 못했던 게 사실이지만 대분류에서 어느 정도 해결이 되고 국민들의 관심이 포화되다 보니 중·소분류에 포함됐던 이러한 생활공해 문제들이 서서히 국민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러한 문제인식의 전환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어느 나라에서든 선진화되는 과정에서 바로 이러한 2차적인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거의 전국민에게 노출되어 있는 생활소음. 우리나라에도 ‘소음·진동규제법’이란게 있다. 하지만 법이 오래된데다 중간중간 정책의 변화로 현재 법조문은 구멍이 뚫린 상황이다. 이러한 구멍뚫린 소음·진동정책을 다시금 체계화하는 작업에도 김 교수가 진행해 나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점차 규제를 없애는 상황에서 규제법을 만든다는건 부자연스러운 현상인 만큼 명칭변경과 더불어 구멍뚫린 법조문도 재정비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법의 내용도 소음발생원 중심보다는 피해자 중심으로 그 비중을 달리할 예정입니다.”
현재 김정태 교수는 한국소음진동공학회 차원에서 환경부 용역사업 ‘소음진동저감 종합대책’을 만들어 왔으며 조만간 가시화 될 예정이다. 이제까지 소음진동과 관련한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이 없었던 만큼 이번에 연구한 자료가 앞으로의 가이드라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는게 그 의의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나가는게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닙니다. 결국에는 비용의 문제로 누군가에게는 비용이 보다 부담되는 결과를 나으니까요. 아직까지도 사업을 벌이는 사람 즉 소음을 발생시키는 사람이 보다 많은 힘을 싣고 있는게 사실인 만큼 환경부가 맥을 못 쓰는 게 현실이지만 이런 상황인 만큼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환경부만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니까요.”

물 속에서 더 심각한 '소음'

“최근에 들은 바로는 어느 골뱅이 양식장 주변에서의 공사소음으로 인해 골뱅이들이 집단 폐사했다고 하더군요. 다른 이유없이 소음·진동으로 인해 폐사했다는 것이죠. 물론 물 속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만큼 진동으로 인한 피해라고 볼 수 있죠.”
골뱅이에 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소음·진동으로 인한 폐사까지 이어질까 의문스럽지만 놀라운 건 소음이라는게 물 속에서는 결코 죽지 않는다는 사실. 더군다나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동경만에서 군함을 구축하는 소음이 물결따라 흐르고 흘러 샌프란시스코에까지 전달됐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니 말이다.
소음의 위력이 이렇게 큰지 놀라울 따름이지만 김 교수는 가정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그 방법을 전한다.
우선 가정에서 사용되는 욕실에 물을 채우고 그 안으로 귀까지 잠기게 있다보면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고 내려오는 소리나 그 외, 오히려 일상에서는 들리지 않던 소리들이 신기하게도 다 들린다고 한다. 전문적으로는 공기의 비압축성, 물에서는 공기가 압축되지 않으므로 일상에서 들리지 않는 소리도 들리게 된다는 것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물 속에서 소음의 위력이 이렇게 크다는 사실을 알고나니 문득 최근 수중소음으로 인해 물속 생물들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도가 떠오른다. 사실 이러한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란건 분명하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간과했을 따름이다.

소음... 가해자도 결국엔 피해자!

“다른 환경문제를 얘기할 때 항상 비교하는게 선진국의 사례지만 소음과 같은 경우는 선진국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게 없습니다. 소음은 도시의 집결화의 문제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나라는 오히려 소음문제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며 그런만큼 우리나라에서 소음의 비교대상은 일본이나 홍콩, 일부 유럽 등 인구집적도가 높은 도시국가로 볼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그나마 소음과 관련해 제도적으로 가장 잘 된 나라는 홍콩으로, 우리나라도 소음 관련 제도가 뒤떨어진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선진화 수준도 아닌 만큼 이러한 홍콩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추세에 있다”고 덧붙였다.
‘소음에는 선진국이 따로없다’ 말이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여느 환경문제와 달리 접근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만들어진 소음제도가 잘 된 제도일까. 우선 소음 발생원의 차단부터 제도화된데서 시작된다. 이러한 제도화 측면에서는 현재 국내에서도 잘 마련되어 있는 편이다. 자동차 소음원만 해도 국내 모든 자동차는 주행시 소음검사를 받아야 하며 공작기계나 건설기계 역시 소음표시제를 부착해야 하는 등 1차적으로 잘 된 제도화가 선진 소음제도의 우선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잘 된 제도는 ‘소음피해자’ 중심으로 제도화가 마련된 것을 꼽을 수 있다. 누가 소음을 발생했던지 간에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피해자 중심으로 소음관리를 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런 과정까지는 이르지 못한게 현실이지만 전국민의 절반이상이 소음의 피해자임을 감안한다면, 그리고 속속 항공소음이나 고속철로 인한 소음피해자들이 정신적인 피해보상을 받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피해자 중심의 제도가 조만간 자리잡히길 기대해본다.

신경 쓸 오염원도 많고 우선순위를 정해 개선해 나가야 할 오염원도 많다.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이 명칭변경과 더불어 생활소음과가 사라진 것과 환경부에서조차 소음과를 생활공해과로 뭉뚱그려버렸다는데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오염원 ‘소음공해’의 발생원부터 막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생활이 한층 올라갈 수 있는게 아닐까. <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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