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김귀곤 교수

환경영향평가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970년대 중반으로 이제 한세대의 경험이 축적된 제도라고 봐야겠다. 최근 들어 고속철, 국민임대주택,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기업혁신도시, 신도시건설 등 굵직굵직한 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이들 사업이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높아지는 관심 못지않게, 환경영향평가의 정책효과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환경보전과 개발간의 균형을 유지시켜 가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환경파괴에 대한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쉽지만은 않다.

외국의 환경영향평가와 관련된 제도
그동안 환경영향평가와 관련된 여러 가지 제도가 탄생했다. 환경평가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제도로는 지속가능성평가, 환경평가, 전략환경평가(SEA), 사전환경성평가, 환경영향평가(EIA), 사회영향평가, 경관영향평가, 재해영향평가, 인구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기술영향평가, 위험성평가(RA), 통합영향평가제도 등이 있다.
지속가능성평가는 지속가능발전원칙 하에 각종 정책, 지역계획, 도시계획, 프로그램 그리고 개별적인 사업이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문화적 지속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여, 지속가능발전에의 기여여부를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한편, 환경평가는 정책, 프로그램, 혹은 전략의 환경영향을 평가하는 것으로서 흔히 전략환경평가(SEA)라고 불린다. 환경영향평가(EIA)는 개별적인 개발사업의 환경영향에 대한 평가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환경평가(EA)와는 다르다. 지속가능성 평가는 환경지속성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지속성, 문화적 지속성 그리고 정신적 지속성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평가한다는 점에서 환경평가(EA)와는 차이가 있다. 이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는데 있어서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경제발전단계, 기술수준, 사회적가치 그리고 정책의지 등이 고려돼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환경영향평가와 관련제도
각종 계획과 개발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전 예방의 정책도구로서 환경영향평가와 사전환경성검토제도가 도입, 시행돼 오고 있다.
사전환경성검토제도는 각종 개발계획이나 개발사업을 수립·시행함에 있어 타당성조사 등 계획 초기단계에서 입지의 타당성, 주변환경과의 조화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토록 함으로써 ‘개발과 보전의 조화’ 즉, ‘환경친화적인 개발’을 도모코자 도입된 제도다.
현행 환경영향평가제도는 대부분의 사업이 타당성 조사와 병행하여 실시하지 않고 계획이 확정된 후 사업실시 단계에서 주로 오염의 저감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토지이용 등에 대한 대안제시와 입지의 타당성 등 근본적인 친환경적인 개발 유도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타당성조사 때 환경측면이 고려되지 않아 계획이 확정된 이후의 사업실시단계에서 환경영향평가 시 사업이 취소되어 사회문제를 야기 시키고 손실을 초래한 사례로는 동강댐과 시화호사업 등을 들 수 있다.
정부는, 최근 환경정책기본법을 일부 개정해 “전략환경평가체계”를 도입함으로서 개발과 관련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사전환경성검토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토록 추진하고 있다. ‘환경정책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따르면 우선 행정계획을 대상으로 전략환경평가 개념을 도입토록 하고 있다. 행정계획에 대한 사전환경성검토는 대안 설정· 분석 등의 평가를 통해 환경측면에서 계획의 적정성, 입지의 타당성 등을 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개정은 외국의 제도와 비교해 볼 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을 엿 볼 수 있다.
첫째, 외국의 SEA(전략환경평가) 경우와 마찬가지로 규모, 입지, 밀도와 용적률 등에 대한 대안을 설정하고 대안별로 영향을 비교·분석하여 최적 안을 선정할 수 있는 길이 트이게 됐다.
둘째, 외국의 SEA 경우와 달리, 상위단계인 정책단계에서의 평가는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정책의 경우 범위가 불분명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셋째, 외국의 SEA 경우와 달리 도시기본계획, 도시계획, 국토이용계획, 관광개발기본계획, 관광개발권역계획, 하천정비기본계획, 개발촉진지구 등에 대한 협의는 물론, 산업단지지정, 농공단지지정, 온천개발계획, 체육시설 설치 사업계획, 국방군사시설계획 등에 대한 협의가 포함되어 있어 계획과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일부 단위사업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넷째, 외국의 SEA 경우와는 달리 보전용도지역 내 단위개발사업도 SEA의 대상이 되도록 돼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하는 체계적 의사결정 지원수단이 될 수 있는 지속가능성평가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본격적으로 도입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의 전망
높아만 가는 환경친화적인 개발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 유엔이 채택한 의제21(Agenda21) 및 새천년 발전목표(MDGs)에 부응하는 각종 정책, 계획, 프로그램 및 사업의 추진을 위한 정책도구로서의 지속가능성평가와 환경평가의 개발을 위해 많은 노력이 앞으로 계속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 2월16일자로 범지구적인 환경문제인 온실가스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가 공식 발표됨에 따라 각종 개발사업의 범지구적 영향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범지구적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절차와 방법론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계획은 곧 개발로 이어지는 것으로 인식됨으로서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잘된 계획과 정책적 의지는 환경에도 이로울 수 있다는 믿음 위에서 미래의 삶의 질을 보호하고 자원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환경가치를 통합하는 계획기법이 보다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업으로 인한 환경영향 예측의 불확실성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시점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기에 그 속성상 영향예측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할 때에는 확실한 인과관계가 파악될 때까지 사업을 미루자고 하는 사전예방의 원칙은 더 무게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번 훼손된 자연은 돌이킬 수 없는 성질 즉, 불가역성, 불대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계획이나 개발과 관련된 인과관계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각종 기초연구·조사가 앞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좋은 자료와 정보가 있어야 1차 영향은 물론 2차 영향, 3차 영향 혹은 간접적인 영향과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몇 가지 제안
참고로 가장 최근에 환경부가 제시하고 있는 환경영향평가제도 개선방향은 다음과 같다.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의 상위 행정계획에서부터 단계적으로 사전환경성검토를 실시, 협의시기를 앞당겨 환경성을 조기 검토함으로써 친환경적 계획수립기틀 마련 및 사업의 원활한 추진도모, 환경성 검토방안을 대안설정 및 검토를 통해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체계로 개편, 의견수렴 실시로 개발사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조기 도출해 사회적 갈등 최소화 및 사업중단에 따른 손실 방지, “선계획-후개발” 체계확립을 통한 부담경감을 들 수 있다.
이 같은 노력과 더불어 성숙단계에 들어선 우리나라 환경영향평가제도를 한 단계 더 향상시키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속가능성 평가제도의 도입
지속가능발전의 기본이념과 원칙이 의사결정에 반영되도록 환경적 영향과 함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그리고 정신적 영향을 통합고려토록 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경우 지역계획과 지방계획은 물론, 저수지 입지선정과정에서도 지속가능성 평가를 하고 있다. 특히, 런던계획의 경우 조례로 지속가능성평가과정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둘째, 제도의 일관성 있는 적용
최근에 제정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의 제 20조에는 개발계획수립 시 환경보전계획의 수립 및 사전환경성검토 협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 협의가 '환경정책기본법 일부 개정법률안'에서 담고 있는 대안설정 및 분석 등 평가를 통해 환경측면에서의 계획 적정성, 입지의 타당성 등을 검토하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종래의 사전환경성검토나 새로 도입코자하는 전략환경평가체제와는 달리, 개발계획에 대한 사전환경성검토로 개발계획에 포함될 내용만을 중심으로 협의하는 것인가? 가 분명치 않다. 사업과 입지를 정해놓고 형식적인 절차로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밟는 “Minimalist Approach"는 지양돼야 한다.

셋째, 중점평가제도의 강화
나열식 평가방법에서 벗어나 쟁점항목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중점평가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모든 이해 당사자가 사업초기에 참여하여 이슈를 도출하고, 이를 토대로 이슈보고서(Issue Report)를 작성토록 현행 지침을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중점평가방법은 환경부가 제시하고 있는 환경영향평가 개선방향을 현실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김귀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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