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 논의, 위법 구성, 기업의 민원 창구” 주장

[환경일보] 3월15일 15명의 기후활동가들은 세종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 사무실의 현관문을 X자 모양의 붉은색 종이테이프로 부착해 일시 폐쇄하고, 탄녹위의 행태에 항의하는 메시지가 담긴 피켓을 현관문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후 이들은 그 자리에서 “밀실 논의, 위법 구성, 기업의 민원 창구! 이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필요없다”는 구호를 외치며 참가자들의 발언을 이어가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년 장기 기후정책인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추진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심의와 의결을 담당하고 있는 탄녹위의 편향되고 비민주적인 행태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번 퍼포먼스와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기후활동가들은 “밀실 논의, 위법 구성, 기업의 민원 창구! 이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필요없다”는 구호를 외치며 참가자들의 발언을 이어가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녹색연합
기후활동가들은 “밀실 논의, 위법 구성, 기업의 민원 창구! 이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필요없다”는 구호를 외치며 참가자들의 발언을 이어가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녹색연합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은 법정시한이 다 되어가도록 그 내용은 전혀 공개되고 있지 않았고, 법정시한 3일을 앞둔 3월22일 공청회가 예정돼 있다.

그간 기후위기 당사자들 위한 의견수렴 과정도 전혀 없었고, 오직 기업들의 민원과 고충을 듣기 위한 편향된 몇차례 간담회만 있었을 뿐이다.

아울러 위원회의 구성 자체도 다양한 사회계층의 대표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탄소중립기본법 15조를 무시하고 대부분 교수, 전문가, 그리고 경제단체와 기업을 대표하는 이들로 이뤄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본계획 관련 일부 확인된 내용에 따르면 산업부문 감축목표를 14.5%에서 5%로 축소하는 내용이 산업부가 제출한 초안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내용이 담긴 회의록 부분을 뒤늦게 삭제해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산업계의 책임을 다른 곳에 전가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산업계 감축목표 1/3 축소 논란

기자회견에 참가한 기후활동가들은 “이번 기본계획의 수립과정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난 내용만 종합해도 ‘밀실 논의’, ‘위법 구성’, ‘기업의 민원 창구’라는 수식어를 탄녹위에 붙이기에 충분하다”며 탄녹위의 해체와 전면적인 재구성을 요구했다.

또한 ▷탄소예산을 고려한 2030 NDC 강화, ▷산업계의 감축 책임 즉시 강화, ▷실효성 있는 정의로운 전환계획 수립, ▷핵발전 확대 정책 중단, ▷신규 석탄발전 중단, ▷온실가스 다배출, 생태계 파괴 사업 철회, ▷녹색성장 정책 폐기와 관련된 요구사항들을 탄녹위에 전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현정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은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을 누구를 위해서 하려는 것인지, 녹색성장에서 녹색은 무엇인지 단순 그린워싱인지 의문이 많이 든다”며 “이전 탄소중립위원회에서도 산업부문 감축률이 14.5% 인것에 대해 너무 산업계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런데 그 결과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현재 탄녹위”라고 비판했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당사자 대표성도 없는 탄녹위가, 초안 공개도 없이 공청회 의견수렴을 하고, 오직 산업계 의견 수렴만 하는 비민주적이고 위법한 탄녹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탄녹위는 기후위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산업계의 민원창구로 전락했다. 대통령은 1호 영업사원을 자임하고 환경부는 환경산업부로 변모했다. 기업의 감축책임 축소는 용납할 수 없다”며 “허울 좋은 녹색성장이 아닌 기후재난으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기후정책을 당장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후활동가들은 “밀실 논의, 위법 구성, 기업의 민원 창구! 이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필요없다”는 구호를 외치며 참가자들의 발언을 이어가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녹색연합
기후활동가들은 “밀실 논의, 위법 구성, 기업의 민원 창구! 이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필요없다”는 구호를 외치며 참가자들의 발언을 이어가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녹색연합

“밀실에서 온실가스 감축 숫자놀음만”

양동규 민주노총 기후특위 위원장은 “1년 전에 탄소중립기본법을 만들어 놓고, 국내 최상위 기후정책을 이렇게 졸솔으로 수립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일방독주와 역주행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신근정 지역에너지전환네트워크 대표는 “초안조차 공개되지 않아 정부계획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없어 지역에너지넷은 탄소중립계획에 담겨야할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고 이보다 더 강력한 목표가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 임기 내 1억 8천만톤 이상 감축, 2027년에는 순배출량 5억톤 이하 달성, ▷산업부문에서 기존에 제시된 14.5%보다 더 높은 감축목표 제시, ▷이를 달성할 재정을 적어도 국방비 예산 수준으로 매년 45조 이상 책정 ▷ 감축수단으로 원자력 반영 불가 ▷이행책임을 명확히 하고 감축 실패에 따른 강제력 있는 책임 분담을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밀실에서 온실가스 감축 관련 숫자놀음만 하고 있다. 분명한 직무유기다. 본연의 역할도 제대로 못하는 탄녹위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며 요구했다.

한편 사무실 바로 앞에서의 기자회견과 퍼포먼스가 종료가 된 이후까지도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위원회 담당자가 직접 나와 소통하겠다는 유선 답변이 있었으나 결국 위원회의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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