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 국내에서 이미‘슬로우 라이프’라는 책으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일본메이지학원대학 교수이며 문화인류학자인 츠지 신이치 교수를‘피스&그린보트’에서 만났다.

미국의 히피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Make slow love, Not fast war’ 즉 ‘전쟁이 나기 전에 사랑을 하자’는 말이 있다. 츠지 신이치 교수는 사람과 사람과의 평화, 그리고 자연과 환경과의 평화가 이뤄지는게 바로 ‘웰빙’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놀아달라고 조를 때 어른들은 ‘지금 그럴 여유 없다’는 말을 자주합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지금은 ‘환경’이나 ‘평화’ 따위에 신경 쓸 때가 아니라고 말을 하곤 합니다. 그럼 과연 무엇을 신경 쓰고 살아야 할까요? 환경이나 평화보다 중요한 게 도대체 무엇일까요?”
츠지 교수의 의미심장한 질문의 대답은 결국 경제라는‘괴물’이다.
“9·11 사태 이후 미국의 부시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당신이 애국자라면 소비생활을 즐기라’는 말과 더불어 ‘경제성장을 위한 환경파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자 필요한 일일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경제적인 이유, 시간적인 이유로 아이들이 놀아달라는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현재 일본에는 53개의 원자력 발전소가 있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사람들은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과연 그 시간들은 어디로 사라져버린 걸까요.”
사라진 우리의 시간을 찾는 일이 바로 우리 자신과 자연을 살리는 시발점이자 지름길인지도 모른다.

사라진 ‘자연의 시간’은 어디로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모모’라는 책을 보면 ‘시간도둑’이라는 말이 나온다. 나름대로의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 자기 시간을 사용하는 일이 점차 없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금의 사회가 ‘모모’에서 그리는 사회와 점차 비슷해지고 있다고 츠지 교수는 강조한다.
그렇다면 시간 도둑의 정체는 무엇일까. 대답에 앞서 츠지 교수는 ‘시간’에도 세 가지 종류가 있다고 설명한다.
첫째는 ‘자연의 시간’이다. 태양이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지는 것, 지구가 탄생하고 46억년이 지났다는 것, 식물과 동물에게도 나름대로 자연의 시간이 있다는 설명이다.
둘째는 ‘문화의 시간’으로 자연과 인간이 융합되는 시간으로 볼 수 있다. 자연은 ‘슬로우’라는 시간이고 이 시간에 인간이 잘 융합해 사는 게 바로 ‘슬로우 라이프’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제의 시간’이다. 빠르면 빠를수록 보다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는 특징이 있는 경제의 시간은 바로 경쟁으로 이어지고 이러한 ‘경쟁’이 중요하긴 하지만 경쟁만이 전부라는 생각을 하는 건 위험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일본에서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빨리 빨리’를 외칩니다. 한국은 어떤지요. 한때 한국에서 산을 오른 적이 있었는데 길을 잃어버렸어요. 하지만 한 사람이 자신의 방향과 반대 방향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가려는 코스까지 바래다 주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진정한 슬로우’라고 느꼈었죠. 자신의 시간을 버리고 저를 도와준 것이니까요.”
츠지 교수는 이렇게 가속화되어가는 경제의 시간이 자연의 시간과 문화의 시간을 앗아가고 있으며 이게 바로 ‘환경의 문제’라고 언급한다.

‘시간도둑’은 바로 우리 ‘자신’

“모든 환경의 중심은 바로 먹거리에 있다고 봅니다. 식생활이 바로 환경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죠. 식생활이 바로 환경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이를 반대로 말하면 식생활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환경문제의 절반은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경제의 시간이 가속화될수록 지구는 숨쉬기 힘들어하고 있으며 지구온난화로 생물의 종마저 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식생활이 변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공업제품은 보다 빨리 생산하는 게 관건이며 그나마 용납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예를 들어 닭이 알을 보다 빨리, 많이 낳도록 만드는 게 문제라고 봅니다. 이러한 효과를 내기 위해 닭과 돼지와 같은 가축들을 보다 좁은 공간에 몰아놓고 보다 많은 인공사료를 먹이고 있죠. 그리고 이러한 가축들의 관리도 철저히 컴퓨터로 계산되고 있어 마치 살아있는 ‘로봇닭’이 되어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생물의 시간을 이런 식으로 축소하게 되면 혼란과 불안정화, 폭력화를 낳게 되어, 닭들은 서로를 쪼아대고 돼지들 역시 서로 싸움이 잦아지지만 인간은 이러한 부작용에 대해서도 지능적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닭의 부리는 아예 잘라버리고 돼지의 경우, 이빨을 뽑아버리거나 꼬리를 잘라버리는 것이죠.”
하지만 중요한건 이렇게 닭과 돼지 등의 동물에 일어나는 일이 인간에게도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결국 동·식물의 시간을 뺏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 서로의 시간을 뺏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시간도둑은 그 무엇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었다고 일러준다. <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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