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녹색채권 규모 약 ‘12조원’‧‧‧ 환경부 “지원 사업 추진”
업계 “업무량 증가 및 추가비용 발생, 금리절감 효과 미미”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ESG를 경영의 핵심가치로 삼아 경쟁우위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금융기관들도 기업의 기후‧환경 분야 성과를 주요 투자 기준으로 삼고 있다.
특히 녹색채권의 활성화는 세계적 추세다. 녹색채권의 전 세계 발행 규모는 2007년 약 8억 달러에서 2021년 10월까지 총 누적 발행 규모가 1조5000억 달러에 이르는 상당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녹색채권이란 기후 완화, 적응 및 친환경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사용되는 유동적 금융 상품으로, ▷경제의 지속 및 성장 추구 ▷온실가스 배출 및 환경적 문제 ▷투자, 수익 등 양질의 금융서비스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녹색채권을 통해 조달된 자금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화 사업, 온실가스 감축 사업 등에 사용되고 있으며, 2021년 기준 우리나라에서도 녹색채권 시장의 규모가 약 12조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더불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 가이드라인이 수립되면서, 작년 한 해 동안 녹색분류체계 적용 시범사업이 시행됐다.
산업은행 탄소중립 핵심기술 금융지원, 신한은행 재생에너지 생산 금융지원, 한국수력원자력 재생에너지 생산 등 녹색채권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며 6000억이 넘는 발행금액을 달성했다.
이러한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한국형 녹색분류체계가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녹색채권 투자 활성화 환경 구축해야”
그럼에도 전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녹색채권의 점유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녹색채권 활성화가 필수적인 만큼, 민간에서 자연스럽게 녹색채권에 투자할 수 있도록 돕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녹색금융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데 있어 주춧돌이 될 한국형 녹색채권 활성화 방안에 대해 지난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전해철‧강병원 의원 주최 및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 주관으로 다양한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해철 위원장은 점차 확대되고 있는 녹색채권시장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입법부가 선도적 역할을 해나가며 제도의 정착과 지속적 발전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 위원장은 “녹색분류체계 본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금융기관의 제도에 대한 이해도 제고와 참여를 유인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이 중요하다”며 “녹색채권 인센티브 사업을 발굴하고 녹색분류체계가 규제가 아닌 기업 경쟁력 강화 지원제도로 정착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개회사를 마쳤다.
본 토론회에 참석한 유제철 환경부 차관은 “정부 재정 투자만으로는 부족하며, 민간 부문의 자금이 녹색 분야로 유입되도록 하는 ‘녹색금융’이 녹색 전환을 촉진시키는 중요한 과제”라면서 그린워싱을 방지하지 못한다면 투자자들의 신뢰를 훼손해 시장 성장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를 반영해 녹색채권 발행과정에서 그린워싱을 방지하도록 ‘한국형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발행 절차를 강화했다”며 기업의 녹색채권 발행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에 수반되는 비용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부성에 대한 ‘시장실패 보완’이 우선
이날 학계에서는 녹색채권은 환경투자에 좋은 투자 대안이나, 환경의 외부성에 대한 시장실패가 보완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 금융상품 대비 장점을 갖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녹색채권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발제한 송민섭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ESG 및 책임투자의 강화로 인한 녹색채권 수요 증가는 외적 요인에 의해 파생된 효과라고 설명하며, “ESG 요인에 대한 강화로 녹색채권의 수요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겠지만, 얼마나 통제 가능한 요인인지는 의문”이라고 부연했다.
서 교수는 K-Taxonomy가 녹색채권의 단점을 장점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다.

서 교수는 “녹색채권이 갖는 사전인증과 사후보고 과정이 기업의 환경성에 대한 신호효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전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22년 환경부 주관 ‘K-Taxonomy 시범사업’에 참여한 KDB산업은행 주동빈 부행장은 한국형 녹색채권 활성화 관련 제약 사항을 토로했다.
업계 “투자비중 확대 유도, 인센티브 제공해야”
사전‧사후 외부검토 및 K-Texonomy 적합성 판단에 따른 업무량이 증가하고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반면, 일반채권 대비 금리절감 효과가 미미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녹색채권 가이드라인 준수를 위한 사전‧사후 외부검토 비용으로 녹색채권 발행 건당 ‘3000만원+a(배분자산에 따라 추가)’이 든다. 또 국내 채권투자자들은 녹색채권에 대한 특별한 선호가 없어, 녹색채권 발행금리가 일반채권 발행금리와 차이가 없는 편이다.
주 부행장은 법적 책임 등 협조가 순탄치 않은 상황이기에 “금융기관의 녹색채권 발행 시, K-Taxonomy 적합성 판단에 필요한 자료는 사업주체인 거래처의 협조가 필수”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기금, 펀드 등 주요 채권 투자자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녹색투자 책임의식 제고 목적의 녹색채권 투자비중의 확대를 유도하고, 녹색채권 투자자에 대한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경부 장기복 녹색전환정책관은 녹색채권 발행 비용 지원사업은 민간 주도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성격의 사업이라고 전했다.
그는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데에 수반되는 이자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녹색전환을 위한 자금 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짐과 동시에 그린워싱에 대한 우려 없이 녹색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