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2] 최근 '경관법제정'과 관련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 경관법이 포함하고 있는 '경관'의 의미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간, 공간의 특징, 생태적인 경관의 특징을 잘 살려 하수 종말처리장을 '아름다운 생태공원 선유도'로 변신시킨 서울대 성종상 교수와 '경관(景觀)'에 대한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경관에 대한 생각은?
"경관이 가시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경관에는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내는 장소로서의 의미가 포함되기 때문에 표면적인 것보다는 장소의 '의미'가 더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서구의 형식미학적 시각으로 봤을때 보잘것 없는 것이 그 장소의 의미가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우리의 경관을 계획하는데 있어 너무 서구의 이론을 잣대로 적용하면 안된다. 문화와 공간이 배제된 계획은 획일적인 경관만을 낳을 뿐이다."

@ 경관관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지금까지 도시계획 등에서 시행해 온 도시경관의 관리는 너무 결과위주로 진행됐다. 하지만 결과위주의 경관관리는 현재의 모습을 더욱 조악하게 만들 수 있다. 걷고 싶은 거리를 보면 게이트, 의자 등 무언가를 첨가하려는 노력만을 기울여 시각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울 뿐이다. 이에 반해 인사동 거리의 경관은 무언가를 넣지 않고 경관을 살리려고 노력한 점을 높이 살 수 있다. 이것을 두고 함께 참여했던 김진애 박사는 'Designless Design' 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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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또 경관에 대한 마인드의 문제인데, 추상적인 설계와 디자인 만으로는 경관을 다룬다고 말할 수 없다. 그곳의 특징이 무언지,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살려야할 것이 무언지에 대한 깊은 사고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통해 대상 장소의 특성이 발현되야 하는 것이다. 공간을 설계하는 사람으로서 한마디 하자면 공간을 다루는 일은 개념적 이론으로 접근하면 획일화를 만들수 밖에 없다. 그 공간이 안고 있는 역사, 분위기, 주민들의 삶 등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관을 계획하는 것이 교량, 아치, 간판 등을 추가하고 이들을 모던하게 정리해 획일화시키는 것이라면 '경관법은 시행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도리어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문화공간을 없애고 획일적인 도시로 역진행될 수도 있다. 경관관리는 인위적으로 첨가하고 만들어 내는 Positive System이 아닌 Negative System으로 가야할 것이다."

@ '경관법' 제정에 대한 의견은?
"경관법은 천민자본주의에 의해 형성된 지금의 도시 경관이 조금은 걸러질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우려되는 부분이 더 많은게 사실이다. 앞서 말했지만 경관에 대한 개념 정립없이 공간에 대한 생각없이 접근한다면 또다른 획일화를 낳는 법이 될 것이다. 좀 나쁘게 얘기하자면, '계획지상주의'라고 할 수 있다. 무언가를 만들어 첨가하는 것이 계획의 전부는 아닌데, 경관을 계획한다고 하면 무언가를 첨가해야 한다고 잘못 생각하는 것 같다."

"또 하나 그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고려한 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농촌경관을 생각해보면 일제때부터 시작된 경지정리에서 부터 전통적인 경관은 사라졌으며 요즘엔 도로건설 등으로 많은 지역이 망가져 있다. 농촌경관에서 가장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농민들의 생활을 전혀 고려치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구리시 왕숙천 근처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도로가 주변 경지보다 7-8m 정도 높게 놓여있었다. 얼마나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인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고려했다면 그런 도로를 놓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농촌경관이라는 것도 결국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간의 필요와 합의에 의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라 판단한다."

성교수는 경관에 대한 해결은 결국 '한국적인 마인드'라고 말한다. 겸재 선생이 진경 산수화를 통해 우리공간의 특징과 아름다움을 잘 담아냈듯이 외국의 잣대가 아닌, 우리땅의 생태, 문화 등을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경관을 풀어나갈 때 올바른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권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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