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발안에서 43번 국도를 따라 안중 방향으로 약 8㎞를 가면 양감면 요당리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고잔 저수지의 잔잔한 물결에 반사되는 석양을 확인할 때 바로 그 옆으로 갈비와 냉면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 간판과 민텔ㆍ펜션 간판이 부착돼 있는 건물 두 채가 시야에 들어온다.
언뜻 봐서는 도로에 흔하게 들어서는 식당과 모텔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입지 조건이 좋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하지만 핸들을 돌려 건물 앞에 마련돼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면 주위의 잘 단장된 정원, 각종 석조물, 그리고 임진왜란 때나 쓰였을 법한 대포, 처음 구경하는 마차 등이 시선을 끌고, 시원스레 뿜어 올리는 작은 분수대에서는 갈증마저 씻어 줄 듯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이어서 잘 다듬어진 소나무와 향나무 등 조경수가 양쪽으로 사열하듯 솟아 있는 길을 따라 100여 미터를 가다 보면 커다란 온실 같은 건물 4동이 보이고, 동당 150평에 이르는 전시관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고 있음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입구에 있는 첫 번째 동에 들어서면 옛 농기구 등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고, 그 옆에 마련돼 있는 불경실에서는 녹음기를 통해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염불소리와 목탁소리에 정숙함을 느끼면서 그곳에 모셔져 있는 백여 종류의 크고 작은 불상을 볼 수 있다. 불전함도 비치돼 있어 신도들이 예불을 할 수 있도록 했고, 불전함에 모인 돈은 무의탁 노인의 무료급식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두 번째 건물인 식물분경관에 들어서자 제3의 세계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수많은 분경(돌에 이끼와 나무 등을 기르는 일)이 눈앞에 펼쳐지고, 작은 호수와 형형색색의 전구 빛은 황홀감이 들게 만든다.
특히 100여 점이나 되는 식물분경작품은 모두 몇 천만원대가 훌쩍 넘는 작품들로, 각광받는 미래 산업으로 기대되기에 모자람이 없을 것 같았다.
바로 옆에는 자연의 조화를 시각적으로 연결해주려는 듯 토끼ㆍ거위ㆍ오리ㆍ닭ㆍ호로조 등을 키워 어린이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를 잊지 않았고, 이어지는 세 번째 동인 민속관에서는 꽹과리ㆍ장구ㆍ북 등 민속 악기들과 항아리ㆍ화로ㆍ절구ㆍ홍두깨ㆍ다듬잇돌ㆍ장식장ㆍ재봉틀ㆍ고서ㆍ베틀 등 수천 점의 고품들이 관람객들을 향수와 추억에 젖게 한다.
고잔성박물관의 대표 김종석(남ㆍ50)씨는 특히 이곳에 전시된 수많은 등잔대는 등잔대의 수나 질 면에서 여느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것보다 월등히 앞설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마지막 동은 수석과 나비를 전시한 수석관. 이곳 역시 관람객에게는 발길을 떼기가 쉽지 않은 곳이라 여겨진다. 각종 문양의 수석은 눈을 의심케 하고, 대부분 처음 보는 모양의 나비 표본물은 자연의 신비를 새삼 느낄 수 있게 한다.
또한 이곳에는 유명 화가나 서예가들의 그림과 서예품이 다수 걸려 있고 ‘새마을 運動과 自然保護’라고 쓰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밖에 정조대왕의 친필 서예품도 있는데, 이는 분실의 우려가 있어 시설을 좀 더 보강한 뒤에 전시할 목적으로 김씨의 자택에 보관 중이라고 한다.
앞으로 정원 옆에 야외 예식장도 만들어 무료로 개방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김씨는 평소 고서와 골동품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는데, 1996년 현재의 장소에 1만여 평의 부지를 매입한 뒤 전시품을 구입하고 시설을 확보하고 있다. 이 전시품들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1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지금도 좋은 전시품이 있다면 단숨에 달려가서 구비하고야 만다는 김씨는 이로 인해 가족과 약간의 언쟁도 벌이고 있지만 이러한 사업이 널리 알려지고 내방객이 늘면서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 등에 활력이 된다면 이해해 줄 거라며 현재에 대한 배려와 함께 실속도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김씨는 인터뷰 말미에 아쉬운 점이 없느냐는 질문에 “협소한 부지와 자금 등의 문제로 전시품을 현대식 건물에 체계적으로 전시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라는 말로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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