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은 시민들의 관심속에서 서울 환경영화제가 막을 내린 가운데 이번 영화제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지구의 벗' 국제본부 미나 라만 의장을 만나봤다.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은 세계 3대 민간 환경단체중 하나로 현재 라만 의장은 말레이시아의 환경운동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진1] '환경영화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

"일반인들의 환경의식을 고취시키는데 영화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까요. 그런만큼 한국에서의 환경영화제는 너무나 바람직한 행사로 보입니다. 이러한 환경영화제를 가히 '혁신적인 아이디어'라 부르고 싶네요. 그런 만큼 앞으로도 이런 행사에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싶습니다."
라만 의장은 한국에 참가하게 된 이유이기도 한 환경영화제에 대해서 호감을 표하며 이러한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라만 의장의 개인적인 관심사이기도 한 체르노빌이나 방사능 오염과 관련된 영화도 여러편 상영 돼 직접 영화를 관람했으며 "이러한 주제로 만들어진 영화를 한국의 관객들과도 함께 공유하고 싶다"고 전했다.
더불어 "일부에서 핵발전이 진정한 에너지의 대안인 것인냥 얘기하지만 핵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으며 분명 대안이 되고 있는 대체 에너지가 존재하며 그보다 먼저 에너지의 소비를 줄이는 게 보다 현명한 방법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만 의장은 본인의 고향인 말레이시아를 예로 들며 현재 그곳에서도 대형 백화점과 같은 쇼핑몰에서의 과다한 에어콘 사용으로 계절을 잊고 지낼 정도로 에너지 낭비가 심각하다고 한다. 물론 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같은 문제가 여느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에너지의 낭비와 자연의 파괴로 더 이상의 희생자가 되지 않기 위한 '공감'을 하는게 바로 진정한 '지구의 벗'이다.

한국, '소비'와 '투자' 유념해야

"한국과 일본의 경제적인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인들의 소비패턴을 문제로 지적하고 싶습니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이 소비를 보다 많이 하기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그게 지나친 낭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일례로 얼마나 많은 목재가 한국으로 수출되는지 아세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이러한 과다한 벌목으로 인한 삼림파괴는 물론 열대우림이 파괴되는 것에도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라만 의장은 한국에 대한 애정어린 충고도 아끼지 않으며 열대우림의 현실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현재 열대우림에 의존해 살아가는 원주민들은 벌목을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있을만큼 생계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지만 벌목은 멈춰지지 않고 있다.
라만 의장은 "더군다나 수입되는 목재의 가격이 너무나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라고 지적하며 "이는 원주민들이 벌목으로 인해 받고 있는 피해에 대한 보상 등의 비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인 만큼 그들의 인권이 달린 문제로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만 의장은 이상의 '소비'에 관한 측면과 더불어 '투자'에 관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많은 한국계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만큼 해외에서의 투자활동에 대한 모니터링이 어느때보다 절실히 이뤄져야 합니다. 한국에서도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고 여느 국가보다 높은 환경기준을 지닌 상황에서 다른 동남아지역으로의 진출로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허술한 환경기준 적용으로 환경을 보존하는 방향이 아닌 환경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투자될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지구의 벗' 차원에서도 아시아에 8개의 회원사를 두면서 개발이 한창인 아시아의 환경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구의 벗'이 바로 '환경의 벗'

세계적인 환경단체답게 라만 의장은 환경문제만큼이나 심각한 '지구촌의 빈곤'문제에 대해서도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빈곤을 해결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지만 너무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역시 '빈곤퇴치'라는 것.
"환경적 잣대와 사회적 잣대로 설명을 한다면 '환경'에 대한 생각에서 부터 그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숲을 보호한다'는게 단순히 숲을 보호한다는게 아니라 '숲과 함께 하는 사람들까지 보호'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자연과 경제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지만 자연을 살리지 않으면 인간이 먼저 위협을 당하게 됨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이다.
"현재 전세계 인구의 20%가 80%의 자원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방치한다면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더러 앞으로도 부유한 자들이 자원을 마구 소비하고 차지하게 될 것인만큼 부유한 자들의 탐욕을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대안에너지에 개발에 대한 노력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전세계가 석유에 대한 의존을 낮아질 줄 모르고 있는게 현실이다. 하물며 말레이시아에서도 석유보증금을 줄이는 등의 제한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소비하는대로 살아간다는건 어찌보면 자살행위와도 같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자연은 손을 '더' 대는 자의 것이 아니라 '덜' 대는 자의 것이니 말이다. <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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