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공통과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 경제성장
양자 교역 규모 10년간 70% 이상 확대···
탄소중립 달성 위해 지방정부 역할 중요
“순환경제가 양자 협력 중요한 틀 될 것”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 대사(오른쪽)와 대담 중인 김익수 환경일보 편집대표이사 /사진=박선영 기자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 대사(오른쪽)와 대담 중인 김익수 환경일보 편집대표이사 /사진=박선영 기자

[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Maria Castillo Fernandez)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는 최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사무실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EU 정상회담이 5월 중순쯤 추진된다면 안보, 에너지 효율성 증대, 수소, 생물다양성, 원자력, 농산물 분야를 포함한 녹색파트너십이 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이 한·유럽연합 간 더 많은 기업간 협력으로 이어지고 녹색전환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한 마리아 대사 말처럼 한국과 유럽연합의 공통과제는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다.

한국은 탈탄소를 위한 경제 구조변화와 재정 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 중인 유럽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과정에서 프랑스의 2중 유류세 도입, 네덜란드 육류세 부과 등으로 시민 저항에 직면해 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지방정부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한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 대사는 “한국과 EU의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새 일자리 기회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진=박선영 기자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지방정부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한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 대사는 “한국과 EU의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새 일자리 기회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진=박선영 기자 

“지속가능한 발전과 기후변화 대응은 한국과 EU가 함께 갈 수밖에 없다”고 전한 마리아 대사는 “한국과 EU의 기후위기 대응과정에서 새 일자리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이뤄내는 핵심주체는 산업”이며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친환경적인 기술들을 습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EU의 장기적 해법은 성장을 위한 녹색의제를 법안 패키지로 만든 ‘그린뉴딜’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이는 기후, 에너지, 환경, 교통, 금융, 보건 분야까지 전 분야를 아우른다.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2월1일 그린딜 산업계획을 제안했다. 그린딜 산업계획은 2019년 제안된 유럽 그린딜의 일환으로 2050년 기후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친환경 산업 육성정책이 주요 내용이다.

그린딜 산업계획은 규제환경 개선, 자금조달 원활화, 숙련인력 역량 강화, 교역 활성화의 네 가지를 포함한다.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55% 감축에 합의한 상태다.

EU, 기후위기 대응 과정서 새 일자리 기회 창출

EU 집행위는 모든 일자리의 35~40%가 녹색전환의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관련 일자리에 필요한 기술 역량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EU 녹색산업 분야 일자리는 2019년 기준 450만 명으로 2000년의 320만 명에서 증가한 수치다.

올해는 한국과 유럽연합 간 수교 60주년이 되는 해다. 유럽연합과의 협력은 전 분야를 아우른다. 한국은 정치, 무역 및 안보 협력을 관장하는 3대 협정인 기본협력협정, 자유무역협정(FTA), 위기관리활동 참여 기본협정을 유럽연합과 모두 체결한 첫 파트너 국가이다. 지난해 한국과 유럽연합은 FTA 발효 10주년을 맞았다. FTA 체결 이후 양자 교역 규모는 10년간 70% 이상 확대됐다. 한국과 유럽연합이 체결한 FTA는 아시아에서는 처음 이뤄진 것이다. 한국에 많은 직접 투자를 하고 있는 EU는 한국의 3대 교역 파트너가 됐다.

2020년 9월 부임한 마리아 대사는 한국에서 유럽연합을 대표한다. 한반도 전문 외교관으로 알려진 마리아 대사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유럽연합 주한 대표부 차석으로 근무했다. 마리아 대사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전기차, 배터리, 해상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는 한국과 EU가 협력을 더욱 키워갈 수 있는 부분이다. 폐기물, 플라스틱 재활용처럼 한국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는 순환경제 부분은 양자 협력에 중요한 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아 대사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리아 대사가 한국의 도시를 방문해 공무원을 만나 주로 나누는 주제는 기후나 에너지 분야다.

EU 한국 대사들과 최근 방문한 곳도 기후위기 대응에 모범사례로 손꼽히는 전남 고흥군과 경기도 하남시였다. 유럽연합 대사들과 고흥을 방문했을 때 이 지역은 이미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하고 있었다. 소들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사료를 먹고 쌀, 딸기도 같은 방식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하남시 하수처리 시설은 마리아 대사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유럽에는 아직 이런 시설들이 없다. 

이 부분에서 마리아 대사는 “전환에 있어 지자체(마리아 대사는 지방정부로 표현)는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하며 지역민들의 필요를 잘 알고 있는 지자체에는 책임과 기금이 필요하다. 유럽연합은 폐기물 관리 시설, 수자원 관리 시설, 태양광 패널 설치 등 여러 가지 시설을 지자체가 조성할 수 있는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 경쟁 위해 CBAM 도입, 한국 의견 경청 

에너지원 다변화, 재생에너지 비중 더 늘려야

유럽연합은 저탄소(탈탄소) 경제 로드맵 2050(A Roadmap for moving to a competitive low carbon economy in 2050)을 시행 중으로 전세계 탈탄소를 촉구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올해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환경 규제 도입을 선언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대표적으로 2026년 본격 시행을 앞두고  각국은 이에 대응하는 정책 마련으로 분주하다. 한국에서 유럽연합을 대표하는 마리아 대사에게 탄소국경제도를 마련한 유럽연합의 입장과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가 함께 논의 중인 에너지 전환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마리아 대사는 “한국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더 늘릴 필요가 있어 보이고, 전 세계는 지금보다 에너지원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박선영 기자
마리아 대사는 “한국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더 늘릴 필요가 있어 보이고, 전 세계는 지금보다 에너지원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박선영 기자

[마리아 주한 EU 대사와 나눈 인터뷰 전문]

Q. 유럽연합에서 준비 중인 탄소국경제도 입법 과정에서 주요 교역 파트너인 한국의 현실과 의견이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까

EU는 CBAM 도입을 준비하며 한국 이해당사자들의 많은 의견을 청취했다. 왜 EU가 이 제도를 도입하려는지 그 목표에 대해 한국도 잘 이해 하고 있다.

CBAM 제도는 EU의 기후목표 달성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이 제도는 어떤 기업이 기후 관련 요건이 덜 까다로운 나라로 회사나 공장을 이전하고 거기서 생산된 제품을 유럽으로 들어오려고 할 때 그렇게 하지 않은 기업과 공정하지 않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실현됐다.

EU는 CBAM 제도를 통해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EU는 이것을 기본원칙으로 기후의제를 지켜나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제3국들이 기후관련 계획이나 목표를 상향하면 인센티브를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CBAM 제도이다. 탄소배출이 많이 생산되는 제품을 탄소가격 시스템이 없는 제3국에서 생산을 하게 될 경우에는 당연히 가격이 낮아지겠지만, CBAM 제도로 마련된 원칙을 지킬 수 없는 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은 유럽으로 수출이 어렵게 될 것이다.

탄소배출권거래제도(ETS)가 있는 한국은 EU가 CBAM 제도를 시행하려는 목표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 CBAM 제도가 실제 적용되는 시점은 2026년이다. 제도 이행을 위한 하부규정을 마련 중이다. 이것은 실제 수출을 하고자 하는 기업들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관련 내용에 대해 한국의 기업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

Q. 한국과 유럽이 함께 맞닥뜨린 기후위기에 따른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의견을 밝힌다면

한국은 물이나 수도, 전기 등 에너지 가격이 유럽보다 확실히 낮다. 어느 순간 이런 상황을 개혁하고 구조를 재편해야 할 순간이 올 것이다. 올해만 긴급대응하는 전략보다는 기후변화를 인지하고 좀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인터뷰 중에 한국의 지자체를 방문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특히 고흥군은 농업분야의 지속가능성과 해상풍력 등 여러 가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적응력을 균형있게 갖춘 곳이었다.

한국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더 늘릴 필요가 있어 보이고, 전 세계는 지금보다 에너지원을 다변화해야 한다. 에너지 다변화 추진에 늦은 유럽국가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어떤 처지가 됐는지 모두가 목격했다.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에 피해를 많이 봤다. 이제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2020년 9월 부임한 마리아 대사는 한반도 전문 외교관으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유럽연합 주한 대표부 차석으로 근무했다. /사진=박선영 기자 
2020년 9월 부임한 마리아 대사는 한반도 전문 외교관으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유럽연합 주한 대표부 차석으로 근무했다. /사진=박선영 기자 

[ 마리아 주한 EU 대사가 전하는 ‘기후위기 시대’ 지구를 살리는 한마디]

“같이.”
한국과 유럽연합이 기후위기에 맞서 같이 노력해 나가길 바란다. 이를 위해 환경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해 가고 있는 지방정부를 추천하고 정책과 환경기술 개발에 상호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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