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고양이 책임질 의지 없었음을 보여주는 것”

[환경일보] 지난 2월과 3월, 문화재청과 제주세계자연유산본부(이하 유산본부)가 뿔쇠오리 보호를 목적으로 마라도에서 반출한 고양이를 또 다시 보호시설에서 내보낼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제주 지역 언론을 통해 발표됐다.

이에 ‘철새와 고양이 보호 대책 촉구 전국행동’(이하 전국행동)은 4월20일(목), 제주 도청 앞에서 문화재청과 유산본부의 대책 없는 재반출 계획을 규탄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3월 마라도 고양이 반출 당시 객관적 연구 자료가 미비한 상황에서 문화재청과 유산본부가 사후 계획 없이 무리하게 반출을 강행함으로써 고양이를 몰살 위협까지 몰고 갈 수 있다고 판단한 49개 시민단체들은 ‘철새와 고양이 보호 대책 촉구 전국행동’을 조직했다.

이후 공동 기자회견, 제주와의 면담 등을 통해 담당 기관의 책임을 촉구한 결과 유산본부가 보호시설을 마련해 보호 책임을 지겠다고 밝히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러던 중 또 다시 유산본부가 신중한 검토 없이 반출 및 기증 등을 언급하면서 전국행동은 ‘제2의 고양이 반출 사태’가 우려된다며 기자회견 개최 이유를 밝혔다.

/사진제공=동물자유연대
‘철새와 고양이 보호 대책 촉구 전국행동’은 문화재청과 유산본부의 대책 없는 재반출 계획을 규탄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제공=동물자유연대

전국행동은 4월20일 오전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을 통해 “문화재청과 제주가 졸속 행정의 결과를 시민단체에 돌리고 있다”면서 강력하게 규탄했다.

아울러 “부실한 준비로 인해 고양이 돌봄에 필요한 용품 중 대부분을 시민단체 모금으로 충당하고, 보호, 관리 및 입양 활동 또한 시민단체의 헌신으로 이뤄졌음에도 담당기관은 책임을 회피하기 바쁘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유산본부가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주 지역 언론을 통해 유산본부 측으로 입양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고양이를 관리하는 ‘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이하 유동네) 탓으로 입양이 성사되지 않는 것처럼 발표했지만, 실제 유산본부 측을 통해 들어온 입양 문의는 총 2건으로 모두 연락이 끊겼고, 임시보호처를 찾은 5마리 모두 유동네 노력으로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이들은 “애초에 부적합한 시설에 고양이를 내몬 것을 다름 아닌 유산본부”라며, “이를 이유로 고양이를 내보내겠다고 하는 것은 마라도 고양이 반출 조치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음을 스스로 시인하는 동시에 처음부터 고양이를 책임질 의지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물자유연대 정진아 사회변화팀장은 “영문도 모르고 터전에서 쫓겨난 고양이들이 이제야 겨우 새로운 시설에서 적응하기 시작했다”면서 “고양이를 몰살까지 몰고 갈 뻔했던 부실 행정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문화재청과 제주는 손쉬운 처분 대신 제대로 된 대안을 마련해 끝까지 고양이 보호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