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백로부터 미세플라스틱 먹은 어류까지···
“꿀벌 사라진 곳에 인간도 살기 어려워”

지구의날 행사 참여 시민들,
기후위기 피해자 퍼포먼스에 공감··· “기후행동 나서야”

남산 둘레길에서 4월22일 열린 지구의 날 행사에 9세 아이와 함께 참가한 장신희씨는 "기후위기가 지금 당장의 문제라는 메시지를 아이가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행사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박선영 기자
남산 둘레길에서 4월22일 열린 지구의 날 행사에 9세 아이와 함께 참가한 장신희씨는 "기후위기가 지금 당장의 문제라는 메시지를 아이가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행사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박선영 기자

[남산=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모든 생명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변해야 하는 것은 인간의 마음입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모두의 행동이 지금 필요한 때입니다.”

4월22일 토요일 아침 10시.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어 행사 취지를 밝히자 초등학생과 어른 약 500여 명이 한곳을 집중했다.

이들 시선이 모인 곳은 바닥에 떨어져 죽은 꿀벌 모형이었다. 꿀벌 옆에 양봉업자가 ‘사라져야 할 것은 꿀벌이 아니라 넘치는 생산과 소비’라는 푯말을 들고 서 있었다. 기후변화로 면역력이 떨어진 꿀벌이 따뜻한 겨울로 전염병에 걸려 생명을 잃어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사라져야 할 것은 꿀벌이 아니라 넘치는 생산과 소비’라는 푯말을 들고 서 있는 단체 회원 /사진=박선영 기자
‘사라져야 할 것은 꿀벌이 아니라 넘치는 생산과 소비’라는 푯말을 들고 서 있는 단체 회원 /사진=박선영 기자

지구의 날을 맞아 서울 남산 둘레길에서 펼쳐진 퍼포먼스 속에서 꿀벌과 백로는 기후위기 피해자였다.

올해는 예년보다 벚꽃이 2주나 빨리 피었다. 벚꽃축제가 예정된 각 지자체는 상춘객 맞이를 서둘렀다. 하지만 이렇게 꽃이 빨리 피고 지면 생태계는 혼란에 빠진다. 곤충이 먹을 꽃가루가 부족해지고 식물 수정도 어려워진다. 기후위기로 이런 변화는 일상이 되고 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꿀벌과 백로의 말에 시민 500여 명이 귀를 기울인 이유다. 꿀벌에 이어 백로가 나타나 기후위기로 입은 피해를 전했다.

백로로 분장한 회원들이 기후위기로 입은 피해를 전하고 있다. /사진=박선영 기자
백로로 분장한 회원들이 기후위기로 입은 피해를 전하고 있다. /사진=박선영 기자

“지구환경이 안 좋아지며 철새들이 위험에 처했다. 지구가 더워지고 이산화탄소가 늘어 철새뿐 아니라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이 위험해진 상황을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됐다.”

엄마와 9세 딸이 백로의 말을 거들었다. ‘기후위기 그만’ 푯말을 들고선 엄마 장신희 씨는 “기후위기는 모든 생명을 위협한다. 기후위기가 인간과 생명체 모두에게 위협적인 문제인 것을 아이가 알 수 있도록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됐다”고 했다.

장씨는 기후위기가 지금 당장의 문제라는 메시지를 아이가 자연스럽게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경기도 남양주에서 새벽에 출발해 남산까지 오게 됐다고 전했다.

미세플라스틱을 먹은 물고기 퍼포먼스를 펼치는 단체 회원들 /사진=박선영 기자
미세플라스틱을 먹은 물고기 퍼포먼스를 펼치는 단체 회원들 /사진=박선영 기자

“물속이라고 괜찮을 것 같니? 사람이나 물고기 사는 곳이나 숨쉬기는 다 힘들어(콜록콜록).” 백로가 퇴장하고 미세플라스틱을 먹은 물고기가 비틀거리며 나타났다.

퍼포먼스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모두 가슴과 등에 기후행동 실천을 다짐하는 메시지를 달았다. 5세 윤은희양(가명)에게 엄마가 물티슈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이야기를 하며 등에 푯말을 붙여 줬다.  

퍼포먼스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모두 가슴과 등에 기후행동 실천을 다짐하는 메시지를 달았다. /사진=박선영 기자
퍼포먼스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모두 가슴과 등에 기후행동 실천을 다짐하는 메시지를 달았다. /사진=박선영 기자

행사를 기획한 김은정 (사)소비자기후행동 대표는 “우리 현실은 엄연히 존재하는 탄소중립기본법조차 법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자꾸만 뒷걸음치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생활 속에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현주 양천아이쿱생협 이사장은 “오늘 퍼포먼스 취지는 자연을 회복하고 미래 세대가 살아갈 지구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하루하루 모인 작은 일상의 실천들로 지구의 초록빛을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고태경 라이프케어경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생활습과 변화는 나의 건강과 지구환경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기후행동으로 생활습관 변화로 건강한 사회와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제53회 지구의 날 행사 참석 단체 회원들 /사진=박선영 기자
제53회 지구의 날 행사 참석 단체 회원들 /사진=박선영 기자

한편, 제53회 지구의 날을 맞아 기후위기 심각성을 시민과 공감하는 퍼포먼스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소비자운동 조직 소비자기후행동과 소비자기후행동서울, 아이쿱생협서울권역 12개 조합, 라이프케어경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함께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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