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의존‧지방소멸 속도 ‘적신호’‧‧‧ 공유자원 활용 기본소득 주목
전남 신안군, 햇빛 연금 시행 2년 만에 주민 4명 중 1명 연금 혜택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이제는 전 세계적인 의무사항이 돼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등 지리적으로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해상풍력, 해양에너지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2.8%에 달하며,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만큼 에너지 소비량 또한 세계 10위 수준으로 매우 높다. 최근 서민 경제를 힘들게 하는 난방비, 전기료 인상은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국내 지방소멸 속도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고용정보원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49.6%에 달하는 113곳이 소멸위험 지역으로 나타났고, 45곳은 소멸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소멸위험지역은 2010년 61곳에서 두 배 가까이, 소멸고위험지역은 2014년 3곳에서 8년 만에 15배 가까이 증가했다.
농‧어촌 소멸과 에너지 위기를 위해 정책적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실정에 신안군의 ‘햇빛연금’이 주목받고 있다. 인구 290명 규모의 작은 섬인 전남 신안군 자라도의 한 학교는 학생 수 부족으로 폐교 위험에 처했다가, 아이들이 새로 전입하면서 폐교 결정이 연기됐다. 지방소멸 위기에서 자라도를 구한 것은, 다름 아닌 신안군이 주민에게 배당하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인 ‘햇빛연금’이다.
신재생E 개발이익, 주민수용성↑ 인구소멸↓
햇빛 연금 시행 2년 만에 주민 4명 중 1명이 연금 혜택을 받았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제도를 통해 주민수용성을 높이고 지역소멸 위험상황에서 인구증가에도 기여하고 있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채권매입 방식으로 투자해 발전소에서 얻은 이익금을 매 분기마다 주민들에게 지급하는데 2022년 한 해 군민의 19%가 총 61억2000만원의 배당금을 지급받았다.
2023년까지 총 1.8GW 태양광 발전이 조성되면 군민 45%에게 배당금이 지급되고, 2030년까지 신안 8.2GW 해상풍력단지가 조성되면 연 3000여억원, 1인당 연 최고 600만원까지 추가 소득이 발생하게 되면 ‘재생에너지 기본소득(연금)’을 실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익공유제도가 알려지면서 인구감소세가 줄고 증가세로 전환하고 있다. 2021년 4월 대비 2022년 8월 인구는 지도읍 34명, 안좌면 131명이 증가했다. 태양광 및 풍력 발전소 설치가 확대되고 이익공유 규모가 늘어나면 그 효과는 더 클 것이고,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소멸의 대안으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인구 4만이 안 되는 인구소멸지역에서 그동안 잘 몰랐던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에 눈을 뜨기 시작하며 ‘재생에너지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정읍 ‘송죽마을’, 익산 ‘성당포구마을, 포천 ’교동장독대마을‘ 태안 ’만수동 어촌계‘ 등 마을 공유자원이나 공동사업의 수익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자생적 기본 소득의 실험도 농촌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신안, 보령, 정읍 등 공유부 기반 기본소득 확장세
전남 신안군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충남 보령시 장고도에서는 ‘해산물 기본소득’ 실험이 한창이다. 장고도에서는 1993년부터 해삼 어장에서 얻는 수익을 마을 전체 주민들에게 배당하고 있다. 해삼은 다른 어류 양식과는 달리 씨앗만 뿌리면 저절로 해초를 먹고 자란다. 성체가 될 때까지 노동력을 투입할 필요가 없고 바다가 알아서 키우면 주민들은 다 자란 것을 채취만 하면 된다.
그뿐만 아니라 장고도 주민들은 노동 투입과는 상관없이 해삼 양식으로 기본소득을 받고, 두 달간 열 차례 바지락 공동 수확 작업에 참여하면 가구당 500만~600만원씩의 참여소득을 추가로 벌 수 있다. 양식업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소득 격차가 큰 다른 섬들과는 달리 장고도 주민들은 균등하고도 안정적인 소득을 얻고 있다.

이 외로 정읍 송죽마을에서는 쑥모시마을기금 등 공유부 기반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곳에서는 지역경제도 살리고 인구도 늘어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햇빛과 바람, 마을기업 그리고 기본소득’ 공유부 기반 기본소득 도입 현황 및 과제 토론회에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이자 국회 기본소득연구포럼 연구책임의원을 맡고 있는 용혜인 의원은 “전국 각지에서 공동자원을 활용한 기본소득 활성화는 인구감소와 고령화,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주민들과 지자체의 자발적인 지혜”라고 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역시 본 토론회에 직접 참석해 “단순히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삶’을 넘어 모든 구성원들의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는 사회로의 대전환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햇빛·바람 등 자연활용 소득, 기본사회로의 ‘디딤돌’
그러면서 기본사회로의 전환에 있어 가장 핵심이 되는 축 중에서 하나가 바로 기본소득이며, 특히 오늘 토론회에서 논의될 햇빛과 바람 등 공유자원을 활용한 기본소득은 기본사회로의 전환뿐 아니라 탄소중립이라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이 돼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본소득은 공유부 기반 기본소득과 조세 기반 기본소득으로 나눌 수 있다. 공유부는 자원, 햇빛, 바람, 공기, 토지 같은 자연적 공유부, 시장, 화폐, 지식처럼 여러 사람이 여러 세대에 걸쳐 만든 사회적 공유부, 한글, 인터넷처럼 개인이 발명했더라도 기간 만료를 통해 공유부로 된 것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처럼 토지나 천연자원과 같은 자연 공유부를 개발해 가치를 증대시켰다 할지라도 그 자체를 창조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을 독차지하는 것은 마땅하며, 앞으로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공유부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남훈 사단법인 기본사회 이사장은 “공기의 탄소저장능력은 고갈성 공유부다. 공기의 탄소저장능력 공유부를 미래 세대까지 물려주기 위해서는 햇빛과 바람 공유부를 활용해야 한다”며 햇빛과 바람을 받을 수 있도록 토지와 바다 공유부를 제공해야 하고, 막대한 조세와 금융 공유부를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안군 햇빛연금, 바람연금의 현황과 전망에 발제한 박우량 전라남도 신안군수는 그동안의 장애요인으로 ‘대기업 중심의 수익구조’와 ‘지역중심의 반대 등 주민수용성’을 짚었다.
박 군수는 해당 정책 확산을 위해 ▷해상풍력 특별법 조속한 국회 통과와 ▷펀드 조성에 지역주민의 참여방안 마련 필요하며 ▷해상풍력의 안정적인 송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