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주요 가로수 수령 50~60년 이상··· 이산화탄소 순 배출원
“가지 관리뿐 아니라 뿌리 생육공간과 토양·물 관리 함께 이뤄져야”

환경일보와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은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바르고 빠른 전환을 목표로, 대학생의 관점에서 환경·에너지 이슈에 대한 취재·기고로 ‘대신기의 생각’을 연재한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장세희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장세희

[환경일보] 도심을 걷다 보면 항상 옆에서 볼 수 있는 가로수는 도로나 인도에 맑은 공기와 그늘을 제공해 준다.

2020년 말 기준 우리나라는 전국 도로 10만8129km 중 4만4034km(40.7%)에 약 940만 본이 조성돼 있다. 수종별 조성 현황으로는 벚나무류(16.6%), 은행나무(11.0%), 이팝나무(7.0%), 느티나무(5.8%)가 가장 많이 식재돼 있다. 은행나무는 공해에 강하고 병충해 걱정이 없어 가로수 종으로도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열매의 악취가 심하고 그로 인한 민원이 증가하면서 점점 인기가 줄어들고 있다. 최근에는 이팝나무가 공해와 병충해에 강하고 그늘 폭도 깊어 도시의 가로수로 주목받고 있다.

가로수는 우리에게 그늘뿐만 아니라 맑은 공기도 제공한다. 또한 광합성 작용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뿐만 아니라 도시공해의 주종인 황산화물·질소산화물 및 분진을 흡수·흡착해 제거한다. 도시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가로수와 같은 기능을 하는 도시 숲은 도시 내 냉난방에 의한 열, 자동차 배기가스, 콘크리트 구조물, 아스팔트 도로에서 발생하는 열로 인한 열섬현상을 방지한다. 또한 여름철에는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겨울철에는 복사냉각 현상에 의한 기온 저하를 완화해 도시 기후를 개선해 준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가로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은 것은 아닐까.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내 가로수는 2019년 30만7351그루에서 2021년 29만5852그루로 2년 만에 1만1499그루(3.7%)가 줄어들었다. 2015년에 처음 30만 그루를 넘어선 이후 다시 20만 그루대로 줄어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2년 정도 전부터 대규모 주택 건설공사 사업이 시작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4.5%가 산림이지만 생활권 도시숲은 전체 도시숲의 4.3% 수준에 그친다.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가로수 포함)’은 2021년 말 기준 전국 평균이 11.48㎡로, WHO 권고 기준인 9㎡를 겨우 넘는다. 산림 비율은 OECD 국가 중에 그 비율이 핀란드, 일본, 스웨덴에 이어서 4위일 정도로 숲의 면적이 넓지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숲은 별로 없다는 뜻이다. 가로수와 도시숲이 사라지면 우리는 삭막한 빌딩숲에서 일상을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가로수의 수모는 이뿐만이 아니다. 가로수는 봄철마다 가지치기를 당한다. 가게 간판을 가린다는 이유로, 가로수에 잠시 쉬러 온 새의 배설물이 자동차에 떨어진다는 이유로, 낙엽을 치우기 힘들다는 등의 이유로 우리 주변의 가로수들은 강제로 가지치기 당한다. 과도한 가지치기는 당연하게도 가로수의 대기오염 정화기능이 훼손된다. 충격적인 부분은 관리가 미흡한 가로수는 탄소흡수원이 아닌 탄소 순배출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도심 내 주요 가로수는 수령이 50~60년 이상으로 기후변화 및 도시 환경 스트레스, 토양 기반, 유지관리 문제 등으로 활력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가로수가 도시의 탄소 배출 감소에 기여를 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보이는 나무와 가지뿐만 아니라 뿌리 생육공간과 토양 및 물관리도 같이 이뤄질 때 빛을 볼 수 있다.
가로수가 도시의 탄소 배출 감소에 기여를 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보이는 나무와 가지뿐만 아니라 뿌리 생육공간과 토양 및 물관리도 같이 이뤄질 때 빛을 볼 수 있다.

홍진규 연세대학교 대기과학과 교수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서울숲의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단위 면적당 약 5㎏이다. 하지만 토양 미생물 호흡 및 나무 자체 호흡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고려하면 서울숲은 이산화탄소 순배출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이 발표(2023.3.31)한 ‘도시 내 녹지관리 개선’ 방안은 가로수의 관리에 힘을 쏟는다. 앞으로 가로수를 가지치기할 경우 나뭇잎이 달린 수목 부분을 75% 이상 유지하도록 했다. 가로수 관리에 있어서 과도한 가지치기 방지는 큰 수확이다. 하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다.

가로수가 도시의 탄소 배출 감소에 기여를 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보이는 나무와 가지뿐만 아니라 뿌리 생육공간과 토양 및 물관리도 같이 이뤄질 때 빛을 볼 수 있다. 관리가 잘된 가로수가 늘어선 가로수길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선형공원을 형성하며 걷고 싶은 거리,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든다.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나무는 소년이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했다. 가로수도 우리에게 마찬가지로 우리가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했다. 하지만 관리가 미흡한 가로수도 마찬가지일까? 지속적인 관심과 우리에게 필요한 것만 준다고 믿었던 존재가 사실, 우리가 가장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주고 있을지 모른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장세희 petrolworker16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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