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87% 노후화, 농업용수 수위조절 15% 불과 자연재난에 ‘취약’
한국, 1인 물 사용 세계 3위‧‧‧ “물절약 문화, 수자원 효율적 관리 필요”

지난 15일 홍문표 의원‧(사)한국농공학회 공동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기후위기 시대 농어촌용수 가뭄‧홍수 항구 대책 마련 국회 토론회’ 전경 /사진=김인성 기자
지난 15일 홍문표 의원‧(사)한국농공학회 공동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기후위기 시대 농어촌용수 가뭄‧홍수 항구 대책 마련 국회 토론회’ 전경 /사진=김인성 기자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세계는 지금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집중호우는 증가추세며, 가뭄은 5~7년 주기로 그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호수‧가뭄이 오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체계 구축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세계적인 기후위기와 더불어 러-우 전쟁으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대두된 가운데, 농업이 식량안보와 국토의 지속가능성에서 국가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농업용수 역시 농업의 발전을 넘어 장기적 관점에서 식량안보를 위한 핵심 자원으로 대두되고 있다.

2021년 발표된 국가물관리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용수는 우리나라의 전체 물 사용량 372억톤 중 42%에 달하는 154억톤에 해당할 만큼 국가 전체 물 사용량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국가 차원의 통합 물관리 측면에서라도 농업용수의 낭비와 손실 없는 효율적 관리가 강조되는 이유다.

아울러 오늘날 기후변화에 따른 잦은 가뭄과 홍수로부터 다가오는 위협은 농업계는 물론 국민의 안전과 국가 차원의 물관리 시스템까지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실제 작년 가을 태풍 ‘힌남노’로 농경지 3800여ha가 침수되고, 경주 왕신지‧권이지 저수지의 유실로 인해 농업용수의 막대한 수해 피해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례는 농업용수 관리에 안일하던 정부에 경각심을 일깨워준 부분 중 하나다.

국내 저수지 87% 50년 이상, 노후화에 가뭄‧홍수 취약

또 우리나라 전국 저수지의 87%는 축조된 지 50년을 훨씬 넘을 정도로 노후화됐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흙으로 축조돼 있어 가뭄‧홍수 발생 시를 대비한 농업용수의 관리는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작년 여름, 경주‧포항 지역의 홍수로 발생한 저수지 제방 붕괴사고는 태풍과 집중호우에 취약한 농업생산기반시설의 조속한 정비 필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농업용수의 수위조절을 가능토록 하는 시설이 설치된 저수지 역시 전체 3400개소 중 508개소로 15%에 불과해, 자연재해로부터의 피해 가능성에 그대로 노출돼 있어 대책 마련 역시 시급하다.

지난 15일 홍문표 의원‧(사)한국농공학회 공동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기후위기 시대 농어촌용수 가뭄‧홍수 항구 대책 마련 국회 토론회’에서 최경숙 (사)한국농공학회 회장은 “기후변화 현상은 앞으로도 더욱 빈번하고 거세게 우리 삶에 위협적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물 관련 국제 NGO, 정부협의체 등에서는 기후변화로부터 지속가능한 농업을 유지하고 홍수 재해로부터 막대한 손실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논의와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최경숙 (사)한국농공학회 회장은 “첨단과학을 접목한 수준 높은 기술 도입과 더불어 관련 법‧제도 개선, 과감한 재정투입을 통해 기후변화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농업‧농촌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최경숙 (사)한국농공학회 회장은 “첨단과학을 접목한 수준 높은 기술 도입과 더불어 관련 법‧제도 개선, 과감한 재정투입을 통해 기후변화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농업‧농촌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최 회장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지금까지 가졌던 농어촌수 분야의 관행적 의식과 기준을 탈피해, “첨단과학을 접목한 수준 높은 기술 도입과 더불어 관련 법‧제도 개선, 과감한 재정투입을 통해 기후변화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농업‧농촌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농업용수, 전체 용수 이용량 중 ‘최다’‧‧‧ 물관리 주요 쟁점

농업용수는 전체 용수 이용량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등 효율적인 농업용수 관리는 국가 물관리를 위해 매우 중요하고, 그 중요성만큼이나 산적한 현안도 많다.

국가 물관리위원회가 심의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도 ▷농지감소에 따른 농업 ▷물 사용료의 합리적 비용 부담 원칙과 기준 마련 ▷실 사용량 기반의 하천수 허가량 조정 등을 농업용수 분야의 주요 쟁점으로 다루고 있다.

국가물관리위원회 배덕효 위원장은 지난 4월25일 열린 국가물관리위원회 본회의에서 관계부처와 함께 수립한 ‘영산강‧섬진강 유역 중‧장기 가뭄대책’을 심의했다며, “중‧장기적인 농업용수 관리 개선방안도 논의하고 있으며, 특히 농업용수 전주기 가치평가를 통한 효율적 사용과 이를 위한 거버넌스 구축 필요성 등을 중점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하반기에는 경지면적 감소에 따른 농업용수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기관과 함께 농업용수 계측‧모니터링 정보 공유체계구축방안과 관련 분야 제도 개선방안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농어촌공사 이병호 사장은 “과거 식량이 부족했던 농어업용수의 기능과 개념을 ‘식량 생산’ 측면에서의 해석을 넘어, 이제는 국민의 생활과 환경, 생태계 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요한 자원으로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 양극화로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 등이 잦아지면서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재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세대에게 깨끗하고 풍부한 물을 물려주는 방안을 실천에 옮겨야 할 때라고 일침했다.

작년 전남 강수량 평년 ‘60%’ 불과, 가뭄 발생 최장기간 기록

실제 기후변화로 가뭄의 빈도‧강도는 거세지고 있다. 국내 가뭄은 5~7년 주기로 발생했으나 이제는 매년 발생하고 있으며, 작년 광주‧전남의 기상 가뭄 발생일수는 281.3일로 관측 이래 최장기간을 지속했다.

작년 전남지역 강수량은 역대 최저 3위를 기록했다. 당해 연도 전국 강수량은 평년 86.7%였으나, 특히 전남 강수량은 854mm로 평년의 60.9%로만 그쳐 심각성을 알렸다. 이를 대변하듯 농어촌공사 가뭄 예‧경보 현황에 따르면 2021년 가뭄 예‧경보가 9개였던 반면, 2022년엔 63개가 발령했다.

더불어 올해 영산강‧섬진강유역 저수율 또한 3월 기준 78% 수준이며, 댐 저수율은 역대 최저 1~3위 수준에 그치고 있다.

윤광식 전남대 지역‧바이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 더 이상 가뭄 안전지대는 없으며, 현 물 공급 체계 재검토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비한 통합물관리 체계 구축 등 종합적 가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윤광식 전남대 지역‧바이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 더 이상 가뭄 안전지대는 없으며, 현 물 공급 체계 재검토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비한 통합물관리 체계 구축 등 종합적 가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2030년의 물수급에는 문제가 없는 걸까.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따르면, 농업용수는 10년 빈도 가뭄 시 총 1억톤, 남부 1800만톤이 부족하며 생‧공용수는 과거 최대 가뭄 시 총 700만톤, 남부 500만톤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났다.

2030년 남부지방은 도서 및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물부족 발생이 전망된다. 이는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6차 보고서에서 발표한 기후변화로 가뭄 빈도 및 강도는 심화 중이며, 폭염을 동반한 전례 없는 극한가뭄 발생이 증가할 것이란 분석 그대로다.

국내에서는 일치감치 이러한 현상을 예측했다. 2020년 한국 기후변화평가보고서는 한반도 온난화 및 강수량 변동성 증가로 가뭄, 홍수 등 극한강수 현상이 빈번해질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윤광식 전남대 지역‧바이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 더 이상 가뭄 안전지대는 없으며, 현 물 공급 체계 재검토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비한 통합물관리 체계 구축 등 종합적 가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1인 하루 물 사용량 ‘세계 3위’‧‧‧ “절약 문화 정착돼야”

우선적으로 그는 우리나라는 1인 하루 물 사용량 세계 3위로 생활 속 물 절약 습관화 및 요일별 급수, 배수된 물 재사용 등 농업용수 절감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스마트 관수로 시스템 구축을 통한 계측 및 수자원의 효율적 관리 ▷ 디지털 재난관리‧계측관리 및 ICT 기반 체계 구축 ▷농업용수 회귀수 모델 개발과 관개지구 특성 반영 물관리 가이드라인 정립 ▷관개 시설의 현대화를 통한 용수 절감 및 물관리의 과학화 실현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농업용저수지 홍수 대응 방안’을 발제한 임경재 강원대 지역건설공학과 교수는 홍수대응을 위한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대안에 스마트 홍수예경보 관리운영시스템 구축을 역점에 뒀다.

임 교수는 스마트 사전방류를 통해 만수위/홍수위 관리에 따른 안정성 확보 및 스마트 방류시스템을 통한 첨두방류량 감소로 하류하천범람을 방지할 수 있다며, 유입량-저수위-방류량 분석 그리고 침수영향 검토까지 머신러닝을 활용한 정확도 상승과 예측 시간 단축 및 대응에도 도움된다고 덧붙였다.

한국농어촌공사 윤성은 부장은 논에 타작물 재배 용이한 배수개선을 통해 논 범용화 기반을 조성이 필요하다며, 물 관리체계개선을 위해 30만톤 이상 저수지 용수공급 가능량 조사 및 50만톤 이상 저수지 공급량 계측 장치를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윤 부장은 “재해대응능력 강화를 위해 홍수‧가뭄 설계기준 강화, 치수능력 확대, 지진 내진평가 및 내진보강 추진하고, 수질개선사업 확대를 위해 저수지 87개소를 120개소로 확대 및 담수호 10지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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