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정재혁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정재혁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정재혁 

[환경일보] 이차전지와 ESS는 미래 유망산업에 있어 단순 핵심부품이 아닌 전 산업 분야의 파워공급원으로서 그 위상이 확대됐다. SNE 리서치(SNE Research)에 따르면 이차전지 시장 규모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 힘입어 2020년 461억 달러에서 2030년 3517억 달러로 향후 10년간 약 8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 저장 장치) 역시 이와 마찬가지이다. 무관성 전원, 간헐적인 출력 특성이 있는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효과적인 수단인 ESS는 신재생에너지가 확대됨에 따라 잉여 전력을 수용하기 위해 점차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는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고, 공급망 안정화를 실현하고자 각종 법안을 제시했다. 2022년 8월, 미국은 IRA(Inflation Reduction Act) 법안을 통과시켰다. IRA 법안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슬로건을 기반으로 하며 재정적자 해소 및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이 주요 목적이며, 전기차 배터리 전체 부품 중 50% 이상을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해야 보조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나머지 세액공제 역시 ‘핵심 광물 요건’을 통해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의 4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 및 가공해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이러한 불공정 무역 정책에 맞대응하기 위해, 또한 원자재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CRMA(Critical Raw Materials Act) 법안을 통과시켰다. CRMA 법안은 EU에서 소비되는 핵심 원자재는 지역 내에서 10% 이상 채굴해야 하며, 40% 이상을 가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정 국가가 공급망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현 시장 구조가 위험하다고 판단해 원재료 공급망을 분산시켜 수급 불안정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이러한 법안을 제정한 것이다.

프랑스 정부 역시 IRA 법안에 대항해 프랑스의 친환경 기술 투자를 촉진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녹색산업법’을 추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북미에서 생산되고 핵심 광물 및 배터리 기준을 충족한 전기차 등 친환경 사업에만 보조금 혜택을 제공하는 IRA 법안이 유럽 내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응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이처럼 세계는 현재 총성 없는 ‘공급망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가 공급망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광물로는 리튬, 니켈, 희토류 등이 있다.

리튬은 ‘하얀 석유’라고도 불리며 휴대전화, 노트북 등 휴대용 전자기기에 이어 전기차, 로봇 산업에 필요한 이차전지를 만들기 위한 필수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전기차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리튬 수요가 폭증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세계적 공급망 위기까지 맞물리면서 리튬 시장이 과열됐다. 리튬은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적고 대부분의 생산이 일부 국가에서만 이뤄지기에 국가별 편중이 심하며 리튬을 무기화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니켈 역시 공급망 확보를 위해 세계 각국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신격전지로 부상한 니켈 생산국들은 자원 민족주의로 돌입, 배터리 원자재 확보에 더욱 불을 댕기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예견되면서, 핵심 부품인 배터리 주도권 확보가 미래 먹거리 사업과 맞물리면서가 그 이유이다.

“원자재 공급망 확보 위한 국가 차원 노력, 이젠 선택 아닌 필수”

희토류는 스마트 폰 등 첨단 전자제품, 첨단 무기 생산에 반드시 필요하다.
희토류는 스마트 폰 등 첨단 전자제품, 첨단 무기 생산에 반드시 필요하다.

 

희토류는 2차전지, 반도체, 풍력발전용 터빈, 전자전기 소재뿐 아니라 군사무기 제조에도 반드시 들어가는 필수 원료이다. 이러한 매력을 가진 희토류는 다른 원소로 대체가 어려워 전략적 가치가 크지만, 채굴이 어렵고 채굴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발생하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 등은 희토류 생산을 기피해 왔다.

그러나 중국은 채굴·분리·정제 등 단계별 가공 공정은 물론 고부가가치 소재 및 부품의 생산능력을 키워 왔다. 이 때문에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희토류 수출 제한 계획을 세우는 등 희토류 독점권을 전략적 입지 강화에 사용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희토류 분야에 대한 중국의 독점력은 전 세계 석유 무역의 69%를 차지하는 석유수출기구(OPEC)를 넘어선다고 평가받는다. 이는 전 세계 첨단산업에 대한 중국 희토류의 영향력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주요 광물에 대한 의존도가 95%에 달하고 있어 이러한 현 상황이 지속돼 자원 패권주의의 확산이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의 산업과 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특히 미·중 간 갈등도 더욱 격화되고 있고 반도체, 미래자동차 등의 첨단산업 부문에서 호혜적 공급망 구축이 구체화되면서 중국의 반발도 점차 거세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영향은 개별 기업이 단기간에 대응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선 만큼 정부와 산업계,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대응책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자원개발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기업들과의 협력과 공동투자 등에서도 더욱 적극적인 전략 수립이 요구되는 바이다.

<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정재혁 witiger07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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