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올해는 광복 6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이다. 그럼에도 광복절 반짝 행사가 지나간 후 이에 대한 느낌이 많이 퇴색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안팎으로 사건사고가 많아 민족이 하나로 뭉쳐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지금, 우리의 것을 제대로 알고 다시금 되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나라꽃 무궁화를 제대로 아는 것도 애국심과 다름없다.

이에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무궁화로 한반도 모양을 만들어 그 의미를 더한 30년 무궁화 사랑의 주인공, 성균관 대학교의 심경구 교수를 만나봤다.

신에게 바치는 가장 아름다운 꽃, 무궁화
“나라꽃 무궁화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퇴직하면 이제 연구도 그만둬야 할까 봐요." 무궁화에 대한 국민의, 정부의 무관심이 아쉬운 심 교수의 첫마디다.
그가 처음으로 무궁화 공부를 시작한 것은 미국 유학 당시 미국인이 무궁화를 연구하는 것을 보고 돌아온 직후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연구하지 않던 무궁화를 미국인이 연구하고 있어 크게 감명을 받았죠. 돌아오자마자 스승이신 유달영 교수님과 무궁화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의 연구를 ‘시작부터 애국적이었다’고 하면 너무 과장된 이야기일까.

[#사진2]무궁화의 학명은 Hibiscus syriacus L. 이것은 ‘신에게 바치는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의 나라꽃 무궁화에 이런 아름다운 의미가 담겨 있는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심 교수는 국민들이 이런 의미만 새기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 고유종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홑꽃의 홍단심과 백단심밖에 없습니다. 그 외의 것은 모두 외국종입니다. 그런데 외국종을 가지고 고유종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고, 심지어는 전문가 중에들도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말과 동시에 그가 내민 한 권의 책에서 일본품종이 나라꽃 무궁화의 분류에 속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주변에서 보는 무궁화 품종 중 많은 것이 외국품종이라고 한다.

나라꽃 무궁화, 한반도와 같은 시작점
“무궁화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꽃입니다. 저는 무궁화의 경로가 우리나라에서 중국을 거쳐 실크로드를 통해 유럽으로 넘어간 것이 다시 우리나라로 유입됐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분명 국내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의 무궁화가 있고 그것이 우리의 나라꽃임을 다시금 인식하게 된다.

이쯤 되면 무궁화가 언제부터 ‘나라꽃’으로 지정됐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무궁화가 시작된 법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우리의 가슴 안에서 쭉 이어져온 것이죠. 다만 1868년 서재필이 독립문을 건립할 때 무궁화에 대한 기록을 남겼고, 또 4300년 전 중국의 ‘산해경’에 무궁화에 대한 기록이 있어 그 기원이 오래됐다는 것을 유추할 뿐입니다.” 오래전부터 무궁화가 나라꽃이었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한반도에 역사가 생긴 시작점과 거의 동일한 시작점을 갖고 출발했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다.

무궁화 경시 풍조는 일본의 잔재
“사실 무궁화 경시 풍조는 일본의 잔재입니다. 일제 시대 당시 내선일체를 앞세운 그들의 정책으로 무궁화를 경시하게 된 것이죠.” 주변에서 무궁화를 흔히 볼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심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당시에는 무궁화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장님이 된다고 했죠. 또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는 꽃의 특성을 두고 끈기가 없다고 해 하루에 한 그루씩 뽑아오도록 시키기도 했는데, 당시의 의식이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심 교수는 이 말과 함께 실제로는 장미에 진딧물이 더 많이 낀다고 덧붙였다.

국가 차원의 무궁화 연구 시급
[#사진3] 그는 30년간의 연구를 통해 40여 종의 품종을 개발해왔다. “무궁화가 ‘조생모사(아침에 피고 밤에 진다)’라고 꺼리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서 새벽 4시에 피고 밤 10시에 지는 ‘심산’이라는 품종을 개발했습니다. ‘화합’ 품종은 가로수로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현재 특허를 받은 상태입니다.” 그의 품종개발에 대한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그만큼 그의 열정이 무궁화에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라꽃의 품종개발은 오로지 그의 열정과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다.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 들어설 용산공원에 무궁화나무를 심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또 ‘무궁화 축제’와 ‘무궁화 박물관’ 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심 교수의 반문은 나라꽃에 대한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렇다면 그가 연구를 그만두는 때가 나라꽃에 대한 연구가 끝나는 때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노란 무궁화, 향기 나는 무궁화를 개발해 사랑을 고백할 때 무궁화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심 교수는 무궁화에 대한 사랑을 가득 담아 표현하며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권경화 기자>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