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신공항 건설 계획··· 세계가 인정한 자연유산 훼손 없어야

[환경일보] 서해에 도요새가 찾아오면 봄이 온 것이라고 한다. 도요새는 남반구에서 월동을 마치면 시베리아로 간다. 그 여정이 워낙 길기에, 서해 갯벌에 들러 충분히 영양을 보충한다. 자신들을 도요새의 후예라고 믿는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은, 서해 갯벌까지 찾아와 ’조상님‘을 위한 장승을 세우기도 했다. 새만금 방조제 마지막 물막이 공사 전이다. 마오리족은 조상님이 새만금 갯벌과 함께 사라질까 노심초사했을 것이다.

기후위기 속에서 갯벌은 생물다양성과 탄소흡수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21년 ‘제1차 갯벌 등의 관리 및 복원에 관한 기본계획’과 ‘해양수산분야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통해 우리나라 갯벌을 ‘지속가능한 생태공간’으로 만들 계획을 밝혔다. 해수부는 갯벌식생복원사업을 통해 갯벌 염생식물을 복원 및 조성하고 있다.

한국의 갯벌은 2021년 7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전 인류적, 전 지구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충청남도 서천, 전라북도 고창, 전라남도의 신안과 보성 그리고 순천의 갯벌은 도요새를 비롯한 철새의 정류장이다. 지난해 해양수산부는 세계자연유산인 한국 갯벌을 통합관리할 보전본부가 전남 신안에 들어선다고 밝혔다.

전북도 경쟁에 나섰지만 유치에 실패했다. 대신 방조제가 덮어버린 새만금 갯벌 중 마지막으로 남은 갯벌에 공항을 세울 것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6일, 대한건설협회 전북도회는 새만금개발청을 찾아 새만금 간척지에 들어설 공장과 연결한 인프라 사업을 독촉하고 나섰다. 새만금 신공항이 여기에 포함된다. ‘전북 건설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이 이들이 내건 명분이다.

이런 가운데 1일 새만금신공항 계획예정부지인 수라갯벌에는 중장비가 투입돼 지반조사가 강행됐다. 이곳은 환경부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인 곳이다.

이에 13일 전북 녹색연합을 포함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은 세종시 국토부 앞에서 모였다. 이들은 국토부가 환경부의 협의 조건을 무시한 채 업체들이 입찰을 위해 중장비를 투입해 지반조사를 시행하게 하고, 멸종위기종 서식지 훼손을 초래했다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새만금신공항 건설 계획에 따라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붙인 협의 조건에 따르면, 흰발농게 등 법정보호종의 개체군 규모와 분포범위 파악을 ‘선행’해야 한다. 또한 사업계획의 추진 및 흰발농게 등 법정보호종의 보존과 관련해 이해관계자들, 전문가들이 공동참여해 ‘이해의 상충과 개발과 보존 사이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조사 방안을 마련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환경영향평가와 실시계획 수립은 함께 진행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새만금신공항' 건설 사업은 지난해 6월 30일 국토교통부가 공항 건설 기본계획을 고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정부 역시 지역발전과 정부는 지역발전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새만금 신공항 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2019년 1월 국가균형발전 사업 명목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받았다.

‘국가균형발전’. 기시감이 드는 구호다. 정부가 새만금 간척사업을 시작하며 주민을 설득하기 위해 내세운 구호도 바로 ‘균형발전’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전북지역이 “균형잡힌 발전을 이뤘다”라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부안군도, 군산도 간척사업 전에 비해 부유해지지 않았다. 간척사업으로 이곳 어촌마을은 대부분 사라졌다.

새만금개발청의 대표 블로그에서는, 새만금신공항의 필요성으로 글로벌 접근성 향상과 대외접근성을 들고 있다. 전 세계가 보전가치를 인정한 인류유산의 훼손과 법정보호종의 멸종 위험이 명백한 가운데 과연 누가 이런 문구에 현혹될 것인가?

새만금신공항 예정지는 새만금 간척사업 후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의 갯벌이다. 정부는 이곳이 이미 육역화돼 문제가 없다고 했으나, 이곳에 아직도 많은 보호종이 살고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조사로 밝혀졌다.

기어코 마지막 남은 갯벌 한 조각까지 죽여야 속이 시원한가? 이제 환경부가 답할 차례다. 정부도 갯벌 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 갯벌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이미 너무나 많은, 너무도 소중한 것들을 잃었다. 얼마나 더 잃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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