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역과 하도 내 자연적·인위적
환경 따라 변하는 것이 하천 본질··· 
“하천은 하나의 거대한 생물체”

“하천복원은 단순히 원래대로 돌려놓는다는 의미만은 아냐”
치수·복원사업 전 하도·유역 등 하천 고유 특성 파악이 우선

7월6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내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삼희 전문위원은 “하천복원은 단순히 원래대로 돌려놓는다는 의미만은 아니며 치수나 복원사업 이전에 하천 고유의 특성에 대해 충분히 파악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사진=임혜인 기자
7월6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내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삼희 전문위원은 “하천복원은 단순히 원래대로 돌려놓는다는 의미만은 아니며 치수나 복원사업 이전에 하천 고유의 특성에 대해 충분히 파악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사진=임혜인 기자

[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지난달 23일 고양특례시 덕양구청에서 5시간가량 이어진 ‘창릉천 통합하천사업 성공추진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마지막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은 이들은 고양시 주민들이었다. 이들은 사업 방향을 두고 마이크를 주고, 받으며 다양한 의견을 표출했다. 마이크를 잡지 않고 언쟁을 벌이는 시민도 있었다. 시민 발언을 종합해보면 ‘창릉천 통합하천사업이 지속가능한 하천생태계 복원과 홍수로 인한 피해를 막는 것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다만 실행방법에 대한 의견이 분분할 뿐이었다.

6월23일 고양특례시 덕양구청에서 열린 '창릉천 통합하천사업 성공추진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삼희 전문위원 /사진=박선영 기자 
6월23일 고양특례시 덕양구청에서 열린 '창릉천 통합하천사업 성공추진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삼희 전문위원 /사진=박선영 기자 

이날 종합토론에서 발언한 이삼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전문위원을 다시 만나 상세히 이야기를 들어볼 것을 결심하게 된 것은 이 사업명이 ‘지역 맞춤형 통합하천사업’이기 때문이다.

심포지엄이 끝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이삼희 전문위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7월6일 고양시 건설기술연구원 사무실에서 만난 이 전문위원이 본지에 전해주고 싶은 주요 메시지는 ‘하천의 건전성’과 ‘하도변화’ 두 가지였다. 그는 “하천복원은 단순히 원래대로 돌려놓는다는 의미만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치수나 복원사업 이전에 하천 고유의 특성에 대해 충분히 파악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이 전문위원은 직접 작성한 하천유형도를 펼쳐 우리나라 하천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말한 하천의 본질은 유역과 하도 내에서 일어나는 여러 자연적·인위적 환경에 따라 반응하며 변하는 것이다.

이 전문위원이 30년간 추구해온 하천살리기 본질은 보기에 예쁜 하천이 아니다. “자연적인 하도변화의 특성을 하천복원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자연복원의 핵심은 하천별 하도변화의 특성에 따라 이동하는 하상재료의 자연적 이동을 인정하고 이를 잘 아는 것이다. 이는 치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하도변화와 물의 에너지가 합쳐져 만드는 하천생태계’이다. 치수는 이 하도변화와 에너지를 어떻게, 얼마나 관리할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이것으로 하천의 생물서식처도 예측할 수 있다. 그가 말하는 하천식생관리 방향은 하도유역화가 진행되면서 동시에 하천수림대가 조성돼 하천 흐름과 하도변화를 왜곡시켜 하천관리의 현안(치수 안전도 저감, 고유생태 교란, 시설물 유실 등)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 전문위원이 말하는 연구 인풋(input)은 현장조사다. 그의 유학 시절 지도교수인 야마모토 코이찌(Koichi Yamamoto)가 “연구는 현장 조사를 통해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에 따른 것이다.

이 전문위원은 하천은 “창릉천이 그러하듯 복원과 개발, 생태, 수환경, 치수, 문화 등 시민들이 원하는 것과 국가에서 해야만 하는 많은 것이 한자리에서 아우러지는 현장”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그의 업적을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가 지켜온 원칙들에 대해 들어보기 위함이다. 인터뷰는 스승인 야마모토가 쓴 충적하천학을 옆에 놓고 시작됐다.

2019년 10월 30일 충북 영동군 초강천에서 이희자 영동군 환경과장과 함께 현지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이삼희 전문위원
2019년 10월 30일 충북 영동군 초강천에서 이희자 영동군 환경과장과 함께 현지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이삼희 전문위원

하천마다 공간구조·유역지질구조 등 달라, 맞춤형 재해 대책 필요

Q. 폭염과 폭우가 공존하는 기후변화가 이뤄졌다. 이 같은 변화에 따른 지역 하천 고유의 특성을 감안한 홍수대책에 대한 의견을 전한다면

가뭄과 홍수는 극한적으로 상반된 개념이다. 그 발생 구조 및 파급 영향에 대한 부분에 대해 일률적으로 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기후변화라는 시대적 상황이 전개돼 이에 따른 가뭄과 홍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고 이를 둘러싼 주민들의 이해관계도 첨예하다.

다만 전문가나 정책입안 기관인 당국에서 적절한 해법을 내놓기에 앞서 시민들 스스로도 삶을 영위하는 자신들의 유역과 하천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 현상에 대한 관심과 해법을 찾는데 동참하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하천마다 그 공간적 구조와 형태는 물론 강우, 유출과 같은 수문양상, 유역지질구조, 해당 유역 내 수자원시설물의 유무 등과 같은 부분이 아주 다양하다.

그동안 하천관리는 시대적 요구에 부합해 추진됐다. 발전과 용수확보, 홍수 조절이 시급하던 때는 댐과 보를 축조하고 강둑을 쌓으면서 강바닥도 수시로 준설해 대응해 왔다. 지난 정부에서 ‘물관리 일원화’ 정책에 따라 건설에 기초하던 하천 홍수관리 업무가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치수사업보다는 자연성 회복에 초점을 두는 형국으로 전환됐다. 이제 댐 축조는 물론 하상준설 사업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유럽과 같이 강폭을 넓힐 곳도 마땅치 않아 어쩔 수 없이 제방을 높이고 보강하는 방법 위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제방을 높이기만 하면 붕괴에 따른 범람 잠재성도 커지고 교량 개축 등으로도 사회적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더욱이 대개 50년~200년인 제방 설계빈도를 초과하는 홍수가 발생하면 제방은 무너지게 된다. 제방이 최후의 홍수대책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최소한의 대책일 뿐이다.

최근 기후변화와 활발한 유역개발로 설계빈도를 초과하는 홍수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추세라 더욱 우려스럽다. 심지어 지자체마다 민원에 따른 규제 완화라는 명목으로 강바닥에 홍수 소통을 방해하는 시설물을 마구 조성하거나 홍수를 조절하던 강변의 하천구역(습지 등)을 줄여 제방을 높이는 사례가 아직도 많다. 심지어 소하천을 폐천으로 처리해 택지로 개발하고자 하는 대도시 주변 지자체 사례가 빈번해지는 것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강둑보다 낮은 저지대가 많은 네덜란드를 비롯해 미국, 영국, 일본에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홍수관리를 주민 생활공간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제방을 일방적으로 높이는 대신 이중 제방으로 강폭을 넓히거나 제방 밖에 홍수 완충지를 설치하고 이전 범람터를 습지로 복원하거나 하천홍수 범람유도 보 축조 등의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주거지와 논경지를 초토화하는 설계초과 홍수량을 일시에 가두어 홍수가 끝나는 시점에 재빨리 빼내는 전략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방법을 도입할 여지가 있는지 찾아봤다. 사례 연구는 경남 우포였다. 1933년 을축년 대홍수에 버금가는 홍수가 남부지방에서 발생했다. 이때 창녕의 우포늪과 인근 용호늪으로 낙동강 큰 강물이 역류한 뒤 낙동강 수위가 내려갈 때 빠져나갔다. 이른바 홍수조절지 역할을 하면서 창녕은 물론 부산, 김해 등 하류권역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후 확장된 우포늪은 홍수조절지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최근 낙동강 장천제가 붕괴됐지만 피해는 미미했다. 낙동강 범람원에 있던 이른바 이선제(二線堤)라고 하는 자연제방이 양호한 상태로 남아있어 방파제와 같은 역할을 한 것이다. 이처럼 제방과 자연제방 사이를 홍수 완충지로 설정하는 방안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연제방은 홍수조절 기능에 더해 친수공원이나 농로로, 유기농 경작지, 자연습지원, 탄소저감 실험장, 녹조처리용 산화지, 야생화원, 캠핑장 등 지역 특성에 적합하고 주민이 선호하는 용도로 활용하면 된다.

앞으로는 불확실성이 더해지는 기후변화 시대에 대홍수를 단순히 댐과 둑으로 둘러쳐진 하천구역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활의 공간으로 끌어들여 재해를 줄이는 방안을 지역 주민과 함께 찾아 나서야 한다. 더 나아가 홍수를 오히려 자원화하려 선제적으로 노력하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정부가 적극 호응해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Q. 최근 열린 ‘창릉천 통합하천사업 추진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다양한 시민 의견이 제시됐다. 창릉천 중류 지역에 저류지가 많이 필요하다는 시민 발언이 있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밝힌다면

이 자리에서 발언을 통해 계곡을 빠져 나오는 상류역의 선상지 하도구간에서는 복류천이 존재해 강우, 유출 규모에 따라 크고 작은 과거 물길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이론적 내용을 말했다. 선상지 하도의 물길 특성을 깊이 있게 조사·분석해야 한다는 의미다. 창릉천은 화강암 지대로 토층이 얕아 기저유량 즉 평상시 흐르는 유량이 적다. 그래서 쉽게 건천화될 수밖에 없다. 다만 중하류로 내려갈수록 일부 충적하천대가 존재한다. 이를 창릉천 살리기에 잘 활용해야 한다. 아울러 창릉천에는 신도시가 추진 중에 있다. 창릉천변 저류지를 창릉천과 일체화해 홍수조절기능과 생태계 습지나 친수공원으로 연계해야 한다. 더군다나 창릉천 하류는 한강의 배수 구역에 해당하므로 한강과 일체화된 계획이 추진돼야 한다.

Q. 통합물관리를 실현하기 위한 통합하천법이 시행 중이다. 이를 통해 취수시설 개선, 재자연화, 자연성 보전 등의 과제가 제시되고 있다. 이에 의견을 밝힌다면

통합하천관리 의미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 즉 하천이 지닌 홍수관리(치수 안전성 제고) 기능, 생태계 기능, 이수 기능(수자원 보전), 친수 기능을 개별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통합하천관리는 이 기능 사이에는 서로 충돌하는 부분이 존재하므로 이를 잘 조정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여기서 우선 전제해야 할 사항은 홍수재해를 경감하는 방향으로, 치수 안전성이라는 토대에서 출발해야 한다. 다만 치수 안전성이라 해서 제방을 높이 쌓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더 다른 기능과 상충하지 않는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삼희 전문위원은 한강 하류부 변화를 25년간 항공사진으로 기록해왔다. /사진=임혜인 기자 
이삼희 전문위원은 한강 하류부 변화를 25년간 항공사진으로 기록해왔다. /사진=임혜인 기자 

Q. 복원 방향을 기획한 강남구 양재천은 하천 복원의 모범사례로 회자된다. 이후 많은 지자체에서 참조 사례로 활용하고 있다. 양재천의 경우 민자유치 성공사례로 알려졌다. 하천복원 시작부터 진행 과정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 하천을 둘러싸고 국토부는 치수 기능 제고 사업(제방 등 시설물 위주로 한 홍수해 대비)을, 환경부는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고에 따른 수질 개선을 포함한 수환경 개선과 현존생물상 조사 사업을, 행안부는 하천공간(고수부지) 조성 사업에 주력하던 상황이었다. 이때까지 하천생태환경을 배려한 하천복원 사례는 전무했다. 더욱이 하천관리를 담당하던 부서는 법적 근거가 없는 새로운 개념의 하천복원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과 감사에 대한 우려로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생태계를 배려하는 자연형 하천복원을 실험적으로 추진하던 해외에서 관련 기술을 습득한 본인(신청자)이 이를 현장에 적용할 목적으로 강남구청(당시 권문용 구청장)에 접촉을 시도했다.

강남구청은 초기에는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법적 근거가 없고 생소한 하천복원에 지방재정을 투입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신청자 책임하에 민자 유치를 통해서라면 가능하다는 조건부 승인을 받게 됐다. 이후 신청자 단독으로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민자 유치를 성사시키며 시작된 양재천 하천복원은 차후 하천복원의 효시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1990년 초반 국토부(당시 원인희 건설부 하천계획과장)로부터 소액의 연구개발비를 당시 건설기술연구원 연구실장이던 김승 박사를 통해 지원받아 본인이 개발한 하천복원 요소기술을 양재천(양재천과 탄천 합류부 구간)에 시험 적용해 그 유효성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1993년부터 본격적인 하천복원을 확대하기 위해 양재천 하도관리자인 강남구청에서 사업 추진 조건으로 제시한 민자를 투자할 기업의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마침 삼성그룹(DK21팀)이 양재천과 가까운 도곡동 상업지구에 삼성타워 건설을 구상하던 때 선진외국 성공 사례를 들어 기업의 사회적 참여 일환으로 양재천 하천복원을 주목해야 할 당위성과 추후 기업에 파생될 부수 효과를 피력했다. 이에 삼성그룹이 호응하며 민자 유치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후 강남구청의 적극 행정 지원이 이뤄졌고 하천복원 사업을 본격 추진할 수 있었다. 이 사업에 우호적이었던 환경부(당시 선우영준 국장, 이지윤 사무관)의 추가적인 연구지원에 따라 하천복원이 G-7 연구과제에도 포함되면서 하천복원 사업이 제도권에 진입하게 됐다. 초기에는 예산낭비라는 주민들의 반대와 냉소에 부딪히기도 했다. 하지만 하천복원 사업이 가시적인 효과를 보이며 결론적으로 국민적 호평을 받게 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중앙정부 및 지자체가 하천관리에서 하천환경 및 수생태 복원을 정책으로 채택하는 전환기를 맞을 수 있었다.

양재천 사업기간은 1993년부터 1998년까지였지만 이후 주민 요구에 부응해 강남구청이 예산을 지속 투입하면서 현재까지도 다양한 사업(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양재천 하천복원은 이전 토목 위주로 수행하던 하천정비 사업에서 벗어나 조경, 생태, 경관, 수질, 치수, 시공, 토목, 건축 등 융복합 형태의 전문분야별 연구진을 초빙해 진행한 첫 번째 사례였다.

2020년 8월 14일 섬진강 대홍수 피해 현장 조사 모습 /사진제공=이삼희 전문위원
2020년 8월 14일 섬진강 대홍수 피해 현장 조사 모습 /사진제공=이삼희 전문위원

 

제방은 최후의 홍수대책 아닌 최소한의 대책

하천형태 무시한 친수 공간과 시설 조성으로 재해 취약성 강화

Q. 하천을 공원으로 개조하고 자전거길 등을 만드는 등의 하천 정비사업으로 물길이 좁아져 재해에 취약한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밝힌다면

우리나라 하천은 강우나 유출 변동에 따른 수위 변화가 급격하다. 극동아시아 몬순지대에 위치해 있고, 지질구조도 복잡하다. 자연상태에서 종단적, 횡단적, 평면적 하천형태가 매우 다양한 형태를 띠는 이유다. 이를 인위적으로 변경시켜 공간적으로 다양한 하천형태를 무시하고 하천에 여러 형태의 친수 공간과 시설을 조성한다면 당연히 재해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하천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물리적 고유 특성을 충분히 파악해야 하는 것이 전제다.

직접 작성한 하천유형도를 펼쳐놓고 우리나라 하천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삼희 전문위원 /사진=임혜인 기자
직접 작성한 하천유형도를 펼쳐놓고 우리나라 하천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삼희 전문위원 /사진=임혜인 기자

“하천 복원이 반드시 과거 모습 되찾는 것만은 아냐”

Q. 본래 하천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는 시민 의견이 많다. 한강 하구 물가에 섬이 생기고, 장항습지 등이 자연스럽게 모습을 되찾아 가는 것에 대한 의견이라면

물길(하천)은 우리 생활의 거울과 같다. 본래 하천의 모습을 찾아 미래 하천의 모습을 그린다는 접근 자체는 좋은 방법이다. 다만 본래의 하천 모습이 과거의 모습으로만 생각해 이를 쫓아가는 일은 사실상 별로 의미가 없다. 여기서 본래라는 단어에는 벌써 과거의 고정된 시작에 얽매여 있다는 것이다.

하천은 끊임없이 모습이 변하는 하나의 거대한 생물체이다. 하천을 인간을 포함해 모든 생물의 생활공간인 유역에서 시공간의 자연적 혹은 인위적 변화에 따라 응답하기 때문이다. 하천은 인간이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 준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한강하구에 섬이 생기고 장항습지가 형성되었다고 과연 이것이 자연스럽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이 역시 작용에 따른 응답의 한 과정에 불과하다. 생태학적 용어로 표현하면 하천은 그 모습이 육지와 같은 극상(CLimax) 관점에서 접근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장항습지는 이미 하천교란에 따른 하천식물상에서 서서히 하도육역화에 따른 수림대 현상으로 천이돼 산림과 같은 극상으로 나아가는 부분이 나타나기 시작해 걱정된다. 이에 대한 영향평가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하천에 작용(Impact)하는 자연상의 물(흐름)과 인위적인 행위에 따라 물길이 어떻게 응답하는가 하는 I-R 시스템에 대해 깊이 이해해야만 한다. 이는 살아있는 이른바 생태계 물리기반인 하천 유사계(流砂系)의 역동성에 바탕을 두고 하는 말이다.

2019년 11월 8일 한강하구(임진강 합류부) 모래톱 한강하구 하도변화 모니터링 사업 관련 추적 연구 조사 중 촬영한 사진 /사진제공=이삼희 전문위원
2019년 11월 8일 한강하구(임진강 합류부) 모래톱 한강하구 하도변화 모니터링 사업 관련 추적 연구 조사 중 촬영한 사진 /사진제공=이삼희 전문위원

Q. 그동안 ‘보기 좋은 하천만큼 살아있는 하천’을 강조해왔다

앞서 말한 시공간적인 하도 응답구조를 이해하면 ‘치수 안전성’, ‘생태계 건강성’ ‘보기 좋은 경관’을 함께 추구할 수 있다. 사실 본인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하천복원을 시도한 양재천은 겉모습에 치중한 경향도 있었다. 반면 안양천은 하천 유사계의 역동성 확보 기술을 도입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아직 국내 학계에서는 이러한 I-R 시스템에 대한 개념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이를 분석할 데이터가 부족하고 이에 대한 기능과 구조를 이해하기에는 난해한 학문적 영역이다. 바람직한 하천관리를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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