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내셔널트러스트, ‘제21회 이곳만은 지키자’ 7곳 발표

[환경일보]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로 훼손 위기에 직면한 금호강 팔현습지와 골프장을 추진하며 불법적 벌목이 이뤄진 구례 사포마을 다랑이논 등이 제21회 ‘이곳만은 지키자!’ 수상지역으로 선정됐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이사장 조명래)는 환경부와 문화재청, 한국환경기자클럽이 후원하는 제21회 ‘이곳만은 지키자!’에서 선정한 자연환경 4곳과 문화유산 3곳을 발표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주최의 ‘이곳만은 지키자!’는 보존가치가 높지만 훼손위기에 처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선정하는 시민 캠페인이다. 시민들이 직접 추천한 대상에 대해 네티즌 평가와 서류심사, 전문가 현장심사를 거쳐 ‘올해의 꼭 지켜야 할 자연·문화유산’을 선정한다.

수상지역에 대한 시상식은 10월7일(토) 오후 2시 문학의집 서울 산림문학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시상식에서는 ‘내셔널트러스트 대상’, ‘환경부장관상’, ‘문화재청상’, ‘한국환경기자클럽상’ 등 7개 부문 수상작을 발표하고 응모한 개인과 단체에 시상을 진행한다.

사포마을 다랑이논 /자료제공=한국트러스트
사포마을 다랑이논 /자료제공=한국트러스트

대구 3대 습지 ‘금호강 팔현습지’

대구 3대 습지의 하나인 금호강 팔현습지는 전체가 야생생물보호구역에 준할 만큼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한다.

고모동에 위치한 팔현습지가 훼손위기에 처한 것은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벌이는 하천정비사업에 의해서이다.

팔현습지와 인접한 산지 측면에 1.5㎞ 길이의 교량형 보도교 공사가 추진되기 때문이다. 보도교 설치과정에서 100년가량의 왕버들숲이 전부 벌목될 예정이다.

법정보호종인 얼룩새코미꾸리와 수리부엉이 서식처 역시 함께 훼손될 것으로 예상된다. 완공된 후에도 보도교가 산과 강의 생태계를 단절하게 된다.

응모단체인 대구환경운동연합은 대구지방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평가서에 제시되지 않은 멸종위기야생생물인 얼룩새코미꾸리를 발견된 데 이어 수리부엉이 같은 대형조류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8월 1일, ‘이곳만은 지키자!’ 현장심사에서 담비까지 목격되는 등 환경영향평가서에서 기록되지 않은 멸종위기종이 연이어 확인되고 있다.

팔현습지 담비
팔현습지 담비

공릉천친구들이 응모한 공릉천 하구와 좌우 농경지는 우리나라 전체 조류(500여 종)의 4분의 1이 번식, 월동, 통과하는 하천이다. 수원청개구리, 금개구리, 붉은발말똥개, 삵, 흰꼬리수리 등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야생생물만도 30여 종에 이른다.

한강유역환경청은 2022년부터 195억원을 들여 공릉천 하구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에 따라 둑방의 콘크리트 포장과 논 가장자리에 가로 2.5m, 깊이 2.5m의 콘크리트 U자 배수로 공사가 진행됐다.

응모단체인 ‘공릉천친구들’은 공사 초기부터 U자 배수로가 하천과 논을 오가는 생물들에게 ‘죽음의 수로’가 될 수 있음을 제기했다.

‘공릉천친구들’의 지적에 따라 현재 덮개와 펜스로 접근을 막은 상태다. 하지만 둑방의 콘크리트 포장에 따른 차량용 도로화 추진이 로드킬과 생태계의 단절을 가져올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공릉천 주변 농경지 황로
공릉천 주변 농경지 황로

재점화되는 골프장 건설 ‘다랑이논’

제21회 행사에 선정한 자연환경 부문 수상작 중 구례 사포마을 다랑이논과 옥천 골프장 예정지는 자치단체에 의해 골프장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이다.

두 곳 모두 지난 2006년과 2011년 각각 골프장이 추진됐지만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백지화됐었다. 하지만 최근 다시 골프장 건설 계획이 재점화되고 있다.

지리산 골프장은 구례 사포마을 다랑이논과 지리산 국립공원 사이 임야에 27홀 45만평 규모로 추진된다. 하층부 다랑이논과는 500m, 상층부 국립공원 경계에서 170m 떨어진 거리이다.

골프장이 들어서면 사포마을 다랑이논은 지형상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맹독 성분의 오폐수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

사포마을 35가구 70여 명의 농민들은 지리산으로부터 흘러내리는 물을 집수해 각 가정에서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주민들은 골프장 건설로 농업 생산의 포기는 물론 건강과 생존까지 걱정하고 있다.

옥천 골프장 예정지와 대청호
옥천 골프장 예정지와 대청호

구례군은 골프장 시행사의 사내이사이자 산주가 제출한 사업 예정지역 벌목허가를 마친 상태다. 허가에 따라 지난 2월부터 4월 30일까지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 21㏊가 벌채됐다.

벌목 사유는 수확벌채를 내세웠지만, 수익성 있는 목재용 통나무로 유통은 애당초 불가능했다. 재선충 확산 우려로 벌채된 통나무는 모두 파쇄 후 외부 반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벌채의 사유는 골프장 사업을 위한 사전 벌목이 목적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문제는 허가받은 벌채 과정에서도 불법이 이뤄졌다. 벌채뿐 아니라 산을 절개해 길을 내고 평탄화 작업으로 운동장까지 조성했다. 배수로도 없이 계곡을 메우는 불법행위도 저질렀다.

불법행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벌목 허가 기간이 끝난 시기에 허가받지 않은 지역에서 벌목을 계속했다. 그렇게 7만4900㎡의 숲이 사라졌다.

시행사의 불법 벌목은 녹지자연도 등급을 낮춰 골프장 건설 환경영향평가에 유리하게 반영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옥천 골프장 예정부지 역시 27홀 규모의 대규모 골프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예정 부지인 동이면 지양리 산56번지 일대는 상수원보호구역인 대청호와 매우 가까운 곳으로 수질 악화가 우려되는 지역이다.

응모단체인 대책위는 “물이용부담금을 통해 대청호 수질보전에 기여하고 있는 360여만 충청도민의 이해에 반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한다.

시민조사단이 단 1차례 진행한 골프장 예정부지의 생태조사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결과들이 확인됐다.

멸종위기야생생물인 팔색조, 수리부엉이, 새호리기, 삵, 하늘다람쥐, 애기뿔소똥구리 등을 발견하거나 서식처임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자가 조사한 환경영향평가 준비서에서는 멸종위기종과 법적보호종은 누락된 상태이다.

대청호 오염과 생태계 파괴에 이어 동이면 지역 차원에서는 국가생태관광지구 재지정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은 실제 골프장 건설로 인한 급경사 지역의 절토와 지형변화로 홍수 및 산사태 등에 따른 안전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밀양 고려내화 전경
밀양 고려내화 전경

재개발사업으로 사라지는 근대건축물

옛 고려내화주식회사 공장은 1930년 문을 연 밀양 최초의 내화벽돌공장이다. 1942년 일본내화재료주식회사가 운영했고 1965년 고려내화주식회사가 인수해 공장을 가동했다.

과거 밀양의 주요 산업을 선도했던 곳으로 연구실, 사무공간, 경비실, 굴뚝 등 일제강점기 건축구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경기 악화로 1986년 공장운영을 중단했고 2018년 주택건설업체에 매각됐다. 옛 고려내화주식회사 공장은 현재 밀양시로부터 아파트 건축허가가 내려진 상황이다.

인천시 학익동에 위치한 제국제마(帝國製麻) 사택은 마사(麻絲), 마면직물, 어망(漁網) 등의 제조, 가공, 매매 및 마원료 경작등이 주업인 동경 본사의 제국제마주식회사가 1939년 지은 노동자 숙소이다. 1940년부터는 군복과 천막, 로프, 군함 갑판 덮개 등을 제작했다.

당시 서편과 동편 사택지로 나눠 동편은 조선인 사택, 서편은 일본인이 거주했다. 현재 조선인 사택은 16가구, 일본인 사택은 3가구가 남았으며 재개발 대상지로 지정 철거를 앞두고 있다.

응모한 곽은비씨는 “비록 철거가 임박한 사택이지만, 중구와 동구일대의 근대유산 외에 내륙 미추홀에도 가치가 있는 근대유산이 존재함을 끝까지 알리고자 응모했다”고 밝혔다.

검정사택(도쿄제강 사택)
검정사택(도쿄제강 사택)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과 산곡동 경계에 1943년 지은 도쿄제강이 노동자 사택이 현재는 ‘검정사택’으로 불린다.

도쿄 제강은 당시 조선에 공급할 철강 와이어 제품 생산을 위해 1만2804평에 노동자 사택을 지었다.

공장 밖에 가족 단위 거주 사택 총 15동 87호로 건립됐으며 일본인 직원들은 1호와 2호(지붕 하나에 1세대 또는 2세대)에 살았고 조선인 공원들은 4호(지붕 하나에 4개 세대)에 살았다.

한국전쟁기 이곳에 거주하던 피난민들이 미군부대에서 콜타르를 구입해 건물 외벽에 방수처리를 하면서 ‘검정사택’이라 불리워졌다.

2020년 7월 재개발에 따라 검정사택 대부분이 철거됐고 현재 3개(채) 호만 남았으며 이마저도 주변 상가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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