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살리기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곳이 어딜까.
그리고 가장 노력해야 할 사람은 또 누굴까. 물론 모두가 환경을 살리는 데 일조해야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정에서의 역할이 가장 크고, 그런 만큼 부모, 그중에서도 주부의 역할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점차 많은 주부들이 환경에 눈을 뜨고 가정에서의 친환경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몇 해 전 ‘딱 1년만 자연주의로 살아보기’라는 책을 출간하고 이 시대 많은 주부들을 각성하게 만들었던 주인공 이진아씨를 만나봤다.

정상이 아닌 반응 ‘아토피’

[#사진1]“아토피의 어원을 아세요? 그리스어로 아토피란 말은 정상이 아닌, 바로 비정상적인 반응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보이는 피부만 벌건 게 아니라 모든 게 정상이 아니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심각한 질병입니다. 피부가 간지러우니 잠도 잘 못 자고, 자리에 가만히 있지도 못 하고 말도 잘 안 듣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결국 아토피가 피부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이죠.”
결국 이러한 독성물질의 문제점은 단순히 신체 기능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과 지능까지도 교란시키고 파괴한다는 것이 더욱 심각한 문제다.
“안 그래도 나날이 화학비료 사용으로 안전한 먹을거리가 없는 상황에서 엄청난 첨가물이 쓰인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를 먹는 것은 건강 파괴와 더불어 아이들에게는 보다 치명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빼놓을 수 없는 오염원은 단연 음식으로 인한 유해물질 섭취라고 지적한다.
환경오염은 누구에게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면역체계를 비롯한 모든 기능이 미숙한 어린이들에게 이런 물질은 몸의 기본부터 파괴할 수 있다고 말하며 환경오염의 가장 큰 피해자 역시 ‘아이들’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한 조사 결과에서도 초등학생들에게 치주질환·비만·고혈압·천식·아토피성 질환이 급증하는 가운데 알레르기 및 아토피 질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천식에 걸린 아동이 1964년 3.5%, 87년에는 10%였던 것이 최근에는 25%를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각계 전문가들 역시 아토피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내지 못하고 있지만 환경요인에서 기인했다는 것만큼은 공통적인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를 못 낳는 사람들…

“점차 아이를 갖는 부부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단순히 일을 하기 위해, 또는 금전적인 이유로 아이를 갖지 않는다지만 저는 달리 생각합니다. 많은 부부들이 아이를 안 낳는 게 아니라 못 낳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씨는 최근 여성들에게서 유방암이나 자궁암과 같은 여성병이 증가하고 있고 남성들 역시 무정자증 등으로 인해 점차 불임부부가 증가하는 게 저출산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이씨가 말하는 불임의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제노 에스트로겐’이라는 가짜 에스트로겐 성분이 남성불임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렇게 무서운 제노 에스트로겐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잉크·본드·비닐에는 물론이고 심지어 모두가 입고 다니는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옷이나 흔히 사 먹는 약인 아스피린에까지 존재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리고 간신히 아이 하나 낳고서 더 이상 낳으려 하지 않는 이유 역시 나이는 들어가고 그에 따라 주위에서 기형이나 아픈 아이들이 태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엄두를 못 내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설명한다.
이씨는 제노 에스트로겐과 같은 일종의 내분비계 교란물질과 더불어 인체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유해환경으로 ‘대기오염’을 꼽는다. 그중에서도 최근 건설에 활기를 띠면서 새로운 오염원이 증가하고 있다는 데 그 위험성이 크다고 전한다.
“건설 업계의 활발한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새로운 오염원은 다양하고도 치명적입니다. 건물을 짓기 위해 골재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땅을 파는데, 이때 깊은 땅 속에 많이 함유된 납이 지표면으로 노출됩니다. 이는 먼지에 실려 지표수까지 오염시킬 수 있죠.”
이와 더불어 인테리어 산업도 성장을 보이고 있는데, 내장재 역시 기본적으로 화학물질이며 제조 과정에 쓰이는 다양한 첨가제로 인해 강력한 독성을 함유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씨는 “학교 건물은 그래도 나은 편”이라며 “아동과 청소년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놀이방·학원·독서실 등의 환경은 보다 심각하다”고 전한다. 물론 PC방이나 오락실·노래방의 실내 환경이 더 열악하다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며,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데다 전자파까지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니 보다 피해가 크다고 전한다.

영양소도 ‘독’으로 만드는 방사선

넘쳐나는 유해물질로 각양각색의 독성을 뿜는 가운데 이씨는 ‘방사선 조사식품’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얼마 전 복지부에서는 첨가물의 피해를 줄이고 농산물을 안전하게 유통하기 위해 방사선 조사 품목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 이건 너무나 위험한 발상입니다.”
쉽게 말해 방사선 조사는 방부제 대신 식품에 방사선을 쬐어서 세균의 번식을 막는 방법으로, 방사선을 식품에 쬐게 되면 방사선 자체는 통과해 버리고 식품에 남지 않지만 식품을 통과하는 짧은 시간에 식품의 원자 및 분자구조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영양분이었던 물질도 독성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씨는 “결국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기호가 고급화되고 식품생산이 대규모화되면서 유통 과정에서도 소위 ‘첨단기술’이 적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충분한 세월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적용하는 일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일”이라며 “무엇보다도 너무 고급식품만을 우선시하지 말고 자연에 보다 가까운 먹을거리를 선택하는 안목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한다.
최근 환경정의 주최로 열린 ‘다음 세대의 환경과 건강을 지키는 교육’에서 역시나 주부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 이씨는 현재 주부이며 그간 경실련 환경개발센터 사무국장, 여성환경네트워크 운영위원을 지낸 바 있다. <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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