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수소 폭발 후 4년··· 재생에너지 안전 관리는 변화했을까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김채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김채윤

[환경일보] 강릉 수소 폭발 사고를 포함해 최근 10여 년간 국내에서 수소 관련 화재 및 누출 사고는 총 23건이 발생했으며, 2017년 이후로 사고 발생 건수 및 피해는 더욱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수소 안전사고 예방 및 근로자 보호를 위한 ‘수소 안전 매뉴얼’을 발표했다.

수소 안전 매뉴얼은 수소를 취급하는 설비 운영 시 반드시 숙지해야 하는 내용을 담아 제작했다. 크게 수소의 특성, 수소의 위험성, 수소 취급 시 안전조치 및 수소 사고 현황을 포함한다. 세부 내용으로는 분자량이 작아 다른 가스보다 작은 틈새를 통해서도 누출되기 쉬우며, 점화의 가능성을 나타내는 연소한계가 넓어 화재가 발생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최소점화 에너지가 작아 작은 에너지에도 쉽게 발화되는 수소의 물리적 성질을 설명했다. 또한 이와 연관해 설비 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 및 폭발의 원인과 대응에 필요한 정보를 제시했다.

수소 안전에 대한 R&D 기술 개발 또한 다방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수소 가스는 무색, 무취라는 특성상 누출 시에 시각적인 판단, 검출이 쉽지 않고, 공기 중 수소 폭발 하한 농도가 4%로 낮기 때문에 저농도의 수소를 감지해 초기 누설을 감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소 감지에는 주로 팔라듐(Pd)이라는 물질이 사용되는데, 팔라듐은 다른 금속에 비해 수소 분자의 해리 반응에서 활성화 에너지가 낮아 부피의 900배까지 수소를 흡수할 수 있고 흡착된 수소는 팔라듐 내부로 확산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수소는 통과하되 다른 기체는 통과할 수 없다. 이전까지의 센서는 수소를 흡수한 팔라듐의 전기적, 화학적 특성 변화를 정량적으로 검지하는 방식에 주목했었다. 하지만 실제 수소 발전이 이뤄지는 현장에서는 누출 지점을 가시적으로 빠르게 파악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는 상온, 상압, 고습의 실제 환경에서의 수소 가스 누출을 색 변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수소와 산소만 선택적으로 투과하는 고분자 박막의 위아래를 팔라듐 박막으로 감싸 적층해 박막 위에 아주 얇은 물 층이 형성되도록 제작했다. 장치 내에서 팔라듐 센서 표면에 O2가 우세하다면 H2O 분자는 물방울 형태로 형성되고 H2가 우세하다면 팔라듐 센서의 표면에서는 H2O의 막(film)이 형성되게 되는데, 형성된 물 층이 센서의 빛 공명과 반사에 영향을 줘 색 변화를 일으킨다.

이렇듯 강릉 수소 폭발 사건을 시작으로 수소 안전에 대한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지만, 과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진다. 6월 27일, 한국가스안전공사 경남본부는 수소충전소의 화재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창원산업진흥원 마산자유무역지역 수소충전소에서 사고 대응 훈련을 진행했다. 또한, 7월에는 호우에 대비해 전국의 대형 수소 인프라 구축 현장 및 수소충전소 안전진단을 실행해 안전관리를 강화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수소 사고는 저농도의 수소 누출로도 발생이 가능해 시설 설계에서의 빈틈이 없어야 하는 등 선제적인 사고 예방이 중요하다. 즉, 수소 안전 매뉴얼에서 설명하는 수소의 특성, 위험성과 같은 내용은 선제적 사고 예방에 실질적, 현실적인 도움을 주기엔 부족하며, 사고 대응 훈련과 매뉴얼 모두 ‘보여주기식’ 대응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R&D 연구에서도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익을 우선으로 추구하는 기업의 특성상 안전 관련 R&D를 기업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앞서 언급한 수소 누출 감지 센서의 경우도 대부분 국가와 대학 연구실이 협력한 과제였다.

정부 기관에서는 이러한 점을 자각하고,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는 데 급급한 과제를 제시하기보다 철저한 조사와 사례를 분석해 사고의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할 방안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필자는 수소 폭발 사고를 중점으로 다뤘지만,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위해서는 언급된 수소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전반의 안전사고에 대한 경계심을 고취해야 한다. 녹색보다 ‘안전’이 먼저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김채윤 basak720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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