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석유화학단지 인명‧재산‧환경 피해로 지역 일탈 주민 수 증가
“탈탄소정책 관점에서의 정책구현 위한 법적근거 종합적 검토 필요”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은 2021년 기준으로 연간 127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해 생산 규모로는 세계 4위로 세계시장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연간 95조원에 달하는 생산액은 국내 제조업 중 자동차, 반도체, 일반기계, 철강에 이어 5위에 해당하고, 수출액도 2021년에만 551억 달러에 달성해 반도체와 자동차에 이어 3위를 기록하는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핵심 기반산업이다.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최근 국회에 발의된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시작으로 탈탄소 과정에서의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은 생활밀착형 국가기간산업으로 특성상 대형화, 단지화, 집중화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주거지역과도 인접해 주민들은 각종 피해에 상시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전남 여수를 비롯해 충남 서산과 울산처럼 대규모 석유화학단지가 입지하고 있는 지역은 폭발이나 화재 발생, 석유 및 유해물질의 누출, 토양‧수질 및 대기 오염과 그에 따른 각종 안전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일례로 2019년 여수국가산단의 일부 기업들이 대기오염물질 배출 측정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여수산단의 대체녹지 조성지에 대한 토양오염 정밀조사를 실시한 결과 비소와 불소 등의 발암물질이 다량으로 검출됐다.
서산, 대산 석유화학단지에서는 공장이 가동된 지 30년이 경과해 폭발 사고와 화학물질 누출 등 대규모 산업재해가 빈발하고, 대기오염 시설 밀집 및 각종 유해물질 취급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질병 유발 등 지역주민들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사고 발생의 인명‧재산‧환경 피해로 인해 지역을 떠나는 주민의 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 석유화학단지가 소재한 대산읍의 인구는 매년 100~200명 이상 감소하고 있으며, 1992년 2만5120명이던 인구가 계속 감소해 2022년에는 1만3657명으로 1992년 대비 절반가량(45.6%)인 1만1463명의 인구가 감소했다.
375만평 규모의 석유화학단지가 국가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동안 사고 발생, 환경오염, 교통체증, 주고‧문화‧상업시설 등 정주여건 부족이 예사로운 일이 되고 타지역으로 이주하는 주민이 날로 증가하면서 도시는 점점 쇠퇴 중이다.
석유화학단지 정부 지원책 전무‧‧‧ 지자체 세수도 ‘제한적’
이처럼 석유화학단지가 지역주민의 갈등과 불만의 원인이 되고 있음에도 정부의 지원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아울러 현재 정부에서는 석유류와 같은 외부불경제 유발물질에 대해 개별소비세,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다양한 조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 발생, 환경오염 등 석유화학단지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인한 실질적인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 지자체에 귀속되는 세수는 매우 제한적이다.
특히 지난 2월 전라남도와 울산광역시가 공동으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여수와 울산 국가산업단지에서 거둔 세금이 총 12조7942억원에 달하지만, 이 중에서 97.1%인 12조4216억원이 국세이고 지방세는 2.9%인 3726억원에 불과하다.
결국 석유화학단지가 야기하는 각종 문제는 해당 기초자치단체가 부담하면서도 이에 필요한 재정 지원이 없다 보니 지자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석유화학단지 주변지역 지원법 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박누리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석유화학산업도 환경부담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이행으로 인한 구조전환과 관련 지자체와 지역주민 피해와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탈탄소정책 관점에서의 정책 구현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도 필요한 전망이므로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발전소나 폐기물처리시설, 댐, 송‧변전설비 등에 대해서는 1989년 제정된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을 시작으로 각각의 개별 법률이 제정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석유화학단지 주변지역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 의원은 본 토론회가 이와 같은 역차별의 문제를 개선하고, 국가와 지자체, 산단입주업체, 그리고 지역사회가 상생협력하는 방안을 제도화하는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산업단지 내 법제 시스템 완비 및 공동협의 구축해야”
최근 중국 등 글로벌 경기부진에 따라 기업들의 경영여건이 어려워짐에 따라 핵심 기초원료인 나프타 대한 관세를 면제하고, 글로벌 탄소저감 움직임에 대응하고자 석유화학 분야의 탄소중립 핵심 기술 개발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석유화학 기업들의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규제완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장관은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새로운 재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를 맞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노후산단 입주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사업 추진 및 석유화학단지의 체계적 안전관리를 위해 통합안전관리센터 구축 및 배관들에 대한 대대적 안전진단 등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석유화학단지에서 발생하는 사고 예방 및 각종 환경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노후시설 재정비, 통합안전 대응체계 구축, 인프라 확충, 주민지원 사업을 추진하려면 무엇보다도 국가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이민정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각종 외부불경제 유발, 대형 화학사고 취약성 문제에 대해 지역이 실질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재정지원체계가 절실하며, ‘주변지역 지원법’ 제정 및 지방교부세법 지역균형수요를 통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희 여수YMCA 사무총장은 ‘석유화학산단의 상생협력을 위한 과제와 정책방향’에 대해 ▷산업체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주민과 노동자의 보건안전 공동대응과 참여확대 ▷온실가스 저감과 국제적인 환경규제 강화로 인한 에너지와 폐기물 절감 대책 ▷위험산업시설 산업단지 내의 갈등해결을 위해 법제 시스템의 완비와 공동협의 구축 등의 견해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