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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주택은 대부분 콘크리트로 만든 구조체 위에 내부 마감재료를 덧씌우는 방법으로 건축되고 있다. 여러 재료로 다양한 색상과 질감을 얻기 위해 개발된 내부 마감재료는 대부분 화학제품으로 이뤄져 있으며, 구조체 위에 접착제로 붙이거나 액상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내뿜는 포름알데히드나 톨루엔 등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같은 오염물질은 초고층화돼 가는 밀폐된 실내공간에서 축적돼 인체에 유해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러한 실내오염물질로부터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건축물 실내 공기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리방법은 환경부의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관리법’과 같은 오염원의 사전통제 방식일 것이다. 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먼저 신축 건축물에 대해 오염물질의 절대적인 적정 기준치를 유지 혹은 권고기준으로 제시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오염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건축자재의 사용금지를 강제하고 있다. 또한 공동주택의 경우 입주민들이 알 수 있도록 실내에서 측정한 오염농도를 공고토록 하며, 환기설비를 모두 일률적으로 갖출 것을 요구한다.
이렇듯 실내공기질관리법은 신축 건축물에 대해 준공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이상적인 실내 공기환경의 조성을 추구한다.
그러나 오염물질이 조금 덜 나오는 친환경 고급자재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실제 실내 공기오염 정도가 주택마다 다르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우선 일부 오염물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 감소하기도 하고, 일정 시간 난방을 통해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베이크아웃(bake out)의 정도에 따라 실내오염 농도를 단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또한 방향·고도·지형적 특성 등 개별 건축물이 위치하고 있는 대지의 특성과 콘크리트와 접착제의 시공방법 및 양생기간, 계절과 날씨조건, 그리고 입주자들의 생활습관에 따라 오염물질의 방출 패턴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주택이 갖는 물리적 환경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 없이 일률적인 규제만으로는 실내공기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물론이고 모든 건축물의 쾌적한 실내환경을 제대로 관리하기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공동주택에 대한 합리적인 실내공기질 측정방법이 정립되지 못한 것도 문제다.
결국 동일한 건축물 내에서도 세대마다 제각각 다른 실내공기환경을 다루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기준의 설정과 개별적인 관리방식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준공까지의 실내공기질을 관리하는 법체계는 지금과 같이 쾌적성의 적정 기준에 대한 획일적인 제시보다는, 인체에 질병을 유발하지 않을 정도의 최소 기준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는 실내공기질에 대해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고 다양한 실내환경을 반영한 적정 권장기준치를 가이드라인의 형태로 제공하고 있는 미국·유럽 등 선진 외국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특히 우리와 유사한 상황인 일본도 각종 제한규정을 인체유해성과 측정방법이 명확히 규정된 포름알데히드만을 기준으로 하는 등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이에 따라 입주자나 시공자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측정방법의 확립은 실내공기질기준의 관리를 위해 전제돼야 할 기본조건이다. 측정방법에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다중이용시설과 고층화돼 가는 대형 공동주택의 환경특성이 최대한 반영돼야 한다. 측정위치나 개소의 증가, 실의 사용특성이나 주변 환경에 따른 측정치의 보정 등이 필요하며, 자연환기나 환기설비의 설치로 인한 외기유입도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오염물질을 일정량 이상 방출하는 건축자재의 사용금지에도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자재에 따라서는 준공 후 빠른 속도로 오염물질을 방출해 실제 사람이 사용하는 단계에서는 거의 유해하지 않은 경우도 있으며, 상대적으로 방출량이 적은 오염물질 저방출 자재라도 바닥 난방 등을 사용하는 경우에 오염물질이 과다 방출될 수 있다.
따라서 개별적인 자재 하나하나를 규제하기보다는 향후 궁극적으로는 실제 건축물에서 사용되는 환경을 고려하고, 실내에 사용된 자재 전체에서 방출되는 오염물질의 총량을 기준으로 실내공기질을 다뤄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건축자재의 환경성능 관련 정보를 충분히 사용자에게 제공하면서 주택성능등급제도와 같이 실내공기질의 전체적인 성능을 건축물 단위로 인증해 민간의 자발적인 개선노력을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법적 최소 기준제시, 객관적 측정방법의 개발, 그리고 합리적인 친환경 건축자재의 사용유도 등을 통해 준공까지의 건축물 실내공기질 관리는 어느 정도 적절히 이뤄질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준공 이후 실제 사람이 거주하면서 사용하는 단계이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 어떠한 관리기준도 정해진 바가 없다.
입주 후 무분별한 내장공사, 오염물질 과다방출 가구 등의 사용 및 자연환기 부족으로 인한 실내오염, 입주자가 바뀜에 따라 유지관리의 지속성이 결여되는 점 등은 기준에 적합한 신축건물이라도 추후 실내공기환경의 새로운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실내공기환경의 지속적인 관리와 적정 수준의 유지를 위해서는 사용자로 하여금 적절하게 유지·관리할 수 있는 관련 자료의 제공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는 법적으로 강제하기보다 사용자의 자발적인 생활기준으로 관리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는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입주자의 생활습관이나 관리방식에 대한 매뉴얼과 올바른 가이드라인 등의 형식으로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실내오염으로부터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시공의 품질을 높이려는 건설시장의 자발적 노력과 함께 건축물을 직접 사용하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인식전환에도 상당부분 책임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제기준에 따른 시장 퇴출 등 과도한 개입보다는 건설회사나 소비자로 하여금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주고 적절한 유지관리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야말로 공공이 해야 할 최선의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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