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사용 없는 신재생에너지 설비··· 태양열집열기 ‘해·발아기’ 개발
냉난방·스마트팜·해수담수화 활용, ‘선진국형 복원사업’ 등 비전 제시

(㈜금철 최광호 기술이사는 “전 세계가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에너지전환이라는 공통의 문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태양열집열기가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에너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선영 기자
(㈜금철 최광호 기술이사는 “전 세계가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에너지전환이라는 공통의 문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태양열집열기가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에너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선영 기자

[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이것이 진짜 가능합니까?” ㈜금철 최광호 기술이사가 비즈니스 미팅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태양열집열기는 효율이 낮다는 고정관념에서 나오는 물음이다. 태양열을 활용한 제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태양열로 덥힌 물을 소량 사용하는 수준이었고 산업용에 태양열이 이용돼 대량의 온수나 스팀을 활용한 사례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다.

본지에서 전남 나주시에 위치한 금철을 방문한 첫째 목적은 태양열을 냉난방, 스마트팜, 해수담수화에 전면적으로 사용할 만큼 제품이 실용화된 상태인지 살펴보는 것이었다. 이 질문에 최광호 이사는 어렵지 않게 답했다.

“제품 원리는 간단하다. 다만, 누가 먼저 특허를 내고 상용화하는 것이 관건인 기술이다. 모두가 신재생에너지라면 태양광과 풍력만 떠올리지만 금철은 태양열집열기 제품 기술을 고도화해 사실상 경쟁상대가 없는 상황이다. 이 기술로 많은 특허를 받은 상태라 도용하기도 쉽지 않다. 현재 판매 중인 제품은 4세대 제품으로 9세대까지 개발이 완료된 상태이다. 약 5000℃ 고열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최 이사는 태양광 패널은 전기만 생산하고 태양열은 열을 만들어 낸다는 것으로 제품 효율성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즉, 태양열집열기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지만 열을 다시 전기로 바꾸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전기는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에서 열은 열을 생산하는 시스템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최 이사의 말이다.

기존 태양열집열기는 60~70℃ 정도의 물 온도를 만들어 내 활용도가 극히 낮아 가정용으로 일부만 사용된다. 유리관 파손이 잦은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금철의 태양열집열기 제품 해·발아기는 3m 규모의 태양열 집열판을 이용해 300~500℃ 고열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을 해수담수화, 흡수식 냉방기, ORC(폐열 회수 발전), 스마트팜 냉온·전기 공급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배출 문제를 포함한 화석연료 교체는 필수 국가 과제가 됐다. 최 이사는 “전 세계가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에너지전환이라는 공통의 문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태양열집열기가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에너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세계 최초 이중 집열 구조를 채택한 접시형 집열기 개발 업체인 금철은 이 기술을 농작물을 포함한 더욱 많은 분야에 적용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광호 기술이사와의 인터뷰는 금철이 이뤄 낼 비전을 듣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가 밝힌 금철의 미래는 1등 기업이 아닌 다양한 이유로 부를 창출하기 어려운 국가 국민들에게 에너지기술을 보급하는 것이다. 높은 에너지 비용으로 식품, 냉난방, 작물재배가 어려운 국가에 다양한 형태의 태양열집열기를 보급해 국민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금철의 선진국형 복원사업이 그것이다. 높은 비용의 에너지를 구할 수 없는 캄보디아 톤레사프 호수에 태양열집열기를 설치해 지역민들이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연중 뜨거운 아프리카에서 작물을 키울 수 있는 자립형 스마트팜에 태양열집열기를 설치하면 최소한의 물로 외부에너지 없이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메뚜기떼나 병해충 걱정도 덜하다. 화석연료가 주가 되는 에너지 가격 변동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최광호 이사를 금철 본사 집무실에서 만나 국내외에서 태양열집열기에 모이고 있는 기대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전남 나주시 금철 태양열집열기 생산공장에서 설계 및 디자인 변동을 위해 엔지니어와 디자이너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박선영 기자
전남 나주시 금철 태양열집열기 생산공장에서 설계 및 디자인 변동을 위해 엔지니어와 디자이너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박선영 기자

700개 거울과 렌즈로 집열, 고열 에너지 생산

Q. 국내외에서 새로운 신재생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태양열을 활용한 집열기에 대해 설명하면

기존 스테인리스와 유리관 형태로 태양열을 모으는 방식은 최대 온도가 70℃를 넘지 않을 정도로 효율이 낮았다. 금철 태양열집열기 해·발아기는 700개의 거울과 렌즈를 통해 집열한다. 렌즈에서 1500℃를 집열하고, 아래쪽 반사판에서 1000℃의 열을 모아 축열조에서 300~500℃의 고열 에너지를 저장한다. 500℃ 이상 온도를 올릴 수 있지만 효용이 낮아 300℃~400℃까지만 유지되도록 시스템화 하고 있다. 축열조에서 물 대신 채워진 열매체유는 열에너지를 저장한다.

렌즈 아래쪽과 거울 사이에는 동판이 있다. 동판에는 뜨거워진 열매체유가 흐른다. 이것으로 온수와 냉방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외부 전기는 쓰지 않는다. 온도가 300℃가 넘어가면 회피 기동을 할 수 있게 시스템화 했다. 태양열집열기가 생산한 실시간 에너지 생산량은 핸드폰, 노트북으로도 확인 가능하다. 일조량이 많은 국가일수록 태양열집열기 사용 효용도 높다. 중동이나 사막이 있는 미 애리조나주에서 금철 태양열집열기에 관심이 높은 것은 이 때문이다.

태양열집열기는 해가 있는 동안 열이 축적된다. 반면 태양광 시스템은 외부 온도가 너무 뜨거워도, 너무 추워도 효율이 떨어진다. 패널은 공간을 많이 필요로 한다. 더구나 사막에는 모래폭풍이 있어 태양광 패널에 낀 모래를 청소하는 일은 시간과 비용이 크게 드는 일이다. 금철 집열기는 태풍에 대비해 바람이 세지면 자동으로 바람을 피할 수 있는 회피 기동이 시스템화 돼 있다.

9월6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후환경에너지대전에 참가해 바이어와 상담 중인 금철 최광호 기술이사 /사진제공=금철
9월6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후환경에너지대전에 참가해 바이어와 상담 중인 금철 최광호 기술이사 /사진제공=금철

Q. 2020년 금철이 설립된 배경과 회사 성장의 분기점이 된 주요 계기가 있다면

금철은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광기술원으로부터 원천기술을 이전받은 후 자체 연구인력으로 태양열집열기 상용화를 이뤄 냈다. 높은 완성도로 미국, 사우디, 인도 등에서 제품 구매와 바이어 미팅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2021년 7월 공장을 완공하고 요즘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해 10월 에너지밸리 기업개발원에서 주관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전시회에 참가하게 됐다. 기업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해외전시회에 참가해 바이어를 만날 기회를 잡은 것이다. 수출계약을 반드시 이뤄 낼 것을 결심했다. 하지만 대부분 태양광에만 관심이 쏠려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때 두바이 공항공사에서 부스를 찾았다. 두바이에는 한국의 난방공사처럼 냉방청이 있다. 이들을 포함한 중동 국가들의 큰 관심 속에 상담을 이어갔다. 강수량이 적고 사막이 많은 나라에서 태양열집열기 제품에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두바이를 1년에 많게는 4~6회 정도 방문하게 됐다.

두바이 전시 이후 해외 상담이 크게 증가했다. 인도와 우즈베키스탄도 방문했다. 글로벌 담배회사에도 제품을 판매했고 11월 추가 제품을 설치할 예정이다.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세계신재생에너지 전시회에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단독으로 참가해 네옴시티를 건설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의 인연도 만들었다. 아람코 담당자가 지난 8월 금철을 찾았다. 태양열집열기 20대를 제작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업무협약을 맺었다. 본계약은 11월이다. 이렇게 해외마케팅으로 일군 성과는 국내로 이어지고 있다.

Q. 회사 비전으로 소개한 독자생존 기술확보, 선진국형 복원사업, 특허품 자체생산에 대해 설명한다면

법의 테두리 내에서 보호를 받는다고 하면 금철 기술은 복사할 수 없다. 사우디나 중동국가에서 법적소송을 불사하면서까지 제품을 복제하지는 않을 것이다. “태양빛을 이용해 렌즈로 열을 만든다” 이것이 주요 특허 내용이다. 이 렌즈가 만들어진 것은 오래됐다. 금철 특허는 이를 실용화한 사례다. 태양열집열기 렌즈와 연계된 많은 특허를 금철이 가지고 있다. 이 특허를 사용하고 싶으면 라이선스를 사야 한다. 기술이전은 가능하지만 원천기술은 금철에서 보유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사업 초기부터 밝혀 온 금철 비전인 선진국형 복원사업은 한마디로 물건을 팔려고 해도 그 국가와 국민의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경우 많은 국가에서 나무를 조리에 사용해 나무와 동식물이 함께 사라지고 있다. 나무와 동식물이 없어지면 사람도 살기 힘들어진다. 금철은 아프리카에서 사용하지 않는 땅을 빌리고 스마트팜을 이용해 작물을 재배하고 필요한 열을 공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유지·관리에 필요한 고용권한은 해당 국가가 가진다.

최근 완도군과 여수시에 해수온도가 상승해 물고기 폐사가 많아졌다. 물이 더워지면 차가운 물을 제공해야 하지만 전기요금이 많이 드는 일이다. 큰 집열기로 바닷물을 차갑게 할 수 있다. 폐사 전부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현재보다는 폐사율을 훨씬 줄일 수 있다. 이처럼 금철의 비전은 전기를 사용하지 않아 탄소중립에 기여하면서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다. 이 사업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금철 제품도 더 많이 사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금철 태양열집열기 가정용 1m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 출고 전 최종 점검을 하는 모습 /사진=박선영 기자
금철 태양열집열기 가정용 1m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 출고 전 최종 점검을 하는 모습 /사진=박선영 기자

Q. 연매출 대비 연구 투자 비중은 얼마나 되나

지금은 매출보다 연구 투자 비중이 더 많은 상황이다. 정부에서 주는 과제가 매출보다 더 많은 것도 특징이다. 제품이 빠른 시간에 상용화될 수 있었던 이유다. 이렇게 끊임없이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다음 제품을 만들고 특허를 낸다. 다양한 곳에 적용할 아이디어 제품을 계속 개발 중이다.

Q. 국내에서 태양열집열기를 적용할 분야라면

전남 진도군, 신안군 등 인구가 적은 국내 섬지역에 해수담수화 용도로 설치 예정이다. 건물 냉방을 위해서도 활용된다. 현재 건물을 새로 지으면 약 30% 정도 신재생에너지를 써야 하는 상황으로, 금철 태양열집열기 제품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다. 냉방뿐만 아니라 태양열집열기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해 직접 판매를 할 수도 있다.

Q. 사우디 초대형 신도시 네옴시티 등 외국기업과 진행 중인 사업은

지난 8월25일 전남 나주시 금철을 방문한 네옴시티 측의 목적은 네옴시티 건설 취지에 맞는 ‘에너지 자립형 섬 구축’을 위한 에너지 자립형 시스템에 관한 것이었다. 500만에서 최대 2000만명이 거주할 네옴시티는 100%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외부 전력 공급 없이 독립으로 운전되는 태양열집열기 해·발아기와 세계 최초 태양열집열기 담수화 시스템을 살폈다. MOU·MOA를 체결한 네옴시티 측은 태양사우디 북서쪽에 건설되는 네옴시티는 2030년 완공이 목표다. 전체 크기는 서울의 약 44배 넓이(2만6500㎢)다.

미국에서는 현재 펀딩이 진행 중이다. 올해 말 완료 예정이다. 태양열집열기 몇 만 대를 설치하기 위해 애리조나주에 공장이 세워진다. 기술을 제공하고 이 비용을 청구할 것이다. 애리조나주는 평지 사막이다. 11시간 정도 태양열을 모을 수 있다. 열분해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고 암모니아로 교체해 저장해뒀다가 필요한 곳에 판매하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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