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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기(한국사보협회 회장, 경원대 신방과 교수)

현대인에게 환경은 실로 중요한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요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웰빙(Well being)’이라는 말도 결국은 환경문제와 맥이 통한다. 우리 주변의 공기나 먹을거리가 오염돼 있다 보니 우리 몸과 마음이 자꾸 병들어 간다. 이런 환경 속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웰빙’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환경이 이렇게 개개의 건강한 삶까지 위협하는 단계에 있다 보니 요즘 사람들은 그 어느 시대보다 환경문제에 ‘열린 마음’이 돼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처럼 상당히 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회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아직도 많은 환경문제가 평범한 소시민들에게 너무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비산먼지’ ‘오니’ ‘중수도’와 같이 뜻을 추론해 내기도 어려운 환경용어들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각종 환경오염이 심각하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해결하는 데 있어 당장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을 때도 많다. ‘나와의 연관성’이 떨어지는 환경정책이나 환경운동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풍토 속에 최근 환경부가 추진하는 대국민홍보활동 중에 이러한 필자의 평소 아쉬움을 해소하는 움직임이 있어 반가운 마음에 소개를 한다.
요즘 환경부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수질문제 중 하나가 비점오염문제라고 한다. 최근 환경부가 빗물로 인한 비점오염물질 관리를 위해 빗물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일부 하수처리장이나 공장폐수처리장에서 흘러나오는 오폐수보다 오염 정도가 훨씬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놀라움을 주었다. 비점오염의 문제가 이처럼 심각함에도 일반 국민들은 비점오염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다. 국무총리실 환경심의관실에서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비점오염 대국민인지도 조사’의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3%가 비점오염이라는 용어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비점오염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활동에 동참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인 셈이다.
이러한 어려운 현실에서 환경부는 올해 4월을 기점으로 비점오염관리를 위한 대국민홍보활동에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비점오염이라는 용어 자체가 어렵고 생소해 국민들에게 인지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해 빗물오염이라는 홍보용 용어로 표현하기도 했다. 즉 비점오염이라고 하면 도무지 내 생활에 연계시키기가 어렵지만 일상적인 기상현상인 ‘비’를 매개체로 심각한 수질오염이 내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알리면 멀게만 느껴지던 환경오염이 내 가까이로 다가와 새롭게 느껴지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우수맨홀, 도로에 쓰레기 등을 버리지 않기’, ‘자동차 정비를 철저히 해 오일 등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하고, 세차는 지정된 장소에서 하기’ 와 같이 생활 속에서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생활지침을 정해 ‘비점오염예방 도시민실천5계명’을 제정하고 이를 각종 홍보물에 담아 전파하는 일도 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비점오염의 주요한 경로인 도심의 우수로에 우리가 보호해야 할 환경을 상징하는 ‘노란물고기’를 그림으로써 비점오염을 방지하자는 취지의 어린이 비점오염예방캠페인인 ‘노란물고기캠페인’도 실시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등·하교길에, 또는 집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수맨홀을 환경문제와 연관지어 바라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시도이다.
환경부의 이런 홍보활동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시점이다 보니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아직은 예측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심각한 수질오염의 문제를 국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그들과의 연계성을 꾀하려 했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주목받을 일이다.
비점오염은 그 용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불특정하고 불명확하다는 특징이 있어 관리가 더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간다면 점차 그 심각성을 더해 간다는 비점오염의 문제도 얽힌 실타래를 차분히 풀어가듯, 그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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