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소주⋅음료병에 국한, 정부의 인프라 지원 시급

[환경일보] 유리병재사용시민연대와 한국환경회의가 11월7일(화) 오전 국회소통관 기자회견실에서 국제플라스틱협약 3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를 앞두고,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유리병 재사용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탄소중립 및 탈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용기를 재사용 용기, 특히 유리병 재사용 용기로의 전환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정부 및 산업계의 관심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유리병 재사용은 현재 맥주⋅소주⋅음료병에 한해서 빈용기 보증금제를 통해 재사용하고 있을 뿐, 더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이수진 국회의원(비례)은 “앞으로 유리병 포장재 재사용 의무화 및 보증 대상 확대 등 탄소 중립 및 탈플라스틱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유리병 재사용 정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논의를 계속해야 한다. 저는 국회의원으로서 제도 개선과 정부의 탈 플라스틱 이행 감시 등 유리병 재사용 확대를 위한 기반 마련에 힘쓰겠다”며 유리병 재사용 확대의 기반 마련을 약속했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의 홍수열 소장은 “우리나라는 국제협약 논의에서 국제 환경 질서를 선도하는 중추 국가의 역할을 수행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히고 있지만, 협약 대응의 초점은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보다는 재활용을 가장 최우선에 두고 있다. 거기다 오늘 환경부는 올해 11월24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금지에 대한 규제를 다시 유예하겠다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대폭 후퇴하겠다는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소장은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흐름에 맞춰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재사용 유리병 확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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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유리병 재사용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사진제공=서울환경연합

정부, 감축보다 재활용에 초점

Reloop의 손세라 활동가는 “독일에서 2019년 발효된 포장재법에서는 2022년까지 모든 음료 용기에 대해 70% 재사용 목표를 규정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올해부터 호텔, 레스토랑, 카페에서 식기 및 포장재 일체 재사용을 의무화했다”며 “해외에서는 재사용 시스템 확산을 위한 제도들이 마련되고 있고, 이는 국내에서도 재사용이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했다.

한살림연합의 권옥자 상임대표는 “한살림이 지난 10여 년간 병 재사용을 운영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유리병 재사용을 사회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식품용 표준병 제작, 회수거점 확보, 전문세척업체 확대, 재사용에 참여하는 업체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기업의 협력 없이는 재사용 시스템은 실현될 수 없다”며 “정부의 재사용 인프라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유리병 제품, 양념 소스류 최다

유리병재사용시민연대는 지난 10월23일부터 31일까지 9일간 ‘재사용 탐정단’을 모집해 재사용에 대한 시민 인식과 재사용 여부를 조사했다.

탐정단에 신청한 총 72명 중 48명(66.7%)이 30~40대 층으로 일주일에 한번 이상 장을 보며 ‘집밥’을 챙겨 먹거나 3일에 1번 이상 음료수를 구입하는 시민들이었다.

설문조사는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잼류, 소스류, 음료, 주류, 기타(반찬, 향신료 등) 총 5가지 식음료 항목에서 용기 재사용 의견을 물었다.

조사 결과 유리병 제품 구매가 가장 많은 품목은 파스타, 굴소스, 불고기 양념 등의 소스류로 28.6%를 차지했고, 그 다음으로 잼과 스프레드 류가 21.2%, 음료가 18.2%로 많았다.

선호하는 용기 재질은 ▷유리 ▷종이 ▷금속 ▷비닐 ▷플라스틱으로, 유리병을 가장 선호했으며 플라스틱 용기 선호가 가장 낮았다.

그 이유로는 ▷‘재활용이 잘 될 거 같아서’(56.9%, 41명)에 이어 ▷‘플라스틱 오염과 미세 플라스틱이 걱정돼서’(36.1%, 26명)를 들었다.

또한 약 95%의 응답자가 ‘유리병이 재사용에 적합한 품목’이라고 생각하며, 재사용 유리병 도입 시 그 제품을 우선 구입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97.2%였다.

재활용과 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제품 용기 구입시 친환경 소비자 선호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재사용 용기 제품, 9.1%에 그쳐

설문조사에 참여한 72명의 시민 중 모니터링지를 제출한 시민은 총 35명으로, 이들은 실제 각자 가정에서 사용하는 식음료 용기 1409개를 조사했다.

조사 기간인 9일 동안 1가구 당 평균 40개의 식음료 제품을 사용했고 이 중 비닐이나 플라스틱 용기에 든 제품은 50.2%(707개), 유리병에 든 제품은 49.8%(702개)로 각각 절반을 차지했다.

파스타 소스의 경우 플라스틱 용기는 오뚜기와 이마트(노브랜드/피코크)가, 유리병 용기는 청정원과 샘표 제품이 가장 많았다.

잼류의 경우 플라스틱 용기는 오뚜기와 이마트(노브랜드/피코크)가, 유리병 용기는 대상(복음자리) 제품이었다.

음료의 경우 플라스틱 용기는 롯데칠성, 농심, 코카콜라가, 유리병 용기는 광동제약 제품이 차지했다.

조사 결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상위 10위의 식음료 기업은 ▷오뚜기 ▷이마트(노브랜드/피코크) ▷대상(복음자리) ▷청정원 ▷샘표(폰타나) ▷롯데칠성 ▷농심 ▷코카콜라 ▷CJ ▷광동제약이다.

빈병 보증금제를 적용 받는 주류를 제외하면 조사 대상 중 9.1%(64개)만이 재사용 용기 제품으로, 한살림을 제외하면 모두 일회용 용기에 담겨 판매된다.

소비자 “집에 쌓인 빈병 너무 많아“

모니터링에 참여한 시민인 김은영씨는 “마트에서 구입한 식품 유리병은 그냥 버리기는 아까워 몇개는 집에서 사용하다가 버리지만 대부분은 깨끗이 씻어 집 앞 분리배출장에 내놓고 있습니다. 분리배출장에 내놓은 유리병도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제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가 유리용기를 선호하는 이유는 플라스틱보다 훨씬 안전한 포장재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재활용율도 낮고 재사용도 되지 않는다면 일회용 유리병이나 다름 없습니다. 나와 가족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일회용 유리병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유리병 재사용을 원합니다”라며 소비자들이 열심히 분리배출을 실천하는 것처럼 정부와 기업 또한 1회용 포장재 문제를 해결하고, 재사용 포장재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유리병재사용시민연대와 한국환경회의는 유리병 재사용 확대를 요구하는 6040명 시민들의 서명과 요구안을 이수진 의원실에 전달했다.
마지막으로 유리병재사용시민연대와 한국환경회의는 유리병 재사용 확대를 요구하는 6040명 시민들의 서명과 요구안을 이수진 의원실에 전달했다.

모니터링에 참여한 시민인 문수진씨는 “자원순환을 고려해 유리병 제품을 선택해 구매하지만 결국 집에 쌓인 병이 너무 많아지더라, 셀프로 재사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기업에서 나서서 재사용 해주길 바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참여자인 곽성미씨는 “대형마트에서 수거를 하고 대기업이 나서면 반환되는 재사용 용기 양도 상당히 많아서 재사용 용기를 해볼만 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참여 시민들은 미세 플라스틱으로부터 안전하도록 식음료 용기부터 유리병으로 전환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표준 용기 도입, 편리한 용기 반납과 세척 등 정부와 기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마지막으로 유리병재사용시민연대와 한국환경회의는 유리병 재사용 확대를 요구하는 6040명 시민들의 서명과 요구안을 이수진 의원실에 전달하며, 정부에게 용기 재사용 목표 설정 및 재사용 체계 마련을 촉구하고, 기업에게 제품의 일정 비율 이상을 용기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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