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플라스틱 빨대 규제 시행 2주 전 계도기간 ‘무기한 연기’
일회용품 규제는 하지만 처벌 않겠다‧‧‧ “환경부, 말장난도 정도껏”
투자‧발주‧기계 설비 마친 소상공인 막심한 피해로 ‘줄도산’ 위기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지난 11월7일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 규제의 계도기간을 갑작스레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2022년 일회용품 규제 제도 시행에 앞선 연기와 대상 지역 축소에 이어, 이번에도 11월24일 정부의 규제 시행 2주 전에 내린 결정이다.
이에 따라 미래를 위해 친환경 산업에 자발적으로 뛰어들던 친환경제품 생산 소상공인들은 졸지에 막대한 피해, 줄도산 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0일 국회에서 이수진(비)‧노웅래‧우원식‧진성준‧민병덕‧윤건영‧이동주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환경부 일회용품 규제 후퇴로 인한 친환경제품 생산 소상공인 피해 경청 간담회’에서 소상공인들은 한목소리로 “아이들과 미래를 위해 자발적으로 친환경 산업에 투자하고 준비했는데,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고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일전에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이러한 결정에 대해 환경부는 ‘카페 사업자들이 부담스러워 한다’, ‘국민들이 불편해한다’ 등의 이유를 내걸었다.
“환경 보호, 영업상 방해로 여기지 않아”
하지만 정작 이날 모인 소상공인들은 “모든 소상공인들이 환경 보호를 영업상 방해로 여기지 않는다”며 “탄소중립에 동승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환경부가 말하는 주장들은 너무 속단적”이라고 날 선 비판을 보였다.
화진몰테크 이수빈 지사장은 “해당 제도가 무기한 유예되면서 물량 확보 회원사들은 발주를 철회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피해 보상도 없는 실정”이라며 “우리 아이를 위해서도 어른들을 위해서도 환경문제를 위해 종이컵을 안 쓰는 문제는 불편해도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업체에서도 국민인식이 안정될 때까지 마진을 많이 남기겠다는 생각은 없었다”며 “다만 구체적 지원 정책이 필요하고 생산업체들 역시 환경운동가가 아니다 보니, 이윤을 남겨야 하는데 정부에서 어느 정도의 기간인지 명확하지 않게 유예를 두고 국민 인식 제고를 위한 캠페인 등의 노력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종이 빨대 생존 대책 협의회를 대표해서 나온 누리다온 이상훈 이사는 “환경 정책은 우리의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방해자가 아니다. 오히려 친환경 상품 시장이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산업 영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이사는 “환경부의 발표로 국내 종이 빨대 시장은 붕괴돼 현재는 영업 활동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줄도산 위기를 벗어나려면 자금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긴급 정책 자금의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 이사는 현재 종이 빨대 제조업체들이 떠안고 있는 약 1억4000만개 정도의 재고 물량이 반드시 해결되고, 또한 앞으로 생산할 종이 빨대의 판로도 마련돼야 한다며 “계도기간 무기한 연기의 종료일을 명확하게 발표해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 규제의 실질적 시행이 하루빨리 이뤄지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친환경 사업자는 “당장의 피해보다 앞으로의 친환경 정책, 향후 시장을 걱정해야 한다”고 직시하며, “영업 중단된 손실 보상은 실질적 미봉책이나 극소 피해자에 그칠 수 있다. 3년, 5년 아니면 10년 안에 발생할 수 있는 영업 손실 보상 대안과 금융 지원과 해외 시장에 대한 진출에 대한 시장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환경부, “규제는 유지, 단속은 NO‧‧‧ 꼭 처벌할 필요 있나”
소상공인들의 이러한 원성에 환경부 자원순환국 조현수 국장은 “환경부의 계도 기간은 현장 목소리 경청을 통해 이뤄졌다”며 “우리가 생각한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의 갈등 문제와 플라스틱 빨대 사용에 대한 과태료 등 처분하는 것이 맞는지였다“고 답했다.

조 국장은 “다만, 우리는 규제는 유지하되 단속이나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꼭 처벌해야지 친환경 제품을 쓰고 처벌하지 않는다고 해서 플라스틱 빨대만 쓴다는 건 아니지 않냐”고 전했다.
무기한 계도 기간에 대한 질문에 조 국장은 “무기한 계도 기간을 유지할 생각은 없다. 적정한 계도기간을 통해 이번 주에 알리겠다”며 이 외 부분에 있어 제조사와 빨대 업체와 매칭해서 수요를 유지시키고 종이 빨대를 공동구매해서 재고를 소진시키는 부분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소벤처기업부와 협업해서 품질 개선 등을 논의하고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부분과 다회용기 지원도 고민하겠다며, 일회용품 사용하지 말자는 홍보와 프로그램을 설정하고 이러한 정책이 확대될 수 있도록 추가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의 이러한 설명에도 소상공인들은 신뢰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태도를 내비쳤다.
소상공인 “일방적‧번복되는 정책에 신뢰 잃어”
우선 이미 몇 번이나 제도를 일방적으로 유예한 만큼 신뢰성을 잃었으며, 환경부에서 ‘규제는 하는데 처벌은 안 하겠다’는 말에 대해 “그저 소상공인에 대한 말장난”이라는 비판이 튀어나왔다.
하다못해 일회용품 사용량이 절반에 육박하는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고 있지 않으며, 프랜차이즈를 대상으로 친환경 기조로 돌아서게만 해도 재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또 어떤 소상공인은 어떤 지자체와 일회용품 홍보 관련해서 방송이고 매스컴이 아닌, 당장에 지역 현수막, 마을버스 광고로 언제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하지 않겠단 내용만 걸어도 홍보가 되는데 환경부의 실질적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날 우원식 국회 환노위 의원은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 빨대의 가격 차이는 5~7원 정도의 차이가 나는데, 한 달에 1만5000원, 쌓인 재고가 1억4000만개 정도면 연 60~70억은 정부가 소상공인을 위해 경제적 부담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부분인데 지구를 보호하는 환경 산업을 정부가 방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회 환노위 간사인 이수진 의원 역시 “사업자들은 규제가 힘든 것이 아니라 일관성이 없는 정책으로, 정부가 리스크를 제공하고 있다”며 “투자 등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시장이 닫혀 물거품이 됐고, 소상공인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고통을 주고 있다. 국가와 미래를 위해 앞장섰던 소상공인들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