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계량 태양광, 전체 설비 72% 차지··· 재생에너지 확대 따른 계통 변화 필요
[환경일보] RE100 이슈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요구하는 재생에너지의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발전원 중 ‘태양광 발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크게 성장해 왔다. 하지만 이처럼 태양광이 많이 설치되면서 심화되는 문제점이 있다. 바로 ‘덕 커브(Duck Curve)’ 현상이다.
덕 커브 현상이란 태양광 발전량이 증가하는 낮 시간대에 순 부하가 급감하는 현상으로, 그 양상이 오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때, 순 부하란 발전소에서 부하들에 공급해야 하는 전력량이다. 전기는 실시간으로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특성 때문에, 부하가 필요로 하는 전력량에 따라서 발전소가 공급해야 하는 전력량이 달라진다. 그럼 대낮 시간대는 우리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시간대인데, 왜 부하가 필요로 하는 전력량이 줄어드는 것일까?
바로 ‘비계량 태양광’이 순 부하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비계량 태양광이란, 발전량이 측정되지 않는 태양광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서, 개인 가정이나 소규모 시설에서 자체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게 될 때는, 일일이 발전량을 한전에 알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비계량 태양광은 전체 태양광 설비의 약 72%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이 비계량 태양광으로 자체적으로 생산한 전력 부하가 발전소에 필요로 하는 전력량의 일부를 상쇄하게 돼 발전소에서 공급받아야 할 전력량, 즉 순 부하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으로 태양광 발전량이 높은 낮 시간대에는 순 부하가 급격하게 감소하게 돼 덕 커브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발전소에서 공급해야 할 전력이 줄어들면, 발전소도 쉬고 좋은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덕 커브 현상은 태양광을 확대하는 데 있어서 큰 걸림돌이 되는 문제이다.
먼저 덕 커브 현상이 발생하게 되면, 순 부하의 예측성이 떨어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어떤 발전기를 기동하고 정지할 것인지는 하루 전 발전계획을 통해 결정된다. 하지만 다음 날 일조량이 얼마나 될 것이고, 날씨가 어떨지 100%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음 날 날씨가 매우 맑을 것으로 예상해 태양광 발전량이 많을 것이라는 예측하에 발전계획을 수립한 상황을 생각해 보자. 이때, 갑자기 구름이 끼게 돼 태양광 발전량이 줄고 덕 커브 현상이 약화돼 순 부하가 증가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불시에 발전기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전력 계통의 안정적 운영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또한 기존에는 하루 한 번 발전기의 기동·정지가 있었던 반면, 덕 커브 현상으로 인해 낮 시간대에 추가로 발전기의 기동·정지가 발생하게 된다. 일반적인 발전기는 관성이 있어, 계속 운전 중인 발전기를 유지하는 것에 비해 정지 상태에서 기동하거나 기동 상태에서 정지하는 데에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결국 기존 대비 운전 상태 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이 훨씬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잦은 기동·정지로 인해 운영·관리비가 증가하게 되고, 설비의 수명이 감소하며, 고장의 위험에도 쉽게 노출된다.
그나마 일정 수준까지는 발전기의 기동과 정지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비계량 태양광으로 순 부하가 많이 감소해 기저 발전원의 전력 수급량보다 낮아지게 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 기저 발전원인 유연탄과 원자력의 경우에는 기동과 정지에 24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돼 급격한 부하의 변동을 따라갈 수 없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수요량 변동의 추종은 기동·정지가 용이한 발전기로 조절하고 기저 발전원은 계속해서 가동하는 구조이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량의 증가로 순 부하가 기저 발전원의 발전량보다 적어지게 되면, 기저 발전원의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전력 공급량과 수요량 사이의 불균형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 국가 간 계통 연계로 남는 전력을 팔고 전력이 부족할 때 구매하는 것이 가능하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인근 국가 간의 전력 거래로 보완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독립된 전력 계통을 가지고 있어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전력 계통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태양광 설비가 계속해서 증가하게 된다면, 결국 우리나라의 전력 계통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가 될 것이다. 또한 무작정 재생에너지를 늘리게 된다면 덕 커브뿐만 아니라, 현재 재생에너지의 또 다른 문제점 중 하나인 출력제한으로 인한 경제적 문제까지 심화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태양광을 확대해야 하기 위해서는 가상발전소(VPP), 재생에너지 전력시장 참여, 구시대적 전력망의 개편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뒤따르는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이런 변화와 함께 태양광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른다면 독립 계통의 환경 속에서도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이우진 wjinlee21@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