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배출권 가격 변동성 등 안정적 감축투자 유인 제공 못 해
환경부 “올해 수립 예정 제4차 계획‧‧‧ 다시 내년으로 미룰 것”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국내 배출권거래제는 2012년 도입돼, 2015년부터 제1차 계획기간으로, 2018년부터 제2차 계획기간으로 설정돼 운영됐다. 현재는 지난 2021년부터 5년 동안을 기간으로 하는 제3계획기간이 운영 중에 있다.

제3차 할당계획 기간 동안 배출권거래제의 배출 커버리지는 국가 전체 총배출량의 약 73.5%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이 제도의 실효성 확보 여부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여부의 핵심사항이다.

하지만 그동안 운영된 국내 배출권거래제는 낮은 할당 수준과 배출권 가격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발전 부문과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을 이끌어내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4일 국회 기후위기그린뉴딜 연구회와 플랜 1.5 주최로 열린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의 주요 쟁점과 개선 방안 토론회’ 전경 /사진=김인성 기자
24일 국회 기후위기그린뉴딜 연구회와 플랜 1.5 주최로 열린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의 주요 쟁점과 개선 방안 토론회’ 전경 /사진=김인성 기자

지난 1, 2차 계획기간 동안 연도별 할당량 대비 환경부에 인증받은 온실가스 감축 실적의 총량은 단 ‘0.2%’에 불과하다.

현실과 동떨어진 느슨한 할당으로 잉여배출권이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그 결과 기업들은 자체적인 감축노력 대신 잉여 배출권을 팔아 수익을 올리는 기형적인 배출권거래제도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3차 계획기간 중인 2021~2022년 기간 동안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판매수익을 올린 상위 10개 기업이 3021억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이러한 상위 10개 기업들은 대부분 시멘트, 제철, 정유‧석유화학과 같은 탄소배출이 많은 기업들로, 넉넉한 배출권을 바탕으로 배출권 수익을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또 주식시장 대비 3배 이상 높은 배출권 가격의 변동성 등으로 기업들에게 안정적인 감축투자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는 등 한계를 갖고 있다.

현재 정부는 상향한 2030 NDC 목표에 맞춰 1200만톤의 감축을 할당 취소가 아닌 정부 보유 예비분을 차감하거나,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를 추진 중이다. 이는 행정절차 효율성 등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근본적인 개선 대신 기업의 편의를 봐주는 제도로 조정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실효적인 방안이 담긴 제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이 수립될 수 있도록, 국회 기후위기그린뉴딜 연구회와 플랜 1.5는 24일 국회에서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의 주요 쟁점과 개선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배출권거래제 통한 기업 감축노력 유인동기 부족해”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출권거래제를 통한 감축노력의 유인동기가 부족하다”며 “이에 따라 산업계의 감축노력은 매우 부실할 수밖에 없다. 대기질 환경개선 측면뿐만이 아니라 산업경쟁력을 위해서도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올해부터 시범 시행되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EU 역외 제품과 역내 제품 가격에 반영된 탄소비용의 차이를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국내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국내 탄소비용 부담수준을 높여야 국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본시장연구원 송홍선 선임연구위원은 제3차 계획기간 동안 국가 배출량은 감소세이나 Cap은 줄지 않고 있어 ETS(배출권거래제)의 감축기여도가 오히려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자본시장연구원 송홍선 선임연구위원은 제3차 계획기간 동안 국가 배출량은 감소세이나 Cap은 줄지 않고 있어 ETS(배출권거래제)의 감축기여도가 오히려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정부는 제3차 배출권거래제 계획기간의 목표를 ‘실효적 감축기여’를 위한 제도 선진화 시기로 규정한 바 있다. 2019년 12월 국가감축 연계 Cap(배출허용총량) 설정 및 할당을 강화했으며, 2022년 11월 할당제도, 유연성 기제 등 개선 방향성을 제시했다. 또 올해 9월에는 유통시장 가격 발전과 안정을 위한 수요기반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배출권거래제 제3차 계획기간의 운영 성과 검토’를 발제한 자본시장연구원 송홍선 선임연구위원은 “3차 계획기간(2021~2025년)은 배출권 가격의 장기 상승 추세가 훼손되고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불균형 확대 시기”라고 분석했다.

제3차 계획기간 동안 국가 배출량은 감소세이나 Cap은 줄지 않고 있어 ETS(배출권거래제)의 감축기여도가 하락했다고 짚었다. 아울러 국가 감축정책과 Cap 정책의 연계 규정에도 불구하고 정책 시차가 상당하며, 자동 연계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부족해 정책 기조와 재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무상할당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 송 연구위원은 “무상할당은 기업별 필요감축 활동을 적극 유인하는 수단이며, 배출권거래제는 감축을 위해 기업들에게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것이고 성공 여부는 Cap이 제약인가 여부”라고 설명했다.

Cap 감축 현실화까지 제3자 유동성공급 역할 중요

이와 더불어 그는 “현물 중심 거래활성화의 한계가 있어 보다 적극적인 시장조성의 유도가 필요하다”며 “Cap 감축 현실화까지 제3자의 유동성공급 역할은 중요하다. 또 단기 안정화 조치뿐 아니라 중기 가격 안정화 관점을 보완해, 직접 가격 개입보다 규칙기반 수량 조절을 통한 시장가격 안정을 유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상쇄배출권 한도를 5%→10%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되는 바, 과연 상쇄가 국가 감축목표 달성에 기여하는가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다소 어렵다”고 입을 맞췄다.

최창민 플랜 1.5 변호사는 상쇄배출권이 많이 사용될수록 ETS 할당대상업체 조직경계 내의 배출량이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ETS 도입 이전에 시작한 국내 외부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해 국가 감축목표 달성에 기여한다고 보기 힘들다고 봤다.

최창민 플랜 1.5 변호사는 “추가성 낮은 외부사업을 전수 조사해 부적격 외부사업에 대한 승인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최창민 플랜 1.5 변호사는 “추가성 낮은 외부사업을 전수 조사해 부적격 외부사업에 대한 승인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실제 2012년 이전 등록된 국내 CDM(청정개발체제) 사업이 상쇄배출권 발행량은 75% 차지했으며, 배출권거래제 시행 이후 추가 감축은 없었다.

최 변호사는 “상쇄배출권한도를 현행 5%로 유지하고, 외부사업 감축실적이 이중 계상되지 않도록 모니터링 해야 한다”며 “추가성 낮은 외부사업을 전수 조사해 부적격 외부사업에 대한 승인을 철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BNZ 파트너스 권동혁 본부장은 ▷제1~3차 계획기간에 적용했던 배출허용총량 설정방식 재검토 ▷사업장별 특성을 감안한 업종 지정으로 할당의 형평성 제고 ▷전환 부문과 전환 외 부문에 대한 유상할당 비율 차등 ▷BM(배출효율 기준 할당방식) 할당 확대 통해 감축 노력에 따른 인센티브 강화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가 되레 국내 기업 배출감축 목표 뒤따라

아르셀로미탈, H2그린스틸 등 유럽 철강사들은 이르면 2025년부터 배출제로 철강 생산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EU와 정부 지원을 포함해 볼보, 벤츠, BMW 등은 철강 사전 계약을 통해 그린스틸 생산 투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맥킨지는 2030년까지 그린스틸 수요 증가에 따라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 전망한 상황이다.

국내 철강 부문 온실가스 배출의 90%를 차지하는 포스코, 현대제철 철강 2개 사도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고,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0% 이상으로 설정했다.

국내 철강 산업 목표보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낮은 부분에 대해 “정부가 기업을 오히려 뒤따라가는 상황이며, 느슨한 총량 설정 및 할당을 통해 기업의 부당이익을 방치한다”고 비판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국내 철강 산업 목표보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낮은 부분에 대해 “정부가 기업을 오히려 뒤따라가는 상황이며, 느슨한 총량 설정 및 할당을 통해 기업의 부당이익을 방치한다”고 비판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반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철강 부문 목표는 철강사들의 목표보다 상당히 낮게 설정돼 있다. 이에 이지언 액션스픽스라우더 그린스틸 캠페인매니저는 “정부가 기업을 오히려 뒤따라가는 상황이며, 느슨한 총량 설정 및 할당을 통해 기업의 부당이익을 방치한다”는 비판을 제기됐다.

이 매니저는 “정부가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기업의 실질적 탈탄소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며 “녹색 철강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배출권거래제의 강화된 역할은 필수”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본 토론회에서 환경부는 2024년 12월에서 1년 앞당겨 올해 안으로 수립하겠다고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을 철회하고 다시금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내년까지 기본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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