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핑크돌핀스, 돌고래 보전‧해양보호구역 확대 추진 등 활약
정부‧기업 후원 거부하고 오로지 일반 시민들 후원으로 운영
“바다가 그냥 비어 있는 듯 보인다고 무분별하게 개발하면 안 돼”

[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돌고래가 살기 힘든 환경에서 인간은 과연 괜찮을까요.”

멸종위기 종인 제주도 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하고 매일 관찰하기 위해 제주도 바다에 인접한 서귀포시 대정읍에 사무실을 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는 본지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황현진 환경운동가와 핫핑크돌핀스를 이끌고 있는 조약골 공동대표는 이날 취재진의 “여러 압박과 악조건 속에서도 해양생태계를 위해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변에 나와 함께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있는 덕”이라며 순수한 소년과 같은 모습으로 대답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황현진 환경운동가와 핫핑크돌핀스를 이끌고 있는 조약골 공동대표는 이날 취재진의 “여러 압박과 악조건 속에서도 해양생태계를 위해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변에 나와 함께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있는 덕”이라며 순수한 소년과 같은 모습으로 대답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핫핑크돌핀스는 10여년 전인 2011년 국내 최초로 돌고래 해방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3년 돌고래 공연장에서 쇼를 하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야생방류를 비롯해 총 여덟 마리의 수족관 남방큰돌고래를 제주 바다로 돌려보내는 데 성공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환경운동가인 황현진 씨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조약골 대표는 “언제부터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관계이기에 의식할 것 없이 여기까지 왔다”고 간결하면서도 명쾌하게 답했다.

조 대표가 몸담고 있는 핫핑크돌핀스는 주로 돌고래를 통해 해양생물과 환경에 대한 가치와 보호 활동을 진행하지만, 이 외에도 바다의 무분별한 난개발, 낚시 등 해양쓰레기 문제, 생태계 파괴 방지 등 많은 분야에서 활약을 하고 있다.

특히 해당 단체는 오로지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정부나 기업의 후원은 일체 받지 않는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국가나 기업체의 자본을 받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눈치를 보거나 활동에 제약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핫핑크돌핀스는 앞으로도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비롯한 보호받아야 할 동물 및 생태계에 법적 권리를 줘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생태법인 제도의 도입을 위해, 국회와 관계 부처, 여러 전문가들과 바쁜 논의를 하고 있는 조약골 대표를 만나 일문일답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 대표는 지금까지 가장 감동스러웠던 경험에 대해 수족관에 가둬져 있던 여덟 마리의 돌고래들을 고향인 제주도 바다로 다시 되돌려보낸 일을 꼽았다. /사진=김인성 기자
조 대표는 지금까지 가장 감동스러웠던 경험에 대해 수족관에 가둬져 있던 여덟 마리의 돌고래들을 고향인 제주도 바다로 다시 되돌려보낸 일을 꼽았다. /사진=김인성 기자

Q1. 핫핑크돌핀스는 국내 대표 해양환경단체인데, 잘 모를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본 단체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핫핑크돌핀스는 2011년 설립된 해양환경단체이며, 해양생태계 보전과 멸종위기 해양동물 보호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주 바다에서 불법으로 포획되어 수족관으로 팔려가 돌고래쇼를 했던 ‘제돌이’ 등 남방큰돌고래들을 원래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을 했고, 돌고래들이 돌아온 바다의 환경이 점차 나빠지고 있어서 돌고래 서식처 보전, 해양보호구역 확대, 수족관 돌고래 방류, 돌고래 바다쉼터 조성, 생태법인 지정 등을 요구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에 있습니다.

Q2.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 개정 국회토론회를 통해 남방큰돌고래에 법적 권리를 줬을 때 생길 수 있는 우려에 대해 언급했다. 이러한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 보는지.

논란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돌고래가 중요하냐? 사람이 더 중요하지”라고 주장하면서 돌고래에 대해 예산이 사용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제주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많습니다.

조금만 예산을 들여 돌고래를 위한 활동을 벌여도 ‘그 돈을 차라리 나한테 주라’면서 돌고래 보호활동에 반대하는데, 이런 사람들의 의식이 한순간에 바뀔 리는 만무합니다. 다만 돌고래도 법적 권리가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널리 퍼지게 되면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논란이 줄어들 것을 기대합니다.

지난달 29일 동물해방물결, 동물은물건이아니다연대, 동물복지국회포럼, 박주민‧이탄희‧장혜영‧윤미향 의원이 연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 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에 참석한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중간) /사진=김인성 기자
지난달 29일 동물해방물결, 동물은물건이아니다연대, 동물복지국회포럼, 박주민‧이탄희‧장혜영‧윤미향 의원이 연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 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에 참석한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중간) /사진=김인성 기자

Q3. 국내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벨루가가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있는 ‘벨라’라고 알고 있다. 여전히 방류가 안 된 상태인데 여기에 대해서 어떤 입장인지.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갇혀 있는 흰고래 벨라는 CNN이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벨루가’라는 제목으로 특집 기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롯데 측은 2026년에나 방류를 생각해보겠다며 느긋한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이미 2013년부터 좁은 수조에서 지내온 벨라를 앞으로 계속 수족관에 가두고 전시를 하며 관람객을 불러들여 돈을 벌겠다는 의도와 다름이 없습니다.

최근 노르웨이의 벨루가 보호단체 ‘원웨일’ 측에서 벨라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할 테니 벨라를 노르웨이의 널찍한 벨루가 보호구역으로 보내달라고 롯데 측에 매우 구체적으로 제안해놓았다고 밝혀왔습니다. 롯데는 노르웨이의 제안을 받아들여 벨라를 하루속히 노르웨이 벨루가 보호구역으로 보내면 됩니다.

간단한 문제를 롯데가 시간만 끌면서 해결을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상황입니다. 시간이 흘러 벨루가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사그라들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롯데가 하루속히 벨라를 노르웨이 측에 보내겠다고 진정성 있게 선언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4. 기후위기 대응과 해양생태계 보전에 있어 밍크고래를 비롯한 대형 고래류 보호는 매우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성명서를 낸 바 있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보는지.

고래들이 바다에서 마음 놓고 살아가게 하기 위해 중요하고 필수적인 방안이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한반도 해역의 거의 유일한 대형 고래인 밍크고래는 우연히 그물에 걸려 죽었을 경우 여전히 사체가 시장에 팔려나갑니다. 이른바 고래고기 소비를 위한 수요가 일부 지역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잘못된 수요 때문에 밍크고래가 한반도 해역에서 의도적으로 불법포획되거나 혼획된 뒤 죽어도 구조하지 않고 기다렸다가 시장에 내다팔기도 합니다. 정부는 밍크고래를 보호종으로 지정하고, 모든 고래류 사체의 유통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 이제 먹거리도 너무 많아졌는데 우리가 고래까지 먹을 필요는 더 이상 없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소형 돌고래인 상괭이는 매년 1000마리 가까이 혼획으로 죽어갑니다. 정부는 상괭이 탈출 그물을 개발했는데, 어민들이 사용을 꺼려합니다. 상괭이 탈출 그물 사용 의무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는데, 이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켜 혼획으로 죽어가는 상괭이들을 살려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주 지역 보호종 돌고래인 남방큰돌고래는 신속히 제주 연안을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해서 늘어나는 선박관광과 해양오염의 피해로부터 지켜야 합니다.

아직도 제주도 바다에서는 관광이라는 명복으로 돌고래 가까이에 배를 끌고 구경하는 모습들을 쉽사리 볼 수 있다. 조 대표는 이렇게 무리하게 돌고래에 접근해 돌고래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거나 치명적인 부상을 입히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아직도 제주도 바다에서는 관광이라는 명복으로 돌고래 가까이에 배를 끌고 구경하는 모습들을 쉽사리 볼 수 있다. 조 대표는 이렇게 무리하게 돌고래에 접근해 돌고래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거나 치명적인 부상을 입히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Q5. 해양쓰레기 수거 캠페인을 정기적이고 벌이고 있다. 쓰레기로 인해 많은 해양 생물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봤을 것 같다. 이러한 문제들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어선에서 대규모로 버리는 폐어구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특히 어선들이 버린 폐그물은 바다에 떠다니며 유령어업으로 많은 해양생물의 목숨을 앗아가는데, 돌고래와 바다거북 등 보호종 해양동물은 폐그물에 몸이 걸려 부상을 입거나 죽는 경우가 많습니다. 낚시꾼들이 걸리거나 했을 때 그냥 버리는 낚싯줄이나 낚시바늘도 커다란 문제입니다. 어민과 낚시꾼들의 폐어구로 인해 해양동물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는지 깨달아야 합니다.

Q6. 해양보호생물 제주도 해상풍력 확장 사업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드린다.

제주에서는 해상풍력발전단지들이 연안에서 겨우 1km 정도 떨어진 매우 가까운 지점부터 세워지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남방큰돌고래들의 주요 서식지입니다. 그래서 해상풍력발전단지와 남방큰돌고래 서식지가 정확하게 겹치고 있습니다. 풍력발전기가 들어서면 소음과 진동으로 인해 돌고래들은 쫓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풍력발전단지가 해안선에서 10km 이상 이격하면 이런 문제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짓기 전에 미리 보호종 해양생물의 서식지를 피할 수 있도록 철저한 환경영양평가가 사전에 진행돼야 합니다.

해안선에서 약 10km 지점까지를 아우리는 ‘연안’은 인간의 다양한 활동이 중첩되는 곳이며, 다양한 해양생물이 많이 서식하는 중요한 곳입니다. 일방적으로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짓는다면 다른 모든 활동이 제한됩니다. 그러므로 다양한 이해관계를 사전에 충분히 고려하여 입지를 선정해야 합니다. 바다가 그냥 비어 있는 듯 보인다고 무분별하게 개발하면 안 됩니다.

해조류를 입에 물고 놀이를 하고 있는 제주도 남방큰돌고래. 조약골 대표는 제주도에서 경계심 없이 해맑고 자유롭게 활동하는 돌고래들을 보고 신선한 충격과 힐링을 받아 이들을 보호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전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해조류를 입에 물고 놀이를 하고 있는 제주도 남방큰돌고래. 조약골 대표는 제주도에서 경계심 없이 해맑고 자유롭게 활동하는 돌고래들을 보고 신선한 충격과 힐링을 받아 이들을 보호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전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Q7.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방류 이후 몇 개월이 지났다. 해양 방류 철회를 위한 1인 시위를 한 바 있는데, 돌고래를 비롯한 해양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지.

독성물질은 한 번 바다에 배출되면 계속 쌓입니다. 먹이사슬을 따라 농축되는데, 이것은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해집니다. 그래서 초기엔 영향이 적을 수 있지만 10년, 20년이 지나면 방사능물질이 다양한 해양생물에 농축될 것으로 우려되고, 후쿠시마 앞바다와 동해 그리고 남해바다를 넘나드는 밍크고래나 돌고래 등에게는 방사능 피폭의 영향이 앞으로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Q8. 핫핑크돌핀스에서는 해양생태감수성 교육 등도 진행하고 있다. 본 단체에서 하고 있는 행사, 교육 등에 대해서 소개해 달라.

환경교육이 육상 환경 보호 중심으로 이뤄져 왔는데, 핫핑크돌핀스는 제주에서 해양생태환경의 중요성을 참가자들이 쉽게 알게 하는 해양생태감수성 교육을 꾸준히 펼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 위기에 처한 바다, 한국 바다의 고래와 돌고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등 다양한 주제로 교육을 펼치고 있습니다. 사회의 시스템을 바꾸려면 먼저 우리의 인식이 변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바다의 중요성을 깨닫는다면 자연스럽게 관련 정책도 바뀌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핫핑크돌핀스는 고래, 해양생태계 도서관 조성 등 꾸준히 교육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Q9. 해양환경단체로서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지.

생태법인 제도의 도입을 통해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에게 법적 권리를 주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일단 남방큰돌고래에 법적 권리를 주고, 이후 중요한 가치를 지닌 오름, 곶자왈, 지하수, 산양, DMZ 등에도 계속 법적 권리를 확대해 이런 존재들이 개발에 밀려나거나 파괴되지 않고 우리가 완전히 공존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조약골 대표는 남방큰돌고래‧산양‧DMZ 등 생태계에 법적 권리를 줘 보호 근거와 인식의 제고를 동시에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조약골 대표는 남방큰돌고래‧산양‧DMZ 등 생태계에 법적 권리를 줘 보호 근거와 인식의 제고를 동시에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Q10. 2024년 새해를 앞두고 있다. ‘지구를 위한 한마디’ 부탁드린다.

기후위기가 현실화됐습니다. 재난 같은 상황이 지구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연을 개발할 자원으로만 보고 이용에만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에 기후재난이 닥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보전에 초점을 맞추고 일상생활에서도 일회용품 사용, 비닐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나가야 합니다.

돌고래들이 바다에서 제대로 살기 힘든 상황에서 인간도 살기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돌고래의 위기는 곧 우리 모두의 위기인 셈입니다. 함께 공존하기 위해서는 비인간 존재들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우리가 계속 만들어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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