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서 2016년 5.8 규모 강진 이후, 올해 11월 4.0 규모 지진 재발
“월성 3호기 격납건물, 지진 견딜 수 없는 ‘비내진 앵커볼트’로 시공”

최근 월성 3호기 원전 격납건물이 직선거리로부터 10km 남짓한 거리에서 규모 4.0 지진이 발생함과 동시에, 지진을 견딜 수 없는 ‘비내진 앵커볼트’로 원전 다수가 시공됐다는 자료가 공개돼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김인성 기자
최근 월성 3호기 원전 격납건물이 직선거리로부터 10km 남짓한 거리에서 규모 4.0 지진이 발생함과 동시에, 지진을 견딜 수 없는 ‘비내진 앵커볼트’로 원전 다수가 시공됐다는 자료가 공개돼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김인성 기자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한국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게 됐다.

2016년 경주를 강타한 5.8 규모 강진에 이어, 지난 11월30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의 규모는 무려 4.0 규모로 측정됐다.

특히 해당 지진의 진앙에서 월성 3호기 원전 격납건물이 직선거리로부터 10km 남짓한 거리에 있어 많은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더군다나 당일 국회에서는 월성 3호기 원전 격납건물이 지진을 견딜 수 없는 ‘비내진 앵커볼트’로 다수 시공됐다는 내부 제보자의 자료가 공개돼 논란이 됐다.

월성원전이 거의 비슷한 시기 동일한 설계로 시공됐음을 감안하면 이 문제는 비단 3호기만 가지고 있는 문제가 아닐 것으로 추정된다. 격납건물 내 앵커볼트가 내진성능이 부족하면 규모가 크지 않은 지진이 발생했을 시, 안전 설비들이 진동과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제자리를 이탈해 기능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앵커볼트가 떨어져 나가면 격납건물 콘크리트면을 심각하게 손상시켜 방사성 대기의 외부 유출 가능성까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 가동원전 13기의 앵커볼트 설치현황을 조사한 결과, 설계도면에서 요구하는 앵커길이를 만족하지 못하는 앵커볼트도 ‘약 1000개’가 넘는 등 전체 앵커볼트 대비 10%가 설계기준에 미달하는 부적합 부품이라는 자료도 함께 공개돼 사태의 심각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에 위치한 월성 원전 3호기의 모습 /사진=환경일보DB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에 위치한 월성 원전 3호기의 모습 /사진=환경일보DB

만약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월성원전의 비내진 앵커볼트 문제와 국내 가동원전 13호기의 부적합 앵커볼트 문제는 모두 원전의 운영허가 취소 사유까지 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등 규제기관과 한수원 등이 이 문제를 인지하고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이 또한 심각한 도덕적 해이이자 원안법 위반에 해당한다.

해당 문제에 대한 실태를 지진과 원전안전 전문가들과 함께 점검하기 위해 김성환‧민영배 의원 주최로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노후원전 부적합 앵커볼트와 활성단층의 발견 관련 ’지진과 원전안전 토론회‘가 개최됐다.

지진 발생 시, 원전 방사능 수증기 누출 가능성↑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진 발생 시 원자로가 폭발하지 않더라도, 앵커시스템 파괴로 발생한 균열에 방사능 수증기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더욱이 최근 월성원전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은 이러한 경고에 빨간불을 더한다”다고 우려의 말을 전했다.

“그런데 정작 원전안전을 최우선시해야 할 규제기관은 ‘이상 없다’는 입장”이라고 비판한 민 의원은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로서 허투루 넘길 수 없다. 원전 가동과 유사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서로 나누고, 개선 방안을 찾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문제는 고리‧월성 16개 원전 설계 때 ‘지진 우려 단층’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리, 월성 16개 원전 내진설계에 고려되지 않은 5개 단층은, 최대 규모 7.0 지진도 가능하다고 밝혀졌다.

원전 반경 32km 안에 있으면서도 길이가 1.6km가 넘는 설계고려단층 5개는 행안부 연구용역에서도 확인됐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손문 교수는 ‘국가 중장기 지진재난 대응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역점을 뒀다.

손 교수는 “단층 주변 주요 시설물의 점검과 보강과 함께 향후 이번 조사의 지진원 단층들을 기반으로 한 상세한 지진재해와 위험도 평가가 진행돼야 하며, 그 결과에 따른 국가적 장기 대책수립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리, 월성 16개 원전 내진설계에 고려되지 않은 5개 단층은 최대 규모 7.0 지진도 가능하다고 밝혀져, 고리‧월성 16개 원전 설계 때 ‘지진 우려 단층’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김인성 기자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리, 월성 16개 원전 내진설계에 고려되지 않은 5개 단층은 최대 규모 7.0 지진도 가능하다고 밝혀져, 고리‧월성 16개 원전 설계 때 ‘지진 우려 단층’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김인성 기자

우리나라의 국가 주도 활성단층조사는 2008년 지진재해대책 수립 이후 본격화했다. 행정안전부 지원으로 2017년부터 2036년까지 남한 전역에 대한 활성 단층 조사 로드맵이 만들어지고 1단계 5년간 경상권 활성단층 조사가 수행됐다.

제4기 지질시대 동안 지표 파열 또는 변형을 동반한 단층을 연구대상으로 했으며, 결과적으로 동남권 제4기 단층들의 최대 지진규모가 ‘6.5~7.0 사이’로 해석된 바 있다.

지진재난 대책 방안으로 김 교수는 ▷지진현상과 발생 프로세스 이해 고도화 ▷지진위험성 평가의 고도화 ▷내진 설계와 보강, 성능 평가, 보급형 기술 개발 등 국가 내진성능 향상 ▷지진대비 교육, 지진피해 추정기법, 피난 시나리오 수립, 지자체 역량 강화 등 사회의 지진회복력 향상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설계도면 대로 시공이 안 됐다면 당연 ‘부실시공’

이희택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박사는 “설계도면 대로 시공이 안 돼 있다면 당연히 부실시공이며, 원안위는 국민들께 새빨간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일축하며, “설계도면의 앵커 길이보다 짧고 설계도면에서 요구하는 재질과 상이한 재질의 앵커들 확인했다”고 전했다.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월성 2호기는 2017년 1월 제16차 정기검사 중 원자로건물 압력 경계를 관통하는 앵커정착부의 시공상태가 관련 요건(FSAR, 설계도면, 시공규격서 등)을 만족하지 못함이 발견된 바 있다.

월성 3호기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2017년 3월 제15차 정기검사 중 월성 2호기의 시정조치방안이 월성 3호기에 적절히 반영됐는지 확인하기 위한 현장점검을 수행했으나, 현장점검을 통해 압력경계인 원자로건물 바닥슬래브 에폭시라이너를 관통하는 앵커정착부의 시공상태가 관련 설계도면과 불일치함을 추가로 발견했다.

아울러 당해 연도 5월 한수원이 제출한 월성 3호기 원자로 건물 압력경계 관통 앵커정착부 점검결과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비내진등급 앵커정착부가 압력경계를 관통해 설치돼 있음을 확인했다.

설계기준지진하중(DBE)에 의해 비내진등급 앵커정착부는 다양한 형태로 파괴될 수 있어 원자로건물 압력경계에 비내진등급 앵커정착부가 설치되는 경우 DBE에 대한 압력경계의 건전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한수원, 설계기준미달 부적합 사항 발견 후 방치?

만약 한수원이 설계 기준 미달의 부적합 사항을 발견하고 보고, 공개를 하지 않았다면 원자력안전법 위반이다.

그린피스 장마리 캠페이너는 “운영허가 기준을 미달하는 노후원전은 신속한 수명연장이 아니라 안전한 폐로를 목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그린피스 장마리 캠페이너는 “운영허가 기준을 미달하는 노후원전은 신속한 수명연장이 아니라 안전한 폐로를 목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변호사는 ‘앵커볼트 관련 한수원의 부적합품목 시정조치 의무’가 있다는 점을 들어, “기술기준규칙에서는 한수원에 대한 품질보증 대상이 되는 구조물‧계통 및 기기의 품질보증과 관련해 여러 의무가 있으며, 앵커볼트도 품질관리 대상에 포함된다”며 의무 운영허가정지 또는 취소를 해야 한다고 봤다.

이어 그린피스 장마리 캠페이너는 국내 원전 14기의 부저합 앵커볼트와 월성원전 방사성 물질 누설 문제는 한국 원자력 규제기관과 원전 운영 사업자의 처참한 실패와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며, “운영허가 기준을 미달하는 노후원전은 신속한 수명연장이 아니라 안전한 폐로를 목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원자력안전법과 형법상 위법 사항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시민들과 원전 규제기관 및 한수원을 고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앵커볼트 검증 용역발주’에 따른 문제점도 제시됐다. 앵커볼트 검증 용역발주는 앵커볼트 제작 공급, 시공에 문제를 인지하고 시공 마무리 단계에서 검증을 시행하는 용역이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제작, 설치된 앵커볼트 제조사의 성능 불만족사항을 인식하지 못하고 공급 후 9년이 지나서 안전성을 확인, 검증하겠다는 것은 제품을 한수원도 신뢰 못한다는 의미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시험요건에 경년열화를 반영한 시험이 계획되지 않았다는 것은, 앵커볼트의 경년열화 부식 등으로 파단 및 인장 강도 저하문제로 설계 기준와 중대사고시 앵커볼트가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지 확인이 불가능한 문제 또한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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