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기능주의를 비판하고 인간과 자연의 본질을 탐색하는 생태주의를 근본으로 한 녹색교육 실현을 위해 1994년 교사들이 뭉쳤다.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 교사 모임이 바로 그것.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초등학교 4학년 1반 담임을 맡고 있는 김광철 교사는 10년 전 모임이 시작된 이후 지난해부터 회장을 맡고 있다. 서울교대를 나와 30여 년 동안 교편생활을 해온 그는 어린이들이 어른들에게 환경권을 빼앗기고 있다고 한다. 학교 현장에서 그가 느끼는 어린이 환경에 대해 들어봤다.

“어린이 환경권이란 어린이들이 미래에 누려야 할 자원을 비롯한 자연의 모든 것들을 지금의 성인들이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김광철 회장은 어린이 환경권에 대해 이렇게 정의를 내린다. 그는 미래에 어린이들이 성장을 했을 때 그들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자연환경을 현재 성인들의 훼손으로 인해 어린이들의 환경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한다.

“현 세대는 어린이들에게 죄를 범하고 있습니다. 자연은 우리들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단지 어린이들에게 자연을 빌려 쓰고 있는 것뿐입니다”라고 말한 그는 무엇보다 자원을 아껴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현 세대들이 어린이 환경권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아니 해야만 하는 최선의 방법은 자원을 아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는 먼저 지속가능발전에 대해 인식해야 합니다”라며 지속가능한 발전으로의 패러다임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 위원회 교육분과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 회장은 “교육 현장에서는 국민의식을 바꾸기 위해 지속가능 발전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지속가능 발전교육은 3단계의 발전과정을 거쳐야 한다.

첫 번째는 생태적 감수성의 단계이다. 자연과 자주 접촉해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단계다. 그는 “새만금 사업문제만 봐도 도시에 살던 사람은 갯벌이 없어지는 것에 대해 마음속으로부터 아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체험교육을 통해 직접 갯벌을 보고 접한 사람은 갯벌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가슴아파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생태적 감수성의 단계입니다”라고 설명한다.

생태적 감수성이 이뤄지면 두 번째 단계인 생태적 합리성 단계로 넘어간다. 생태적 합리성은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에 아파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그는 “어떠한 사실을 접했을 때 그 사실을 환경적인 측면에서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정의를 내린다. 새만금 사업으로 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아파하고 어떠한 방향으로 이 사업이 진행돼야 하는가에까지 생각이 이르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생태적 영성 단계다. 생태적 영성은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넘어서 그 사람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즉 가치관이 생태적으로 정립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생활방식과 삶의 시각이 생태적으로 확립되는 것이다. 그는 ‘내재적 가치로 정립된 사람’이 바로 영성의 단계를 마스터한 사람이라고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이러한 단계를 거쳐 지속가능한 발전을 인식하고 사회적 합의가 형성이 되면 자연을 훼손하지 않게 되고, 유한한 자원을 아껴써 어린이 환경권이 지켜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한 그는 ‘3단계 법칙’에서 더 나아가 이러한 단계를 효과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환경의 생활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 회장은 “환경은 따로 떼어서 배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지식 위주의 교과서를 통해서도 배울 수 없습니다. 생활 속에서 환경을 찾고 생각해야 합니다”라며 환경은 ‘습득’이 아닌 ‘체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광의적 측면에서 어린이 환경권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변화를 이야기한 그는 협의적인 학교 환경에 대한 개선도 빼놓지 않는다. “어린이들은 어른과는 다른 약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별도로 보호받아야 할 필요가 있으며, 친환경적인 학교환경에서 지내야 하는 것도 그들의 권리입니다”라며 노력을 해서 개선할 수 있는 것들, 학교시설들은 친환경적인 소재로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이처럼 그가 강조하는 어린이 환경권. ‘빼앗긴 환경권’ ‘빼앗긴 자연’을 어린이들에게 되돌려 줄 수 있는 봄날이 오는 것은 우리 모두의 노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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