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


요사이 우리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식단인 김치가 수난을 겪고 있다. 수입산 중국김치의 납과 기생충 알 검출에 이어 국내산 배추에서까지 기생충 알이 발견됐다고 보고되고 있다. 얼마 전 수입중국차의 중금속 검출 소식이 잊히기도 전의 일이다.
중금속은 이름 그대로 무거운 금속이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미량원소가 맞을 것이다. 지구에 분포하는 원소들 중에 양이 적어서 전부 합해봐야 지구 전체 함량의 1%도 안 되는 원소들을 미량원소라 하는데, 이 미량원소 중에서 특히 비중이 4보다 높은 원소들은 중금속이라 한다. 중금속은 무겁기 때문에 체내에 들어가면 잘 씻겨 나오지 않으며 축적이 이뤄진다. 또한 효소 생성 과정 등을 방해해 각종 인체 부작용을 야기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나 외국 모두 물·토양 등에 대해 중금속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관리해 오고 있다. 이는 인간이 직접 마시는 물과 토양에서 자라는 농작물의 중금속 흡수 정도를 고려해 만든 기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작 농작물을 포함한 식품의 경우 쌀의 카드뮴 외에는 중금속 안전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고 있다. 유럽의 경우 식품에 대한 중금속 기준이 이미 설정돼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카드뮴의 경우 이미 일본에서 이타이이타이병으로 큰 문제가 된 적이 있었고, 우리나라도 80년대 광명시 가학광산 주변 논에서 수확한 쌀에서 카드뮴 농도가 높게 나타나 크게 문제가 된 적이 있어 그나마 기준이 마련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카드뮴으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중독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축적 기간이 짧았으며 또한 대부분 외부로 판매해 특정 지역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같은 쌀을 먹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즉 우리 국민이 골고루 나눠(?) 먹었기에 그 독성 피해가 적었던 것이다.

최근 중금속을 배출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소개되고 있으나 실제 효과는 미지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중금속을 가급적 체내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나, 이것 역시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미 우리는 수억 년에 걸쳐 형성된 화석연료와 각종 금속광물들을 불과 수백 년 만에 다 써버렸기 때문에 지구 전체의 중금속 함량이 높아져 있으며, 이들은 이미 지표수·지하수를 포함한 물과 토양에 상당량 축적된 상태다. 이 중금속들은 식물을 거쳐 초식동물과 육식동물 등을 거쳐 우리에게까지 전달된다. 이때 소비단계가 높아지면서 축적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모든 환경정책은 현실문제의 해결과 동시에 장기적이고 보다 근원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오염된 강을 정화하기 위해 오염원을 파악해 제거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방식이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며 당장에 오염된 물을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우선은 정화시설을 설치해야 하듯이 식품 안전성 문제도 우선 중금속 최대 함량 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특히 식물은 종류에 따라 축적되는 부분이 다르다. 잎에 주로 축적되는 경우, 뿌리에 축적되는 경우 등을 선별해 사용 부분에 따른 합리적 기준을 만들어야 하며 아울러 분석방법에 대한 정도관리를 실시해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분석결과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먹이사슬과 지구 물질순환 고리를 통해 식품의 중금속 함량은 식품이나 이를 재배한 토양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환경까지 포함한 매우 광역적인 문제이다. 특정 지역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은 거기서 머무르지 않고 물이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농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오염지역의 정화는 우선 오염원의 제거 또는 고정화 작업에서 출발해 오염경로를 차단한 후 오염지역을 정화하는 순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배추 한 포기, 생선 한 마리의 중금속 오염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우리에게 경고한다는 사실은 인지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염토양 조사를 위한 전국 측정망이 설정돼 지속적인 토양오염도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나 실제 농경지에 대한 정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식품자체의 기준이 설정된 이후에는 농경지의 조사·관리가 이뤄져 생산단계의 관리체계라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할 것이다.

안전한 밥상을 찾아 우리는 유기농·무농약 등을 찾아 떠나고 있으나 이들 역시 오염문제에서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또한 먹을거리뿐만 아니라 숨 쉬는 대기 중의 분진 등을 통해 폐로 들어오는 중금속의 독성은 식품을 통해 위로 들어오는 것보다 훨씬 심각성을 가진다. 강이 오염되거나 뿌연 스모그는 바로 눈으로 보고 심각성을 인지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중금속은 서서히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 이제 우리의 관심은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 손에 쥐고 있는 먹을거리뿐 아니라 먹을거리가 자라나는 터전이 되는 토양으로 옮겨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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