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자본의 전력산업 주도‧‧‧ ‘공공성 훼손’ 가능성 높아
‘전력망확충특별법안’, 지역갈등 부추기는 등 민자사업 문제점 심각
“송전망 확충, 환경훼손 피하고 주민수용성 높이는 방안 마련해야”

에너지 전환을 위한 ‘시장 경쟁 확대’ 혹은 ‘민간 부분의 역할 강화’에 대한 목소리에 공기업 한전이 보여 온 공적 기능 미비까지 다양한 측면에서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김인성 기자
에너지 전환을 위한 ‘시장 경쟁 확대’ 혹은 ‘민간 부분의 역할 강화’에 대한 목소리에 공기업 한전이 보여 온 공적 기능 미비까지 다양한 측면에서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김인성 기자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전력산업구조개편이 중단된 지 20여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시민사회 내부에선 민영화의 용어부터 각종 사업의 개념까지 복잡한 내용에 대한 입장 정리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이러한 가운데 에너지 전환을 위해 ‘시장 경쟁 확대’ 혹은 ‘민간 부분의 역할 강화’에 대해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에너지전환‧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한전 독점을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전력산업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차에서부터 공기업 한전이 보여 온 공적 기능 미비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제기되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송변전 시설 민간기업 진출, 전기위원회 독립 등 현안에 대한 ‘기후정의’ 진영의 최소한의 합의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후위기‧생태 문제를 중심으로 기존 ‘사회공공성’ 논의를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공기업과 정부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현재 ‘산업부의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산업부 산하의 전기위원회를 ‘사회적 통제’하기 위한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환경일보DB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현재 ‘산업부의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산업부 산하의 전기위원회를 ‘사회적 통제’하기 위한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환경일보DB

23일 김성환‧김회재 의원실, 참여연대, 녹색연합, 에너지정의행동, 전력연맹 공동주최로 열린 ‘국가 전력망 민영화 문제와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현재 ‘산업부의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산업부 산하의 전기위원회를 ‘사회적 통제’ 하기 위한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위원은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장을 통제하기 위한 세부적인 논의가 적극적으로 진행돼야 하며, 이것이 전기위원회 독립 국면에서 적극적으로 공론화돼야 한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담론적이거나 규범적 수준에서의 ‘민영화 반대’가 아닌 ‘기후정의 관점’에서 전력산업의 미래를 재구성하고 법‧제도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전력설비 건설 지연으로, 적기 전력공급 우려

한전의 전력계통과 설비계획에 대한 관심도는 상승하고 있다. 전력설비 건설 지연으로 발전소 전기 생산 제약이 발생하고 있으며, 첨단산업 등 적기 전력공급의 우려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최대수요는 377%, 발전설비가 535% 증가할 때, 송전설비는 153% 증가했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향후 30년간 지난 60년 동안 구축한 전력망의 2배 수준의 추가 전력망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후공약 달성을 위해 글로벌 연평균 전력망 투자는 과거 대비 2030년 1.6배, 2050년 2.7배로 증가하며, 글로벌 송전망은 2050년 2.4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전력공사 이성학 건설혁신실장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방향에 있어 “에너지안보를 위해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며 비용 효율성과 같은 경제성, 탄소중립, 안정성 등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길수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민간 참여에 의한 다양한 전력망 건설과 회피 방안을 고려해야 하며, 기후변화와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고려한 합리적 신뢰도 및 전력 품질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봤다. /사진=김인성 기자
장길수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민간 참여에 의한 다양한 전력망 건설과 회피 방안을 고려해야 하며, 기후변화와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고려한 합리적 신뢰도 및 전력 품질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봤다. /사진=김인성 기자

이와 더불어 권역별 신규수요와 공급계획에 따른 이슈 맞춤형 전력망 구축 방안에 대해서는 수도권에서 반도체 단지,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수요 증가에 따라 기존 345kV 전력망 포화로 설비 보강이 필요하다고 봤다.

영동/영남 지역에서는 원전의 신규‧계속운전 및 대규모 해상풍력이 증가해, 송전망 건설지연으로 발전력 수송의 어려움이 있어 기존 선로 용량 증대 및 일부 선로를 보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호남권에서는 원전 계속 운전, 재생에너지 집중으로 지역 수요 대비 초과된 발전력을 수도권으로의 융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실장은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통해 국가기간 전력망 적기건설을 위한 전방위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속도감 있는 사업추진을 위해 인허가 절차 개선 및 차별화된 보상‧지원을 통해 국민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E 변동성 고려, 신뢰도‧전력품질 기준 마련해야

장길수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민간 참여에 의한 다양한 전력망 건설과 회피 방안을 고려해야 하며, RE100 및 특정 지역 설치 등에 따라 유발된 추가 비용의 수요자 부담을 완화시키고, 기후변화와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고려한 합리적 신뢰도 및 전력 품질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민자사업에 대한 문제점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화두에 올랐다.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제도에 따라 실제 수요가 예측 수요에 못 미치면 정부가 80~90% 수익을 보장해주므로 사업자가 실제에 비해 과도하게 수요 예측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전력망확충특별법안은 민간기업의 역할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지역갈등만 부추기는 법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환경일보DB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전력망확충특별법안은 민간기업의 역할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지역갈등만 부추기는 법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환경일보DB

일부 사업의 대주주가 사업시행자(SPC)로부터 고금리(20~65%)의 이자수익을 수취해 사용료‧재정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언급한 참여연대 정세은 부집행위원장은 “민자시설의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타시설을 건설할 경우, 정부가 영업손실을 보상해주는 조항을 통해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자체 민자사업에 대해 책임지는 자가 없어 부실 민자사업 추진, 사기사건 발생 등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고 부연했다.

현 정부의 ‘전력계통혁신대책’이나 ‘전력망확충특별법안’은, 발전 부문을 넘어서 전력망도 민간에게 개방하려는 시도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전력망확충특별법안은 민간기업의 역할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지역갈등만 부추기는 법이 될 것”이라며 “이윤창출을 우선하는 민간자본이 전력산업을 주도할 때 공공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송전망 확충 과정에서 갈등을 민주적으로 해결할 방안 및 환경훼손을 피하고 주민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고, 도로 등의 사회간접자본(SOC)과 연계한 지중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전설비 민영화 논란과 정책적 함의’에 있어 단국대 성시경 공공정책학 교수는 “한전의 단기적 부담은 감소시킬 수 있지만, 민간 자본 유치를 위한 유인 방법에 대한 논의가 요구된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한전에 부담이 될 수 있어 효율적 송전을 위한 기술개발, 에너지 효율화 및 소비 감축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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