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미희 지역콘텐츠연구소 소장
‘지속가능한 개발’은 1990년대에 지구촌의 개발이념을 지배해왔고 2000년대까지도 진행되고 있으며 이런 개념은 관광에 있어서도 비켜갈 수 없는 크나큰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지속가능 관광을 위해 등장한 다양한 유형의 대안 중 생태관광은 지속가능 관광 실현을 위한 최적의 실행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생태관광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수없는 생태관광의 정의에서 알 수 있다. 이 중 국제생태관광학회(The International Ecotourism Society)의 정의는 매우 함축적이다. ‘환경보호와 지역주민의 복지 향상을 염두에 두고 자연지역으로 떠나는 책임 있는 여행.’ 언뜻 해석하면 책임 있는 관광객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보호와 지역주민의 복지 향상이 관광객의 책임 있는 행동만으로 보장되지 않음을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있다. 세계 관광시장에 신선한 충격과 변화를 일으킨 생태관광이지만 비판의 소리를 피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02년 유엔이 선포한 ‘세계생태관광의 해’를 맞아 우리나라에서도 그간의 논의를 종합하고 향후의 발전적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기념포럼을 개최했고, 환경부·농림부·해양수산부 등의 법률에 생태관광이라는 용어가 포함됨으로써 제도적 틀 안으로 생태관광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가시화되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태관광은 손에 잡히지 않는 개념으로 전문가의 입을 통해서만 회자되고 있을 뿐이다.
일반 국민은 생태관광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보자. 1998년과 2002년, 그리고 2004년에 전국 대도시 거주민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수행된 조사(지역콘텐츠연구소·미발표 자료)에 따르면 생태관광인지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과반수 정도(1998년부터 차례로 60.5·50.2·45%)는 생태관광을 처음 들어본다. 들어봤다고 하더라도 개념을 어느 정도 이해하거나 잘 알고 있는 비율은 2004년 기준 15.5%에 지나지 않았다. 용어 자체가 너무 학문적으로만 회자돼 일반인에게는 생소하다손 치더라도 생태관광이 무엇인지 설명해준 후 생태관광 혹은 이와 유사한 여행 경험 여부를 조사한 결과는 인지도 결과보다 더 부정적이다. 조사대상자의 5% 이하(1998년부터 2.6·4·1.5%)만이 생태관광 혹은 이와 유사한 형태의 여행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가까운 미래에 생태관광에 참여할 의사를 묻는 질문에서도 반반 정도의 중립 의사(1998년부터 차례로 7점 만점에서 4.54·4.40·3.39점)에 그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앞서 지적했듯이 일반인에게 생태관광은 생소한 단어일 수 있으며 설명을 해줬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이해 정도가 달랐기 때문에 참여 경험이나 장래 참여의사가 낮게 나왔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
외국의 경우와 비교하면 문제와 답이 보다 명쾌해질 것이다. 호주는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로 각광받는다. 특히 퀸스랜드주의 케언스는 대보초(Great Barrier Reef)와 열대림 자원을 가진 생태관광을 비롯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자연관광지로 손꼽힌다. 이곳을 방문하는 호주 국내외 관광객은 생태관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생태관광이라는 용어를 처음 듣는다는 관광객은 25.9%에 불과했고, 생태관광 혹은 유사여행을 해본 경험은 37%에 달했다. 가까운 미래에 생태관광을 할 의사를 가진 이들도 53%로 우리나라의 35%(2004년 조사 결과)보다 많았다. 이들의 응답이 우리와 달랐던 이유는 실제로 관광을 하고 있는 혹은 자연관광지를 찾은 이들이었기 때문은 아니다. 올 10월에 제주도를 찾은 우리나라 관광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국립산림과학원·미발표 자료)는 전국 대도시민 조사 결과와 거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동양인이 서양인에 비해 환경적으로 건전한 태도를 갖고 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설명되는데, 그중 하나는 유교사상의 영향이다. 실제 필자가 수행한 연구에서도 우리나라 관광객의 여행태도는 서양인보다 더 건전했다.
그럼에도 왜 생태관광이 우리에게 여전히 낯선 개념인가. 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60% 이상이 숲이고 그 숲에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천연림에서부터 건전한 휴양공간으로 개발된 자연휴양림이 있다. 국토 삼면을 푸른 바다가 둘러싸고 있으며 세계 5대 갯벌에 속하는 서해안갯벌과 두루미와 재두루미, 그리고 흑두루미를 한 자리에 볼 수 있는 철새의 낙원이다. 캥거루와 기린은 없지만 우리 고유의 자연자원과 수천 년 역사를 담은 문화자원이 있다. 자원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결국 정부의 정책과 제도의 한계에서 문제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 호주 정부는 1994년에 이미 생태관광 국가전략을 수립했고 생태관광 인증제도를 개발해 건전한 생태관광시장 형성과 발전을 촉진했다. 또 퀸스랜드 같은 주정부는 물론이고 타운스빌 같은 시 차원의 지방정부에서도 생태관광 계획을 수립해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생태관광 시장조사와 국내외 생태관광 마케팅에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3000여 개에 달하는 자연관광 및 생태관광 여행업체가 환경친화적인 관광시장을 주도하면서 시장의 활성화와 그로 인한 편익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자연환경보전법이나 임업 및 산촌 진흥 촉진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 그리고 습지보전법 시행령 등에 생태관광 용어가 포함돼 있고, 낙후지역 및 농어촌 지역 활성화를 위한 지원사업이 다양한 정부부처에 의해 시행되고 있다. 그 외에 철원군·영월군·태안군·서천군·부산광역시 등 많은 지자체에서 생태관광계획을 수립해 생태관광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모두가 생태관광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생태관광이 무엇인가에 대한 합의된 개념이 없다는 점이 문제의 시작이다. 추진하는 주체마다 서로 다른 목적으로 생태관광을 이용하고, 그에 따라 ‘녹색생태관광’ ‘산촌생태관광’ 등 이상한 형태의 용어들을 낳았다.
생태관광 개발과 관련된 보전전략의 부재 역시 큰 문제다. 생태관광지는 자연이 잘 보전된 곳이다. 이 말은 민감한 자연지역이 생태관광지로 이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고 실제로 그들 지역에서의 생태관광 개발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 두 개념의 관계가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생태관광은 갈채를 받거나 비난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법에서도 생태관광과 자연보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보호지역 지정으로 보전임무가 끝나지 않고 오히려 시작되는 것임을 생각할 때, 생태관광 활성화를 논의하기에 앞서 보전전략에 대한 철저한 계획부터 수립해야 한다.
생태관광 개발에서의 지역참여 한계를 들 수 있다. 생태관광이 지역발전을 위한 대안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생태관광이 지역사회의 주도적 참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어떤 부분에 지역사회를 참여시킬 것인가. 현재 농촌(관광) 활성화를 위한 다각적 노력이 시행되고 있지만 결국 주민의 교육과 훈련이 우선되지 않으면 지역의 주도적 참여는 한계가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지역사회 참여를 위한 인적기반이 형성되지 않고서는 결국 외부 자본과 기술이 유입되고 편익은 외부로 유출되며, 지역의 옛 주인들은 관광 혹은 발전의 변두리에서 들러리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말만 생태관광 개발일 뿐 과거의 외부주도형 혹은 관주도형의 개발이 반복되는 것이다.
값싼 자연관광시장 역시 문제다. 생태관광이 높은 경제적 편익을 창출할 수 있는 이유는 소수의 관광객이지만 양질의 고가상품이고 또 그 여행비용이 지역주민에게 직접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여행시장에서는 여전히 값싼 여행이 주도적이고 지역사회가 참여할 여지는 매우 적다. 결국 값싼 여행시장은 무늬만 생태관광인 상품을 양성하고 있다.
문제의 해결책은 늘 교과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정석일 수밖에 없다. 먼저 생태관광에 대한 제도적 기반 정비가 필요하다. 국가 수준의 계획수립은 물론이고 부처 간 이해관계자간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생태관광이 자연보전과 지역발전이라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에 여러 부처와 이해관계자의 연계와 협력은 절대적이다. 두 번째로 지역사회와 소규모 생태관광기업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훈련 및 정보 제공 등의 기술적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모범사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성공사례를 보여줌으로써 후발주자의 움직임을 가속화할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로 재정적 기술적 지원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생태관광 인증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 생태관광의 오용과 남용을 막으면서 제대로 된 실천에 대한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좋은 도구로 활용 가능함은 호주를 비롯한 다양한 해외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네 번째로 정부의 생태관광 시장에 대한 조사와 결과의 공유, 그리고 지속가능한 경영지침 개발 및 지원을 통해 사업체의 참여를 장려해야 한다. 정부는 건전한 관광시장 형성을 위한 지원자 역할만을 담당하고 주체는 지역사회와 기업, 그리고 관광객의 몫으로 돌려줘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국민의 생태관광 인식 개선과 지속가능한 관광행동 유도를 위한 다각적 노력 역시 필요하다. 생태관광 편익과 비용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행하고, 편익이 지역사회 발전과 자원 보전을 위해 환원될 수 있는 방안 역시 정부가 담당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이상의 문제가 해결되고 실천에 옮겨질 때 생태관광은 자연자원과 문화를 보전하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양질의 여행경험과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지구를 살리는 여행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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