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김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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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보] 지난해 10월 19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재사용전지 안전성 검사제도’를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잔존수명이 70~80% 남아있는 전기차의 사용 후 배터리를 ESS(에너지저장시스템) 등으로 안전하게 재사용할 수 있도록 안전성 검사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검사제도가 시행된 배경에는 사용 후 배터리를 재사용하려는 업계의 수요가 있었음에도 안전성 검사제도가 부재해 차질을 겪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재사용전지란 배터리를 재사용한다는 개념에서 비롯된 단어이다. 배터리를 재사용(Reuse) 하는 것은 배터리를 재활용(Recycle) 하는 것과 구분된다. 대표적인 차이점은 ‘잔존 수명’이다. 전기차를 오랫동안 사용하다 보면, 충·방전이 반복되거나 운전자의 습관 등에 의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수명이 점점 줄어든다.

전기차는 요구되는 출력이 높아 배터리의 수명이 약 80% 이하로 떨어지게 될 경우 배터리가 더 이상 전기차에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잔존수명을 측정하고 판별하는 과정을 통해 잔존 수명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우에는 ‘재사용’, 낮은 경우에는 ‘재활용’ 한다. 즉 재사용이 배터리를 분해하지 않고 용도만 변경해 ESS 등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라면, 재활용은 배터리를 분해해 니켈, 망간, 리튬 등의 소재를 추출하고 새로운 배터리를 제작할 때 활용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재사용전지는 주로 전기차에 비해 높은 성능을 요구하지 않는 분야에 해당한다. 대표적으로 ESS, 이동형 충전기, 파워뱅크 등이 있다. 특히 사용 후 배터리를 탑재한 ESS는 UBESS(Used Battery Energy Storage System)라고 불리는데, UBESS는 전력을 저장해 두고 필요한 경우에 사용할 수 있어 전력계통과 연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대부분 ‘리튬이온 배터리’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에는 액체 전해질과 코발트, 리튬, 망간, 니켈 등이 포함되어 있어 충격 등으로 인해 외부에 노출될 경우 감전이나 화재의 위험성이 있다. 게다가 이미 사용된 배터리는 사용 환경에 따라 제품의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재사용하는 과정에서는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2023년 10월 19일부터 ‘재사용전지 안전성 검사제도’를 시행할 것을 발표하며, 재사용전지 제조업자가 안전성 검사를 받은 재사용전지에 대해서만 유통 및 판매할 수 있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본 제도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2022년 10월 18일에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이 개정된 이후, 1년의 유예기간 동안 검사기관 지정, 책임보험 가입, 위반 시 과태료 부과, 시행규정 마련 및 재사용전지 안전기준(KC 10031) 제정 등 하위법령 정비를 마무리했다.

지속가능한 배터리 순환체계 위해 안전검사는 필수

국가기술표준원은 2023년 7월에 사전접수를 받아 안전성 검사 수행에 필요한 요건을 갖춘 기관을 선별해 안전성검사기관으로 지정했다. 이때 업계의 검사 부담을 고려해 재사용전지 제조업체도 일정 요건을 갖출 경우 안전성검사기관으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안전성검사기관의 부실한 검사 결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에 대해서는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이를 보완했고, 검사기관 및 제조업자의 위법 사항이 있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근거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재사용전지 소비자는 안심하고 제품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명은 평균적으로 약 5년에서 10년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앞으로 사용 후 배터리의 물량이 전기차 보급 속도에 비례해 증가할 예정임을 시사한다. 하지만 사용 후 배터리를 모두 땅에 매립할 경우 리튬과 코발트 등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게 돼 적절한 처리가 필요한데, 오히려 좋은 방향으로 끌어낼 방법이 바로 ‘자원 순환’이다.

잔존수명이 남아있는 사용 후 배터리는 여전히 다른 용도로 사용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재난이나 정전의 상황에서 가정용 비상전력으로 사용하거나, 전력계통의 안정화를 위해 주파수 조정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선 ‘안전’이 먼저 보장돼야 한다. 소비는 신뢰를 전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용 후 배터리 증가와 맞붙어 전국적으로 안전성검사기관을 늘려갈 필요가 있고, 소비자에게 안전을 보장한다면 재사용전지 시장은 점차 확대될 것이다.

특히 배터리 원자재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자원순환 원자재 의존도와 배터리 제작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할 수 있어 매우 중요한 관점이 된다. 게다가 올해 2월부터 시행될 EU의 배터리 규정과 이미 시행 중인 미국의 IRA와 같이 세계적인 배터리 순환체계에 대한 관심은 우리나라의 발 빠른 대비를 알리는 신호가 된다. 이를 고려했을 때 배터리의 재사용 및 재활용 인프라 기술은 앞으로 배터리 순환체계에서 핵심이 될 것이며, 그 주축으로서 이번 ‘재사용전지 안전성검사 제도’가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김용대 dyddls20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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