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경학과 학회장 박종화 교수
"조경학이 국내에 도입된 것은 33년의 역사로 그리 오래된 편이 아닙니다."
개발이 최우선 과제였던 1970년대 건축과 토목은 경관을 만드는 양대산맥이었다. 하지만 워낙 대상이 국한된 것이다 보니 주변 자연을 염두하지 않은 채 개발만을 목적으로 한 것. 이에 박정희 대통령이 도로를 낸 후 주변이 너무 볼품없다며 이를 다룰만한 전문가를 수소문 한 것이 조경학이 처음 국내에 들어오게 된 계기다. 짧은 역사임에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조경학. 한국 조경학회의 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종화 교수는 조경을 '예술적인 과학'이라고 설명한다.

"조경은 응용과학과 예술의 결합입니다. 과학을 바탕으로 설계자의 독창적 생각을 반영해 공간 안에 투영시키기 때문이죠." 하지만 과학과 예술이 전부라고 한다면 건축과 다를 바가 없다. 여기에 사람과 자연가 포함돼야 드디어 조경이 되는 것이다. "조경에 대해 말할 때 늘 '경관에 대한 책무(Landscape Stewardship)'를 강조합니다. 땅을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인데 아름다움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후손에게 물려줄 환경에 대한 부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지속가능한 개발', '친환경적 도시' 등의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환경을 인식하기 시작한 그 시점부터 귀가 따갑게 들어온 단어, 바로 '지속가능한', '친환경적인'이다. 그러나 이는 뜻을 가진 일부의 선택사항이었기에 한낱 공염불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 환경과 개발의 조화를 염두한 법안이 줄지어 제안, 통과되면서 조금씩 실체로 다가오고 있으며 조만간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조경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박 교수는 조경에 대해 "자연보존과 인간의 요구를 절충할 수 있는 학문으로 환경과 개발 사이의 갈등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환경과 개발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을 절충하면서 인간의 바램을 땅이라는 바탕에 구현하는 일. 그것이 바로 조경(造景)이 하는 일이라는 것.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상이 바로 이것 아닐까.

최근 부쩍 늘어난 조경에 대한 관심이 영역의 확대로 연결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박 교수는 웃음으로 답한다. 하지만 이 웃음은 질문에 긍정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다. "외부에서 환경이 이슈인 만큼 조경의 영역이 더 넓어지지 않겠냐고들 말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만도 않습니다." 환경적 요인을 고려해 시행하는 사업은 이윤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사기업 보다는 공익의 영역, 즉 공기업에서 수행하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국가차원에서 시행하는 일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진행되는 사업이 생각하는 만큼 무한하진 않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환경에 대한 영역 확장과 함께 걱정이 없을 것 같던 조경영역에도 문제는 있다. 박 교수는 학과의 학생기근 현상과 입학후 전공보다는 다른 공부에 치중하는 학생들의 분위기를 전하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기본적으로 학생수가 모자라는 지방대학에겐 이런 문제가 더 크게 다가오리란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비단 조경학계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박 교수는 학생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판단하고 진학을 결정하는 풍토가 조성되길 바란다는 조경학계는 물론 우리의 대학이 풀어야할 숙제를 던지며 말을 마쳤다.

<권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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