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어떻게 대처할까①]
이기윤 법무법인 사람&스마트 대표변호사

이기윤 법무법인 사람&스마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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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보] 2024년 신년 벽두,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의 확대 시행이 세간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중처법은 2022년 시행되었지만,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사업장은 2024년 1월 말경부터 적용대상이 된 것입니다. 새해부터 확대시행을 유예할지 말지에 대한 여러 논의가 오고 갔지만, 법 개정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법 개정을 통해 적용대상을 변경하지 않는 한 5인 이상 사업장은 업종을 불문하고 중처법의 적용을 받게 됐습니다.

또한, 법 개정이 이루어지더라도 개정 전 발생한 사고까지 포섭하는 형태의 ‘소급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이미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중처법이 적용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중처법과 관련된 사법 리스크를 이해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일이라 할 것입니다.

중처법이 시행되고 난 후 산업재해로 인한 형사 판결의 경향은 변화하기 시작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 기조가 상당히 분명해졌다고 감히 평가할 수 있습니다. 중처법 시행 전에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라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주로 벌금형을 선고받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규모와 체계가 잡힌 기업이라 대표이사 외 안전보건책임자가 있는 기업의 경우에는 대표이사는 전혀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처법이 시행되고 난 지금, 산업재해 사망사고로 인해 중처법 위반죄로 처벌받은 사건들의 경우에는 주요 관계자들에게는 징역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2024년 3월을 기준으로 현재까지 총 14건의 판결들이 내려졌는데 그중 대표이사에 중처법 위반 죄에 관해 벌금형이 내려진 건은 1건도 없으며 전부 징역형이 선고되었습니다. 가장 최저형이 선고된 사건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된 사건이었고 가장 최고형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된 사건이었습니다. 또한, 14건의 사건 중 1건은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되어 대표이사가 법정구속 된 바도 있습니다. 이렇듯 처벌의 수위가 명백하게 높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산재사고 다수 발생시 높은 형 선고 가능성
사업장 안전보건 전과정 관리 시스템 필요

주의할 점은 동종 전과가 쌓이기 쉬운 산업현장의 경우 더욱 중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재판부가 양형을 판단함에 있어 동종의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한 것을 중요한 이유로 삼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재판부가 주목한 ‘동종 전과’가 중처법 위반이 아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들이라는 점입니다. 즉, 산업현장에서 중처법 위반이라는 중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가 아니라 할지라도 산재사고가 다수 발생하였다면 높은 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민사 손해배상의 리스크가 증대되었습니다. 중처법이 시행되기 전에도 근로자의 사망사고는 수억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도 있는 중대한 사건이었지만 중처법이 시행되고 나서는 최대 과거의 5배까지도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중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영세한 기업에게는 경영상 심각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행 중처법에 큰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 한, 경영자 입장에서는 사업체를 안전한 환경으로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안전한 환경’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안전조치를 중구난방으로 적용한 환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중처법이 요구하는 안전한 환경은 사업장의 안전보건을 ‘총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조직적인 체계’가 있는 환경이라 할 것입니다. 경영 목표에서부터, 현장의 위험성 평가, 일선 근로자들의 의견뿐 아니라 하수급 업체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를 총괄 관리할 수 있는 안전관리 체계를 수립하는 것입니다. 결국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산재 사고로 인한 민·형사상 리스크를 최소화해 안전한 경영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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