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나들이 시리즈 2] 버려진 장소와 건물, 새로운 변화와 기회의 공간

[환경일보] 선유도공원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에 있는 공원이다. 조선 시대 선유도는 선유봉이라는 명칭의 작은 봉우리 섬으로, 당시 경관이 빼어나 많은 작품에 등장했다. 이후 1925년에 발생한 대홍수 이후 선유도의 암석으로 한강의 제방을 쌓으며 옛 모습을 잃었고, 1978년 정수장이 세워지며 22년간 서울 서남부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했다. 2001년 정수장이 강북 정수사업소로 통합된 후, 선유도를 살리고자 하는 노력 끝에 2002년 지금의 생태공원으로 재탄생했다.

선유도공원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당산역에서 양화대교를 통해 들어오는 방법과 선유도역에서 선유교를 통해 선유도로 가는 방법이다. 선유교는 보행자만을 위한 육교이며, 이 육교를 건너며 과거 정수장의 흔적인 농축조, 정수 통 등을 볼 수 있다. 친환경 생태공원의 이름에 걸맞게 바닥과 난간을 환경친화적인 목재로 만들었다.

네 개의 원형 공간 중 환경체험마당은 정수장에서 쓰이던 물건을 재활용해 만든 친환경 놀이터이다. /사진=김해원 기자
네 개의 원형 공간 중 환경체험마당은 정수장에서 쓰이던 물건을 재활용해 만든 친환경 놀이터이다. /사진=김해원 기자

선유교를 건너 선유도로 넘어오면 네 개의 큰 원형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이 원형 공간은 과거에 정수하고 남은 불순물을 처리하던 조정조 2개소와 농축조 2개소였다. 현재는 각각 환경체험마당, 원형극장, 환경 교실, 화장실로 탈바꿈했다.

이 중 환경체험마당은 과거 쓰이던 송수관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미끄럼틀과 터널이 있는 친환경 놀이터다. 원형극장은 사람들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이, 환경 교실은 친환경 교육을 제공하는 건물이 되며 다른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친환경 건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초봄의 시간의 정원의 모습. 아직은 식물이 많이 자라지 않은 상태다. /사진=김해원 기자
초봄의 시간의 정원의 모습. 아직은 식물이 많이 자라지 않은 상태다. /사진=김해원 기자

공원의 중앙으로 이동하면, 시간의 정원을 볼 수 있다. 정수장 시절 이곳은 약품으로 물속 불순물을 가라앉히는 제1 침전지였다. 여기서 쓰이던 2개의 수조를 연결해 다양한 환경에서 자라는 식물을 한 공간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시간의 정원은 장소마다 서식하는 식물이 달라 다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계절마다 주는 느낌도 차이가 있다. 이러한 다양성 때문에 결혼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는 결혼을 앞둔 연인도 많다.

수생식물원 속 식물이 봄을 준비하고 있다. /김해원 기자
수생식물원 속 식물이 봄을 준비하고 있다. /김해원 기자

바로 옆의 수생식물원은 여과지를 재활용해 조성한 수질 정화 정원으로, 과거에는 침전지에서 들어온 물을 여과해 불순물을 거르던 제1 여과지였다. 여과지의 수조 4개를 활용해 하천, 늪 습지 등에서 볼 수 있는 각종 수생식물을 분류하여 심어 식물원을 조성했다. 초봄에 방문해 녹음이 무성하지는 않았으나, 물푸레와 자작이 자라던 흔적, 그리고 물이 얼었다가 녹으며 봄을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원의 반대 끝부분에는 ‘녹색 기둥의 정원’이 위치한다. 이곳은 정수장 시절 수돗물을 저장했던 정수지였다. 공원 조성 과정에서 원래는 새 나무를 심기어 녹색 공간을 조성하기로 예정됐다. 그러나 이 기둥에 과거의 물 자국이 남아 있어 나무를 심는 대신 기둥을 그대로 사용했으며, 기둥 주변에 담쟁이를 심어 녹색 공간을 조성했다.

친환경 이야기관이 과거 선유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진=김해원 기자
친환경 이야기관이 과거 선유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진=김해원 기자

녹색 기둥의 정원 옆에는 선유도공원의 과거 모습과 각 장소가 과거 어떤 장소를 업사이클링해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이야기관이 있다. 여기서는 선유도공원의 과거, 현재 모습과 공원 내 각 장소의 친환경 요소를 살펴볼 수 있다. 이야기관 그 자체도 과거 송수펌프실을 업사이클링한 건물이며, 친환경을 설명하는 친환경 건물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본격적인 봄이 오기 전 물이 들어오지 않은 수질정화원의 모습이다. /사진=김해원 기자
본격적인 봄이 오기 전 물이 들어오지 않은 수질정화원의 모습이다. /사진=김해원 기자

이야기관에서 조금 걷다 보면 환경 물놀이터와 수질정화원을 찾을 수 있다. 환경 물놀이터는 과거 침전을 담당하던 착수정, 약품투입실, 혼화지였으며, 화강암을 깔고 모래톱을 조성하며 섬으로 디자인해 현재의 물놀이터가 됐다. 수질정화원은 정수장 시절 약품으로 불순물을 제거하는 제2 침전지와 제2 여과지가 있던 장소였다. 수질정화원에 있는 수생식물은 한강 물을 정화하는데, 정화된 물은 환경 물놀이터로 흘러간다. 아쉽게도 초봄이라 방문한 시점에서 환경 물놀이터와 수질정화원에는 물이 없었다. 수질정화원 옆에는 온실이 있는데 온실 내 스테인리스 수로는 옛 침전지의 수로를 재활용했다. 온실에서도 수생식물들이 물을 정화하고 있다. 온실 내부는 규모가 작아 내부에서의 사진 촬영을 제한하고 있다.

선유도공원은 관리사무소마저도 이전의 것을 재활용했다. 관리사무소는 과거에 급속 여과지로 쓰였던 건물을 고친 것이다. 지하에 있는 8개의 수조는 모래 등을 담아 물속의 불순물을 걸러내는 여과지로 쓰였으며, 지상층은 여과지의 물을 관리하는 목적으로 쓰였다. 현재는 지하와 지상을 일부 남겨 공원 관리 관련 시설로 고쳐 사용하고 있다.

공원 곳곳에서 과거 정수장의 흔적을 더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 약품 저장 탱크로 쓰였던 곳은 현재 공원 내 식물을 재배하기 위한 기계실로 쓰이고 있다. 22년 넘게 정수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던 빗물 방류 밸브는 현재 선유도공원에 전시돼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환경 재생 공원인 선유도공원을 살펴봤다. 선유정수장을 업사이클링해 선유도공원을 조성한 이후 지난 기사(녹색 나들이 시리즈 1: 버려진 정수장이 친환경 공원으로 재탄생)에 언급한 서서울호수공원을 포함해 난지도 하늘공원, 남양주 다산생태공원 등 재생 공원이 많이 조성됐다. 이처럼, 선유도공원은 도시 재생의 새로운 방향을 제공했다.

공간을 집약적으로 써야 하는 서울조차도 폐건물이 수십 채나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유도공원을 포함한 여러 공원이 도시 재생으로 과거 사람들이 아무도 찾지 않는 장소에서 전국적으로 유명한 나들이 장소로 변신했다. 어쩌면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린 버려진 건물과 장소는 이를 처리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발길이 모여드는 곳으로 변화할 기회일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버려진 공간 이외에도 사용하고 있는 공간도 다른 용도를 추가해 사용하고 있다. 내년 개통 예정인 트램 형태의 수도권 전철 위례선에서는 지하화한 차량 기지 위 공원을 조성하려 하고 있다. 비슷한 흐름으로 꼭 전체가 버려지는 공간이 아니라 일부 버려지거나 안 쓰이는 공간이 있으면 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해 보려는 움직임도 많이 보였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방문자의 인식이 필요하다. 선유도공원과 하늘공원은 인기 나들이 장소이지만,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이 어떤 친환경 요소가 있는지, 심지어는 친환경적 요소가 있는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공원 내부에 친환경적 요소를 사용했음을 더 많이 표시해 사람들이 이를 더 많이 알게 된다면 도시 재생이 더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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