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에너지대안센터 초정으로 독일 시민풍력발전소의 선구자이자 방사능 생체 위해성 전문가인 볼프강 쾬라인 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쾬라인 교수는 10년 전 이미 독일 뮌스터에서 이웃 주민과 함께 풍력발전기 한 대를 세운 이래 여러 시민들의 출자를 받아 수천kw급의 풍력단지를 건설한 바 있으며 유엔 방사능위원회 독일 대표로도 활동한 바 있다.

▲ 독일 뮌스턴대 볼프강 쾬라인 명예교수
10년 후, 독일에선 ‘원자력’ 사라진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 에너지 사용은 불가피합니다. 지금 당장 차를 못 타고 비행기를 못 탄다고 상상해 보세요. 에너지 사용을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인류의 에너지에 대한 갈증을 원자력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쾬라인 교수는 예전 우라늄이 알려질 당시만 해도 전기계량기조차 필요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말이 나왔었다고 전한다. 물론 이러한 기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원자력으로 인한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발생하면서 ‘헛된 기대’였음이 밝혀졌지만 말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400여 개의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으며 원자력이 1차 에너지의 5.7%를 공급하고 있다. 쾬라인 교수는 “1차 에너지의 56%를 차지하는 가스와 석유가 50년이 지나 고갈될 것을 감안해 이를 원자력으로 대체하려 한다면 전력 생산을 위해 새로 지어져야 할 원자로는 매년 80여 개가 건설돼야 함을 의미한다”며 이렇게 가다가는 우라늄마저 50년 후면 고갈돼 버릴 것이라고 걱정한다.

‘우리’가 아닌 ‘우리 다음’ 위해

얼마 전 독일 국민들을 대상으로 ‘어떤 에너지를 사용하겠느냐’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많은 국민이 태양·수력·풍력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응답한 바 있다.
그 다음이 가스·석유·석탄이었으며, 가장 선호가 낮은 것은 원자력이었다.
쾬라인 교수는 “이렇게 국민들의 ‘반원자력’ 의지가 높은 탓에 정부 차원에서도 2020년까지 독일의 18개 원자력 발전을 전면 폐쇄하기로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에너지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일의 원자로가 하나씩 사라질수록 재생가능에너지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더불어서 말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 역시 적잖은 게 사실이다. 우선 옛 동독의 (세계 3번째로 큰)우라늄 광산과 저준위방사성 폐기물 처리문제, 서독의 고·중준위 중간단계의 폐기물 처리문제까지 독일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겨진 가운데 지금은 그 책임 여부를 가려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독일의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0년까지 계속될 이러한 과정은 플루토늄을 분리하고 남은 고준위 핵폐기물을 특수 용기에 담아 지상의 중간저장소에 보관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는데, 현재 이런 방법조차 독일의 많은 시민들과 환경단체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특수 용기 수송은 많은 경찰들이 동원된 상태에서만 이뤄지는 중요하고도 위험한 일로 분류되고 있으며 수송방법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 역시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그들의 저항이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아직까지 이로 인한 문제가 커지지는 않고 있지만 개선이 시급한 문제인 것만큼은 분명하죠.”
쾬라인 교수는 ‘우리’가 아닌 ‘우리 다음 세대’들을 위한 대안이 나와야 하며 2030년까지는 최종 처분장에 대한 해법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전한다.

방사선 기준치… 터무니없이 낮아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 독일에서 X선이 발견되고 얼마 되지 않아 방사선이 암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게 밝혀졌죠. 그리고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후에 방사선 허용 기준치가 정해졌습니다. 사회가 구속력 있는 방사선 방어기준을 만들어낸 것이죠.”
이와 더불어 쾬라인 교수는 “아직까지도 학계에서는 방사선에 노출되는 양에 따라 암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는 데 비중이 실리고 있지만 최근 연구결과에서도 방사능을 세포에 통과시켰을 때 방사능이 닿은 세포만 영향을 받은 게 아니라 그 주변 세포도 영향을 함께 받았음이 밝혀지고 있다”며 결국 낮은 방사선 노출을 단순히 간과할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또한 쾬라인 교수는 “개인적으로 현재의 방사선 규정에서 정의한 낮은 방사선에서의 손상 효과가 10분의 1 정도로 낮게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한다. 더군다나 최근 영국·프랑스 등의 국가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서도 그 위험성에 대한 기준이 2~4배 낮게 규정됐음이 밝혀져 쾬라인 교수의 견해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오랜 기간 수정되지 않았던 방사선 방어 기준치의 수치가 수정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쾬라인 교수는 “계속 밝혀지고 있는 방사선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원자력 옵션을 계속 추진한다는 것은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고 강조한다. 결국 책임 있는 에너지, 즉 ‘재생가능 에너지’만이 그 대안이라고 말이다.
<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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