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배 농축생태환경연구소 대표
[환경일보] 강원도 횡성지역 농민들은 가축분뇨를 발효시켜 여과한 액비를 시설 원예작물 생산용 비료로 연중 사용하고 있다. 대개 가축분뇨 액비는 봄과 가을철에만 밑거름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여름철에는 저장 용량이 한계에 달하는 문제가 빈발하고 있다.
저장탱크의 증설도 주민동의를 받아야 해서 매우 어렵다. 여름철 액비의 소화불량 문제를 안고 있는 시군에서는 해법이 될 모범사례로 횡성군은 가축분뇨 공공 처리시설 관리와 운영조례에 의거 2018년부터 매년 여과 액비 사용시설을 지원하고 있다.
개소당 300만원의 사업비는 군비 70%, 경종 농가 자비 30%로 구성되어 있다. 지원 물품은 저장탱크, 희석탱크, 수중펌프, 고압호스 등이다. 횡성양돈협회는 여과 액비를 원예 농가의 시설하우스 옆 탱크에 배송해준다.
원예 농가는 농업기술센터에 토양검정을 의뢰하고 액비사용처방서를 발급받는다. 전문 컨설턴트는 원예농가의 연중 관비재배 기술을 주기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 이런 시스템에서 농가는 비룟값을 절감하고 생산도 안정되니 여과 액비 활용 사업 성과가 매우 높다.
사실, 가축분뇨 액비로 농작물 생산은 간단하지 않다. 그 이유는 첫째, 분뇨와 축사 세척수가 섞이면서 영양분 함량의 변화가 크기 때문이다. 둘째, 액비는 원료인 오줌에는 인 함량이 낮고, 발효 중에는 질소가 휘산되어 질소와 인 함량보다 칼리 함량이 높은데, 농작물은 대개 질소 요구량이 많지만, 칼리 요구량은 적어서 적절히 사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작물 수확 후 남은 양분함량도 토양에 따라 달라서 매번 비료사용처방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난관을 풀기 위해서는 여과 액비를 물과 섞어 공급하고 부족한 양분을 보충해주는 전문 컨설팅 사업이 필요하다. 또한 시설원예 농가가 액비를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비닐하우스 곁에 여과 액비 저장탱크 설치와 양질의 여과 액비 배송 사업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짜 점심은 없기에 각자 밥값을 해야 한다.
2018년~2023년 사이 연평균 22.8개 농가가 8.64ha에서 꾸준히 토마토, 오이, 파프리카, 부추, 포도, 양상추 등을 생산하고 있다. 설문 조사해 보니, 여과 액비 사용으로 농작물의 수량은 비슷하거나 증가했다는 반응이 86.3%였으며, 연중 비룟값을 50만~100만원 절감했다는 반응이 81.8%에 달했다. 농가들의 여과 액비 사용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 액비 저장탱크를 더 늘려달라는 요구도 63.6%에 달하였다.
이해관계자들 다툼이나 경쟁 아닌
지역 여건 맞는 액비 사용체계 구축 협력해야
이 같은 농가의 호응은 횡성군의 정책사업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2억2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경종 농가에 73개의 여과 액비 사용시설이 보급됐다. 액비탱크는 연간 4.07회 다시 채워지고 있어서, 연간 3268㎥의 여과 원예작물 재배지에서 소화되고 있다.
이 물량은 횡성지역 액비 발생량의 94.5%로써 나머지 물량은 벼 등 노지작물 재배용으로 소화되고 있다. 횡성지역에서는 액비가 소화되지 못하기는커녕, 액비 물량 부족을 우려하는 농가의 목소리도 쉽게 들을 수 있다.
가축분뇨의 ㎥당 처리비용은 액비화 처리가 퇴비화 처리나 정화처리보다 훨씬 저렴하다. 2023년 서울대학교 연구팀의 발표에 의하면 발효 액비를 여과하는데, ㎥당 917원이 추가 발생 된다고 한다. 이 정도 추가 비용은 시설 원예작물의 관비용으로 활용하는데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2018년~2023년 횡성군의 여과 액비 활용 정책사업비는 1억1800만원이었으나, 농가의 비룟값 절감, 정화 처리 대비 비용 절감만으로도 2억원의 편익을 얻을 수 있어서, 편익 대비 비용 비율은 1.67로 높았다. 이 같은 경제효과 외에도 가축분뇨 자원화 업체의 액비 보관비 절감, 횡성군의 화학비료 사용량 감축에 따른 양분수지 개선과 온실가스를 감축시키는 등의 환경효과도 얻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횡성군의 사례를 중심으로 2025년 여과 액비 관비재배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액비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농작물의 밑거름은 물론 웃거름까지 연중 사용되는 체계로 전환을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이 다툼이나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 지역 여건에 알맞은 액비 사용 체계 구축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