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저질 수입품 파상공세에 국산 PB 업계 고사 위기

바이오매스 재생에너지 REC 부여로 폐목재 수급 곤란

[환경일보] 국내 PB 업계가 고사 위기에 빠졌다. 저품질의 수입 PB가 낮은 가격을 무기로 파상 공세에 들어가며 국산제품들을 대체하는 상황에서, 원재료 수급마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폐목재 재활용을 통해 환경에 긍정적 기여를 했던 국내 PB 업계가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지면서, 낮은 품질의 수입 PB가 실내환경에 침투하면서 소비자 주거 환경도 위험하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PB는 폐목재나 목재 부산물을 파쇄 후 압축해 생산하는 목질 판상재다. 쓰임이 다한 목재를 폐기물로 처리하지 않고 재활용해 생산한다.

폐목재를 연료로 사용하면 태워서 없어지지만, 물질 재활용은 쓰임새가 다양하고 사용기간도 길어지기에 훌륭한 재활용 사례로 꼽힌다.

생활 폐가구 처리 현장. PB는 폐목재나 목재 부산물을 파쇄 후 압축해 생산하는 목질 판상재다. 쓰임이 다한 목재를 폐기물로 처리하지 않고 재활용해 생산한다.
생활 폐가구 처리 현장. PB는 폐목재나 목재 부산물을 파쇄 후 압축해 생산하는 목질 판상재다. 쓰임이 다한 목재를 폐기물로 처리하지 않고 재활용해 생산한다.

과거 폐목재 재활용의 환경성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현재에 이르러 업계가 환경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 결과 재활용 제품 대부분이 최상위급이다.

산림청이 발표한 ‘목재 이용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생산 PB 중 34%는 친환경 자재 중 최상위인 등급인 SE0이며 ▷나머지 66% 또한 친환경 등급인 E0 제품으로 나타났다. 국산 제품 거의 대부분이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이 매우 적은 친환경 자재다.

친환경 등급 판정 또한 업계 자율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환경부 산하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맡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실내 가구용 적합성에 대한 심사와 실내공기질 관리법에 의거해 총 휘발성 유기화합물 수준을 측정해 환경성 등급을 매기고 있다.

목재이용실태조사보고서-PB 포름알데히드 방출량 종류별 생산량 /자료출처=산림청, 2023
목재이용실태조사보고서-PB 포름알데히드 방출량 종류별 생산량 /자료출처=산림청, 2023

문제는 저가의 수입산 제품들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고품질의 국내산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값싼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지만, 국내산과 달리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이 월등하게 많다.

산림청에 따르면 수입 PB 제품의 68%는 E1 등급이지만, 친환경 자재인 SE0 등급 제품은 0.1%로 극히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수입 PB의 시장 잠식이 심화되면서, 동시에 실내환경에 위해를 끼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PB는 원재료 투입 과정에서부터 정밀 선별을 거치고, 제조 이후에도 정부 산하기관으로부터 적합성을 평가 받는 등 환경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반면 수입 제품은 E1 등급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기에 국산에 비해 유해 물질로부터 안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목재이용실태조사보고서-PB 포름알데히드 방출량 종류별 판매량 /자료출처=산림청, 2023
목재이용실태조사보고서-PB 포름알데히드 방출량 종류별 판매량 /자료출처=산림청, 2023

태워서 없애는 것도 재활용

여기에 원재료 수급난까지 국내 PB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폐목재를 가구 등의 용도로 재활용 하는 것이 아니라 연료로 태워 없애는 용도, 즉 폐목재 고형연료에 대해 정부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이하 REC)’를 부여하면서 폐목재 쏠림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와 유럽 일부에서는 경제성과 환경영향 등을 고려해 폐목재를 분류하는데, 순수한 목재나 오염되지 않은 폐목재, 건설 폐목재 등은 물질 재활용을 우선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독일은 전체 폐목재 중 물질 재활용 할당량을 기존 10%에서 40%까지 높이는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물질 재활용 확대에 나서고 있으나, 국내 실정은 열악하기만 하다.

목재 재활용이라는 본래 목적에 맞게 폐목재를 활용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목재 재활용이라는 본래 목적에 맞게 폐목재를 활용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PB 업계는 저가 수입품 공세와 원재료 조달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국가 차원의 산업 경쟁력을 잃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독일의 경우 바이오매스 발전사 확대로 연료로 사용하는 폐목재 수요는 2001년 연간 290만톤에서 500만톤까지 급증했지만, 같은 기간 물질 재활용은 160만톤에서 120만톤으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기간에 독일 PB 산업이 급격히 위축됐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당국은 신규 바이오 발전에 대한 보조금을 중단하기도 했다”며 “국내 PB업계는 1990년대부터 선진 폐목재 재활용 기술을 도입하는 등 노력했지만 현재는 존폐 위기에 몰린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목재를 태워 없애는 현재의 바이오매스가 과연 옳으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물질로 재활용하면 오랜 기간 두고두고 사용할 수 있어, 새로운 나무를 베어낼 필요가 없지만, 연료로 태워 없앤다면 물질순환이 거기서 끝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 정부 차원의 용역 연구에 따르면 바이오매스 발전이 석탄 발전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이에 따라 해당 주 정부는 신설 바이오매스 발전소에 대해서는 신재생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며, “바이오매스 분야는 물론 REC 정책에 대한 정부와 산업계 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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