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말부터 정부 정책과 관련해 세계적으로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아마도 ‘지속 가능한 성장정책(Sustainable Development Policy)’이라는 개념일 것이다. 과거와 달리 이제 정부 주도의 개발정책도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이러한 개념이 처음 나올 당시에는 주로 환경과 관련해 논의돼 왔다.
그러나 이후 이 개념의 영역은 특정 정부정책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정책 추진을 둘러싼 모든 제약요인과 상충되지 않고 조화롭게 추진돼야 한다는 내용으로 확대돼 왔다. 예를 들면 환경보전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개발정책이 소득 불균형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산업지원 정책, 중소기업·대기업의 상생협력 정책 등 다양한 분야로 파급되고 있다.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로 고유가 대응과 환경보전 가능

최근 산업정책과 관련해 가장 큰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바로 고유가 문제다. 배럴당 30달러 수준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던 대외환경이 이제는 배럴당 60달러를 초과하는 수준까지 유가가 급등하게 됐다. 이에 따라 산업정책의 추진에 있어서도 고유가가 가장 큰 제약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고유가라는 새로운 제약요인이 특정 산업 분야인 자동차산업에 영향을 미쳐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물론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념은 고유가 문제보다 환경보전에 초점을 두고 등장한 것이었으나, 최근 고유가 문제가 심화되면서 환경보다 고유가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바뀐 실정이다.

그렇다면 환경친화적 자동차를 개발해야 할 필요성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첫째, 전 세계적인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
지금 자동차산업은 대변혁기에 돌입하고 있다. 과거 100년간 가솔린·엔진이 주도하던 자동차시장이 이제 환경·에너지·IT가 융합된 하이브리드·수소연료 자동차 중심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2000년까지만 해도 시장점유율 0%에 불과했던 환경친화적 자동차는 2005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점유율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둘째, 환경친화적 자동차는 현재 과도기적 단계에 있는 기술로 우리도 선진국과 동등하게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기술경쟁에서 낙오될 경우 우리 자동차산업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어 그 기술개발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한 실정이다.
우리나라가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산업을 따라잡는 데는 40여 년이 소요됐다. 그러나 환경친화적 자동차는 현재 주요 선진국과 동등한 출발선상에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역할도 더욱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셋째, 환경친화적 자동차는 그 어떤 분야보다 정부의 선도적인 역할과 함께 민럭 공동 대응이 필요한 분야이다.
현재 시장이 형성된 것이 아니라 미래에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측면에서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사업은 위험성(Risk)이 큰 사업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위험·불확실성에 비해 그 기술개발에 소요되는 투자 규모는 어떤 사업보다 큰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인센티브 제공 등 정책적 지원노력 없이 업계의 원활한 R&D를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선진 각국, 정부 주도하에 적극적 기술개발 추진

미국·일본·독일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세계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미국도 연료전지차를 개발해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출발이 다소 늦었던 독일을 위시한 EU 국가들도 뒤늦게나마 적극적인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모두 정부주도하에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이미 지난 1997년부터 정부주도하에 적극적인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이나 EU 각국의 정부도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국회에서·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촉진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동법에 규정된 기본적 개념에 따르면 환경친화적 자동차는 전기 자동차·태양광 자동차·하이브리드 자동차 또는 연료전지 자동차로서 에너지 소비효율이 일정 기준 이상이고, 대기환경보전법에 의한 무공해·자동차에 해당하는 자동차를 의미한다.
법적 개념에 의한 여러 종류의 환경친화적 자동차 중에서 현재 개발이 집중되고 있는 분야는 바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연료전지 자동차다.
우선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모터와 내연기관 등 두 가지 이상의 동력원을 이용해 주행하는 자동차를 의미한다. 이러한 개념을 감안할 때 현재 사용되고 있는 가솔린 및 디젤 엔진뿐만 아니라 연료전지·액화석유가스 등 다양한 종류의 동력원이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대기오염 배출가스의 양도 크게 저감할 수 있으며 에너지효율도 매우 높아 고유가 시대에 적합하고 상대적으로 개발도 용이한 자동차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인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클릭’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가솔린엔진과 전기모터가 동력원으로, 조기 상용화를 위해 기술개발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반면 일본 도요타자동차에서는 이미 1997년에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Prius’를 양산해 현재까지 약 30만 대의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
연료전지 자동차는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으로 생성된 전기를 이용해 모터를 구동하는 무공해 자동차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상용화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환경친화적이라는 개념으로 보면 가장 완벽한 자동차가 될 것이다.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고유가 시대에 가장 적합한 자동차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자동차 배출가스도 전혀 없어 환경보전 차원에서도 가장 완벽한 자동차로 볼 수 있다.

2010년대에 세계 4위의 자동차 강국 진입 목표
정부는 지난 2004년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이래 올해에는 환경친화적 자동차 관련 기본계획 수립 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지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 지원계획의 기본목표는 환경 및 연비(에너지), 그리고 안전문제를 해결한 하이브리드·연료전지 자동차의 기반기술 개발을 통해 2010년대에는 세계 4위의 자동차 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1단계로 처음 3년(2006~2008년)간은 기초기술 개발을 집중 지원하고 2단계(2009~2010년)에서는 내구기술 확보를 통한 상용화를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지원계획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원천기술을 포함한 주요 기술개발은 정부의 주도하에 민럭 합동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산연 공동으로 기술개발이 시급한 78개 과제를 선정해 향후 2010년까지 정부예산 4600억원가량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다만 일반회계를 통해 지원되는 다른 기술개발사업과 달리 환경친화적 자동차는 차량기술과 대체에너지기술이 연계된 복합기술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각 예산의 성격을 감안해 일반회계를 이용해 하이브리드 및 연료전지 자동차의 차량기술개발을,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를 통해 하이브리드 에너지효율 향상 기술개발을,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통해서는 승용·연료전지 기술개발을 중점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둘째, 구체적인 개발방식에 있어 산연 공동은 물론 국제 공동기술개발도 병행 추진할 것이다.
현재 차세대 성장동력 과제로 ‘미래형 자동차’ 등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과 관련된 네 개 과제가 선정돼 각 과제별로 사업단이 구성돼 있다. 각 사업단별로 미래형자동차사업단은 차량시스템 및 핵심부품 개발을, 차세대 2차전지사업단은 2차전지 개발(과제 중 자동차용 포함)을 수행하며, 연료전지사업단은 발전기(스택) 개발(과제 중 자동차용 포함), 수소에너지사업단은 수소용기 개발(과제 중 자동차용 포함)을 추진할 계획이다. 장기 대형 국책사업인 환경친화적 자동차 기술개발의 전문성과 그 효율적 추진을 위해 동 사업단을 연계해 운영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다.
셋째, 산업자원부·과학기술부·환경부·건설교통부 등이 상호 협력하는 범부처적인 추진 체계를 마련할 것이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기술개발은 단순히 차량기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 기반으로 각종 평가기준 및 환경기준이 필요하므로 범부처적인 협조가 필요한 것이다.
넷째, 기술개발 지원 외에 조기 상용화를 위해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국내 양산 시점과 경쟁국 동향을 감안해 일반 소비자의 구입에 따른 각종 세제 및 보조금 지원도 검토할 것이다.

환경친화적 자동차 기술개발의 궁극적인 목적은 조기상용화를 통한 세계 시장 선점이다. 현재 계획대로 기술개발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2007년 전후 양산을 시작해 2010년에는 총 20만대 생산에 10만대 수출이 가능할 것이다. 일본은 2010년에 100만대 생산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소한 세계 시장의 일정 비율은 확보해야 할 것이다.
한편 연료전지 자동차는 양산보다는 기초 원천기술의 확보에 우선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2010년까지 기초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기술을 확보해 시범 운행하는 단계까지 추진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제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하는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해 2010년대에 우리 자동차산업이 세계 4강까지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지원뿐만 아니라 산학연 공동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